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무상 양도 및 명의신탁 관련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핵심 쟁점 분석
- 2분 전
- 13분 분량

비상장주식 무상 양도 및 명의신탁 관련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핵심 쟁점 분석과 승소 전략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3977)
들어가며..
이 글은 실제 판례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 핵심 쟁점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이후의 입법으로 법이 변경되거나, 판례가 변경된 경우에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본 내용들은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하여야 합니다.
비상장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나 실무진은 핵심 인재를 유치하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하여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부여하거나 저가에 양도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식 보상 제도는 직원이 퇴사할 때 주식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하는 까다로운 문제를 동반합니다. 퇴사 시 주식을 반환하도록 하는 약정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방어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이지만, 과세관청은 이러한 반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식의 이동을 엄격한 잣대로 들여다보며 막대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비상장회사의 창업주가 임직원에게 주식을 부여했다가 퇴사 시 창업주의 자녀에게 해당 주식을 무상으로 양도하도록 한 사안에서, 과세관청이 이를 어떠한 논리로 두 단계의 연속된 증여로 보아 세금을 부과했는지, 그리고 법원은 어떠한 법리적 근거를 통해 과세관청의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전면 취소했는지를 상세히 분석합니다. 특히 조세 소송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실질과세원칙'과 '명의신탁(차명주식)', 그리고 소송의 대원칙인 '변론주의'라는 어려운 법률 개념들을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 개인과 실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해 드립니다.
1. 사건의 배경 및 기초 사실관계의 재구성
어떠한 법적 분쟁이든 그 뼈대가 되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법리를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첨부된 판례에 나타난 사건의 전말은 기업 실무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등장인물과 구체적인 금액, 날짜 등은 판례를 특정할 수 없도록 익명화 및 대체하여 설명해 드립니다.
가. 당사자의 지위와 회사 설립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 A는 식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를 과거에 설립한 창업주입니다. A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으며, 회사의 모든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편 B는 대표이사 A의 딸로서, 향후 회사의 지분이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특수관계인에 해당합니다.
나. 임직원에 대한 주식 부여 및 반환 약정 체결
대표이사 A는 과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하기 위한 경영상 목적으로 회사의 핵심 직원인 D와 E(이하 통틀어 '직원들')에게 이 사건 회사의 전체 발행주식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다만, 비상장회사의 특성상 외부인이나 퇴사자에게 주식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A는 직원들과 주식을 교부하면서 다음과 같은 매우 구체적이고 엄격한 조건이 담긴 '주식 반환 약정서'를 체결하였습니다.
금지행위 시 반환 의무: 주식을 교부받은 직원들이 회사의 목적 달성에 반하는 일정한 금지행위를 하였을 경우, 즉시 대표이사 A 또는 'A가 지정한 자'에게 각자가 받은 주식을 무상으로 반환(양도)해야 합니다.
퇴사 시 반환 의무 (특약사항): 직원들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사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직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대표이사 A 또는 'A가 지정한 자'에게 본인들이 교부받았던 주식을 무상으로 반환(양도)하고 사직하여야 한다는 특약을 두었습니다.
다. 직원들의 퇴사와 자녀 B로의 주식 양도
시간이 흘러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직원 D와 E는 이 사건 회사를 임의로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에 체결해 두었던 주식 반환 약정서의 특약사항이 발동하게 되었고, 직원들은 주식을 반환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 A는 약정서에 명시된 권리(지정권)를 행사하여, 주식을 반환받을 대상자로 자신이 아닌 자신의 딸 B를 지정하였습니다. 직원 D와 E는 A의 지시에 따라 과거 제1차 양도일 및 제2차 양도일에 걸쳐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이 사건 주식 전량을 딸 B에게 무상으로 넘겨주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명의를 넘겨주었습니다.
