구매대행·해외직구, 관세법위반 판례로 본 실질적 수입행위자 기준과 실무 리스크 — 2025 대법원 판례 중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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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고단3677, 2023노2901 및 대법원 2024도16984 판결은 구매대행업자의 밀수입죄 주체성에 관한 중요한 법리를 확립한 사례입니다.
1. 사건의 사실관계
피고인 A는 영국에서 'B'라는 사업체를, 한국에서는 전자상거래 소매업체 'C'를 운영하며 해외 물품을 국내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구매대행업자입니다. 피고인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D'와 네이버 카페 'E'를 통해 주문을 받아 영국 현지에서 물품을 구매한 후, 이를 국내 구매자들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영업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두 가지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밀수입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1호 위반) 물품 가격이 미화 150달러를 초과하여 정식 수입신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150달러 이하의 자가사용 물품인 것처럼 가격을 허위로 기재하여 목록통관을 신청하는 방법으로 관세를 면탈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2021년 1월 10일부터 2022년 10월 30일까지 총 824회에 걸쳐 물품 원가 합계 약 13억 원(시가 약 21억 원) 상당의 물품을 밀수입하였습니다.
관세포탈 (관세법 제270조 제1항 위반) 정식 수입신고를 하는 경우에도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과세가격을 거짓 신고하여 관세를 포탈하였습니다. 2022년 1월 21일부터 2022년 10월 28일까지 총 93회에 걸쳐 이러한 방법으로 관세 합계 약 2,000만 원을 포탈하였습니다.
수입통관 과정을 살펴보면...
피고인 A는
관세·부가세를 포함한 판매가격을 직접 결정했고,
교환·환불·하자 리콜 등 물품 판매 관련 전적인 책임을 부담했습니다.
해외 운송주선업체 및 국내 운송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통관절차 및 최종 배송까지 직접 책임지는 형태로 영업했으며,
국내 구매자는 통관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2. 각 심급별 판결 분석
가.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0. 선고 2023고단3677 판결
판결 취지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약 21억 원의 추징에 대해서도 집행을 유예하였습니다.
판결 이유
피고인이 법정에서 범죄사실 일체를 자백하였고,
수사보고, 목록통관내역, 구매 영수증 등 제출된 증거들이 이를 뒷받침하므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양형에 있어서는
밀수입 횟수와 규모에 비추어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하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초범인 점
▲구매대행 과정에서 발생한 범행으로 실제 이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체납세액을 성실히 납부할 것을 다짐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습니다.
나. 제2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11. 선고 2023노2901 판결
판결 취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하였습니다.
판결 이유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자신은 구매대행업자일 뿐,
실제 물품의 주인인 '화주'가 아니므로
밀수입죄의 주체인 '물품을 수입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밀수입죄 주체의 범위: 관세법 제269조 제2항의 '물품을 수입한 자'는 관세 납부 의무의 기준이 되는 '화주'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수입신고서에도 수입신고인, 수입자, 납세의무자가 구분되어 기재될 수 있음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실질적 수입 행위자: 피고인이 해외구매부터 통관, 국내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자신의 계산과 책임하에 전적으로 주도하였으므로, 실질적으로 '외국물품을 우리나라에 반입'하는 수입 행위를 한 당사자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내 구매자는 물품 수령 외에 수입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법 개정 취지: 2019년 관세법 개정 시 관세포탈죄(제270조)의 주체에 '구매대행업자'가 명시되었으나 밀수입죄(제269조)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은, 밀수입죄의 경우 '수입한 자'라는 개념에 이미 실질적 수입 행위자인 구매대행업자가 포함되므로 별도로 명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취지가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다. 제3심: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도16984 판결
판결 취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2심)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판결 이유 대법원은 밀수입죄의 주체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제시하며 하급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확인했습니다.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1호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단순히 서류상의 화주나 납세의무자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습니다.
핵심 판단 기준으로 '실질적인 수입행위자'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이는 실제 통관절차에 관여하면서 밀수입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지배한 자를 의미한다고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실질적 수입행위자인지 여부는 ▲물품의 수입 경위 ▲통관 과정에 대한 지배·관여 정도 ▲관세 납부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형식적인 명의가 아닌, 수입 과정 전반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한 자가 밀수입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하였고, 이 사건의 피고인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3. 무역 관련 종사자를 위한 시사점
이 일련의 판결은 특히 해외 구매대행업이나 전자상거래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실질적 지배'가 처벌의 핵심 기준입니다. 서류상 수하인을 국내 구매자로 기재하더라도, 가격 책정, 배송, 통관 등 수입의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책임을 부담한다면 구매대행업자라 할지라도 밀수입죄의 주체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나는 단순히 심부름만 했다'는 형식적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목록통관 제도의 악용은 명백한 밀수입 범죄입니다. 미화 150달러(미국발 200달러) 이하 자가사용 물품에 대한 목록통관 제도는 통관 편의를 위한 혜택입니다. 판매용 물품이거나 기준 금액을 초과하는 물품의 가격을 허위로 낮추어 신고(언더밸류)하여 목록통관을 이용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행위로 간주되어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매대행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단순히 구매와 전달만 대행하는 '수수료 기반의 대행'과, 재고 부담과 판매 책임을 모두 지는 '유통형 대행'은 법적 책임의 무게가 다릅니다. 후자의 경우, 사실상 수입·판매업자와 동일하게 취급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관세법을 비롯한 모든 수입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