구분 | 주요 사실관계 내용 | 당사자 역할 |
최초 주식 부여 | 대표이사 A가 직원 D, E에게 경영상 목적으로 주식 무상 교부 | A (부여자), D/E (수여자) |
반환 약정 체결 | 퇴사 시 A 또는 'A가 지정한 자'에게 무상 반환 특약 설정 | A (지정권자) |
권리 행사 | 직원 퇴사 발생, A가 주식 수령인으로 딸 B를 지정 | |
최종 주식 이전 | 직원 D, E가 딸 B에게 이 사건 주식을 무상으로 직접 양도 | D/E (양도인), B (양수인) |
라. 과세관청의 증여세 부과처분
이러한 주식 변동 사실을 파악한 관할 세무서(과세관청)는 이 거래의 겉모습이 아닌 그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흐름을 문제 삼았습니다. 과세관청은 표면적으로는 직원 D와 E가 딸 B에게 직접 주식을 무상으로 양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과정에 대표이사 A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과세관청은 이 단일해 보이는 거래를 두 개의 연속된 증여 거래로 쪼개어 재구성하였습니다.
제1단계: 직원 D와 E가 퇴사하면서 원래 주인이었던 대표이사 A에게 이 사건 주식을 반환(증여)하였다.
제2단계: 대표이사 A가 그렇게 돌려받은 주식을 다시 자신의 딸인 B에게 증여하였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과세관청은 대표이사 A에게는 직원들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다는 이유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수준의 증여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하고, 딸 B에게는 아버지 A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다는 이유로 역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수준의 막대한 증여세(가산세 포함)를 각각 부과고지하였습니다. 이에 A와 B는 이 사건 처분이 억울하다며 조세 불복 절차를 거쳐 행정법원에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2. 핵심 쟁점 1: '명의신탁'에 대한 법원의 합리적 의심과 '변론주의'의 원칙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재판부가 가장 먼저 직면한 근본적인 의문은 바로 "이 사건 주식의 진짜 주인이 애초에 누구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주식을 사고파는 거래에서 세금을 매길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그 자산의 진정한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확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가. 명의신탁(차명주식)을 강하게 의심하게 만드는 5가지 정황
일반적인 독자분들을 위해 설명해 드리자면, '명의신탁'이란 실제 재산의 소유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직원이나 친척 등)의 이름을 빌려 재산을 등록해 두는 행위를 말합니다. 주식의 경우 흔히 '차명주식'이라고 부릅니다. 세법에서는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타인 명의로 주식을 등록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이 주식이 애초에 직원 D와 E의 진정한 소유가 아니라 대표이사 A가 직원들의 이름만 빌려 놓은 명의신탁 주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하게 의심하였습니다. 판결문에 적시된 법원의 의심 근거는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연번 | 법원의 명의신탁 의심 근거 (정황 사정) | 일반적 거래 관행과의 괴리 |
1 | 주식 무상 양도 시 대가 요구의 부재 및 양수인에 대한 무관심 | 본인의 귀중한 재산이라면 무상으로 넘기면서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심지어 누가 받아가는지도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남. |
2 | 조세 신고 및 세금 부담의 전면 누락 | 진정한 소유자로서 재산을 주고받았다면 증여세,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을 자진 신고해야 하나, 직원들은 세금 문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음. |
3 | 처분권의 극단적인 제한과 무상 반환 예정 | 소유권의 핵심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이나, 이 주식은 임의 매각이 금지되고 퇴사 시 무조건 무상 반환해야 하므로 소유권의 알맹이가 없음. |
4 | 대표이사 A 주도의 일방적이고 기계적인 양도 절차 진행 | 직원들은 그저 회사가 요구하는 인감증명서만 떼어 주었을 뿐, 모든 행정 절차는 대표이사 A의 철저한 지시와 통제 아래 이루어짐. |
5 | 주주권 행사 사실의 완전한 부재 | 직원들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주식을 보유한 수년 동안 단 한 번도 주주총회에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적이 없다고 진술함. |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상식적인 시각에서는 "직원들은 그저 명의만 빌려준 허수아비일 뿐이고, 이 주식의 진정한 지배자와 소유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창업주인 대표이사 A였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만약 이 주식이 처음부터 명의신탁된 A의 소유였다고 결론이 나면, 직원들은 거래의 주체에서 배제되고 오로지 'A가 B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과세 논리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나. 행정소송의 대원칙 '변론주의'가 판결에 미친 결정적 영향
그러나 이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법리적 전환점은, 재판부가 이처럼 명의신탁에 대한 강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명의신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을 관통하는 거대한 법적 원칙인 '변론주의(辯論主義)' 때문입니다.
일반 의뢰인분들이 이해하시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법원의 재판은 마치 정해진 링 위에서 벌어지는 권투 경기와 같습니다. 법관은 심판관으로서, 원고와 피고라는 양쪽 선수가 링 위로 들고 올라와 공식적으로 펼쳐 보인 패(주장과 증거)만을 가지고 승패를 판정해야 합니다. 심판관이 볼 때 링 밖에 있는 다른 패를 쓰면 더 진실에 가까울 것 같다는 짐작이 든다 하더라도, 선수 중 어느 누구도 그 패를 쓰지 않겠다고 한다면 심판관이 임의로 그 패를 가져와서 재판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변론주의입니다.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 측(대표이사 A와 딸 B)은 당연히 불리한 명의신탁 사실을 자인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피고 측인 과세관청(세무서장)조차도 "이 주식은 처음부터 명의신탁된 차명주식이다"라는 주장을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과세관청은 오직 "직원들이 A에게 증여했고, A가 다시 B에게 증여했다"라는 두 단계 증여 프레임만을 고집하며 소송을 이끌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와 피고 당사자들 사이에는 "이 사건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과거 일정 기간 동안 직원 D와 E였다는 점"에 대하여 별다른 다툼이나 반대 주장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행정소송에 적용되는 변론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판사의 개인적인 의심과는 무관하게 "이 주식은 명의신탁된 것이 아니라 직원 D와 E의 진정한 소유 주식이었다"라는 팩트를 전제로 그다음 법리 판단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소송 전략상 과세관청이 어떠한 프레임으로 공격 방향을 설정하느냐가 재판의 기초 사실을 확정 짓는 데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 핵심 쟁점 2: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범위와 사법상 거래를 재구성할 권한의 한계
주식이 직원들의 소유였음을 전제로 확정한 재판부는, 이어서 과연 과세관청의 주장대로 이 단일한 무상 양도 거래를 '직원 -> 대표이사 A -> 딸 B'로 이어지는 두 개의 연속된 증여 거래로 쪼개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심리하였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이 글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법리적 쟁점입니다.
가. 과세관청의 무기: '실질과세원칙'을 통한 거래의 재구성 주장
과세관청은 세무조사와 과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실질과세원칙'을 내세웠습니다. 국세의 기본이 되는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실무자들의 이해를 돕자면, 이 조항은 납세자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굳이 필요 없는 제3자를 끼워 넣거나, 하나의 간단한 거래를 복잡하게 여러 단계로 배빙 돌려서 마치 세금을 안 내도 되는 것처럼 껍데기(형식)를 꾸몄을 때, 과세관청이 그 복잡한 껍데기를 벗겨내고 알맹이(경제적 실질)만을 보아 세금을 물리겠다는 뜻입니다.
과세관청은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주식의 무상 양도는 대표이사 A의 철저한 주도 아래 이루어졌고, 주식을 받을 양수인도 전적으로 A의 지시에 의해 B로 지정되었습니다. 직원들은 계약서 작성 당시 양수인 칸이 비어 있어서 주식이 누구에게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따라서 이 거래의 실질적인 경제적 흐름을 보면, 직원들은 회사 대표인 A에게 주식을 도로 반환한 것이고, A가 그 주식을 받아서 자기 딸인 B에게 다시 물려준 것이 명백합니다. 그러므로 A가 수증자가 되는 증여세 한번, B가 수증자가 되는 증여세 한 번, 총 두 번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 정당합니다."
나. 법원의 판결: 유효한 단일 거래를 과세관청이 임의로 쪼갤 수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과세관청의 과도한 논리를 정면으로 배척하며, 실질과세원칙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법원이 과세관청의 이른바 '거래 재구성'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정서 내용의 충실하고 적법한 이행: 애초에 직원들과 체결된 주식 반환 약정서의 특약사항에는 퇴사 시 주식을 'A'에게 반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A가 지정한 자'에게 반환(양도)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A의 딸인 B에게 주식을 직접 넘긴 행위는 약정서를 우회하거나 위반한 편법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미리 합의해 둔 계약 내용에 따라 아주 적법하고 충실하게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합니다.
당사자 간 합의와 계약의 성립: 비록 양도 절차가 대표이사의 주도하에 다소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이 서명한 확인서에는 무상 양도의 최종 상대방이 대표이사 A가 아니라 명확하게 '딸 B'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주식양수도계약서의 양수인 란에도 딸 B의 서명날인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대표이사 A에 의해 양수인이 B로 특정되었고, 시점이 언제이든 간에 최종적으로 직원들과 B 사이에 주식을 무상으로 넘기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진 이상, 그 사법상 계약의 성립 자체를 거짓이라고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권리의 사실상 이전 경로 부재: 과세관청의 주장대로 '직원 -> A -> B'의 두 단계 거래가 성립하려면, 아주 일시적으로나마 주식의 법적 소유권이나 사실상의 귀속이 대표이사 A에게 넘어갔던 흔적이 서류상이나 경제적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 주식은 직원들의 명의에서 곧바로 딸 B의 명의로 주주명부상 명의개서가 완료되었으며, 대표이사 A를 거쳐 갔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나 사실관계가 전혀 없었습니다.
실질과세원칙 해석의 법리적 한계 (핵심 판시 사항): 재판부는 이 판결을 통해 세법 해석의 매우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습니다. 직원들이 딸 B에게 주식을 넘긴 행위 자체를 당사자들이 짜고 친 가짜 거래, 즉 가장행위(假裝行爲)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실질과세원칙은, 조세 회피 목적이 있을 때 "사법상 유효한 여러 단계의 복잡한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단순한 행위 또는 거래로 묶어서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입니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적용하여, 납세자가 사법상 적법하게 행한 '단일한 거래 형식(직원 -> B)'을 부인하고, 과세관청이 자기들의 과세 편의나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가상의 거래를 끼워 넣어 '복수의 거래(직원 -> A, 그리고 A -> B)'로 임의로 해체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권한까지 세법이 부여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재판부는 명확히 못 박았습니다.
쉽게 말해, 납세자가 1번 만에 갈 수 있는 길을 세금을 피하려고 3번 돌아갔다면 국세청이 이를 1번으로 단축시켜 세금을 매길 수 있지만, 납세자가 합법적으로 1번 만에 곧바로 간 길을 국세청이 억지로 2번 돌아간 것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서 두 배의 세금을 매길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4. 핵심 쟁점 3: 증여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세금 전체가 취소되는 이유 (과세단위와 처분의 동일성 유지 한계)
위와 같은 법원의 꼼꼼한 논리에 따라, 거래의 실질은 과세관청의 주장(연속된 두 단계 증여)이 아니라 원고들의 표면적 거래 형식 그대로 '직원 D와 E가 대표이사의 딸 B에게 주식을 각각 직접 증여한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의뢰인분들이라면 충분히 품을 수 있는 상식적인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증여를 한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라 직원들로 밝혀지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딸 B가 수억 원어치의 주식을 공짜로 받은 것은 변함없는 사실 아닌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의 정의인 타인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받은 행위에 명백히 해당함 ). 그렇다면 법원이 세금을 아예 없애줄 것이 아니라, 아버지한테 물린 세금은 취소하되 딸이 내야 할 세금은 올바른 증여자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서 일부라도 남겨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질문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법원의 결론은 "과세관청이 부과한 모든 증여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한다"였습니다. 그 이유는 행정소송법과 세법을 관통하는 고도의 전문적인 법리인 '과세단위의 변동'과 '처분의 동일성' 원칙 때문입니다. 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가. 증여세의 구조와 '과세단위'의 개념
증여세는 돈을 준 사람(증여자)과 받은 사람(수증자)이 누구인지에 따라 세금 계산의 바탕이 되는 '과세단위(바구니)'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버지에게 1억을 받고 어머니에게 1억을 받았다면, 증여자가 2명이므로 원칙적으로 세금 바구니도 2개가 됩니다 (다만 부모는 세법상 동일인으로 보아 합산하는 특례가 있으나 일반적인 타인의 경우를 상정합니다). 세금 바구니가 달라지면 적용되는 공제액도 달라지고,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도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나. 과세 기초사실의 붕괴와 처분의 동일성 상실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과세관청이 처음에 세금을 부과할 때 내세웠던 사유 중 일부 세세한 내역이 틀렸더라도, 세금 계산의 기본 뼈대가 되는 '과세의 기초사실'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올바른 사유로 수정하여 정당한 세금만큼은 유지시키는 이른바 '일부 취소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의 예외적 허용 기준: 과거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두1617 판결)에 따르면, 단순히 증여자가 누구인지를 잘못 인정했더라도 그 재산의 귀속 주체 등 과세의 기초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처분을 유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판결요지]
" 갑이 자신의 아버지가 출자에 의하여 지배하고 있는 법인의 감사로서 특수관계자 을로부터 비상장주식을 저가로 양수하였다고 보고 증여세 부과처분을 하였다가, 후에 위 주식의 실질적인 보유자는 갑의 부(부)이고 을은 명의수탁자에 불과하므로 갑이 특수관계자인 부(부)로부터 주식을 저가로 양수하였다는 처분사유를 예비적으로 추가한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의 처분사유의 변경으로서 허용된다고 한 사례. "
그러나 이 사건은 완전히 결이 다릅니다.
과세관청의 당초 논리: 아버지가 딸에게 자신이 가진 주식을 한꺼번에 전부 증여했다. 즉, 증여자는 '아버지 A' 단 1명입니다. 따라서 과세관청은 주식 전체 가액을 하나의 과세단위(바구니)에 쓸어 담아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거액의 세금을 계산했습니다.
법원이 밝혀낸 진실: 직원 D가 자기가 가진 일부 주식을 딸 B에게 증여했고, 직원 E도 자기가 가진 일부 주식을 딸 B에게 증여했다. 즉, 증여자는 '직원 D'와 '직원 E' 총 2명입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두17058 판결)의 확고한 법리에 따르면, 과세관청이 증여자를 1명으로 보고 과세처분을 내렸는데 실제 소송 과정에서 증여자가 2명 이상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이는 단순히 사람 이름표만 바꿔 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증여자의 수에 차이가 생기면 증여자별로 세금을 각각 따로 계산해야 하므로 앞서 말씀드린 '과세단위' 자체가 1개에서 2개로 완전히 쪼개지게 됩니다.
[판결요지]
증여자를 1인으로 보고 행해진 과세처분 이후 실제 증여자가 2인 이상으로 밝혀진 경우, 과세의 기초사실이 달라져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구분 | 과세관청의 당초 과세 논리 | 법원의 사실관계 인정 (판결 결과) |
증여자 수 | 1명 (아버지 A) | 2명 (직원 D, 직원 E) |
증여재산 합산 | 주식 전체 가액을 일괄 합산 | D의 양도분과 E의 양도분을 분리 |
과세단위(바구니) | 단일 과세단위 (1개) | 복수의 과세단위 (2개) |
법적 평가 | 처분의 적법성 주장 | 기초사실 변동으로 처분의 동일성 상실 |
과세단위가 달라진다는 것은 세금의 계산 산식, 공제 범위, 적용 세율 등 모든 것을 밑바닥부터 새로 다시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당초 과세관청이 부과했던 처분의 뼈대(기초사실)와 법원이 인정한 진실 사이에는 동일성이 전혀 유지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재판부가 소송 중에 피고 측을 대신하여 세금을 새로 계산해 주는 것은 권한 밖의 일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딸 B가 결과적으로 무상 이익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세단위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당초의 처분을 수정하여 유지할 수 없으므로 부과된 세금 전액을 위법하다고 보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5. 기업 실무자를 위한 승소 전략 및 대응 가이드라인
이 글에서 다룬 판례는 결코 특이한 소수 사례가 아닙니다. 비상장기업을 운영하며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나 스톡옵션 등 주식 보상을 제공하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퇴사 시 반환 약정을 걸어두는 구조는 오늘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매우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법입니다. 이 사건을 거울삼아, 훗날 세무조사라는 칼바람이 불어닥쳤을 때 회사의 자산과 오너 일가를 방어할 수 있는 실무적인 승소 전략을 제안합니다.
가. 계약서 작성 시 권리 변동의 '경로'를 명확하고 유연하게 설계하라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이고 빛나는 무기는 다른 무엇도 아닌, 주식 반환 약정서에 적혀 있던 단 한 줄의 문구였습니다. 바로 퇴사 시 주식을 "A 또는 A가 지정한 자에게 반환(양도)한다"라는 특약사항입니다. 일반적인 회사들은 계약서를 대충 작성하여 "퇴사 시 무조건 회사 대표인 A에게 반환한다"라고만 적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법원은 꼼짝없이 과세관청의 주장대로 "일단 대표이사 A에게 주식을 반환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발생하여 A에게 권리가 넘어온 뒤, A가 이를 다시 딸인 B에게 양도한 것"으로 해석하여 두 번의 증여세를 모두 적법하다고 판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경영지원 실무자들은 계약서를 기초할 때 목적물이 회수되는 경로를 특정 1인으로 좁히지 말고, '지정권' 개념을 삽입하여 법적 우회로를 확보해 두어야 불필요한 이중 거래 단계가 성립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나. 사실관계를 증명할 처분문서(서면)의 철저한 구비 및 보존
계약 당사자들의 속마음이나 구두 합의는 법정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합니다. 오직 서면으로 명확히 남겨진 '처분문서'만이 증거로 인정받습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가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거래 재구성을 막아세운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비록 형식적이고 회사 주도로 서류 작업이 이루어졌을지언정 주식양수도계약서와 확인서상에 최종 양수인이 A가 아닌 '딸 B'로 정확히 특정되어 있었고, B의 서명날인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현장 실무에서는 오너 일가 간의 거래나 퇴사하는 직원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이유로 서류의 양수인 란을 비워두고 도장만 미리 받아두거나(백지 위임), 계약서 없이 구두 지시로만 주주명부를 변경하는 등 허술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훗날 국세청의 표적이 되어 막대한 가산세를 두드려 맞는 자해 행위입니다. 거래의 당사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자산의 이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계약서, 확인서, 주주명부 등 일련의 서류에 일관성 있게 기록하고 서명을 받아두어야 합니다.
다.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실질과세원칙' 남용에 적극 항변하라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거래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조세 회피가 의심되는 냄새를 맡으면, 전가의 보도처럼 '실질과세원칙'을 앞세워 납세자가 맺은 사법상 계약을 전면 부인하려 듭니다. 그러나 앞서 법원이 명확히 선을 그었듯, 납세자가 합법적이고 유효하게 선택한 '단일한 거래 방식'을 세무 당국이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해 자기 마음대로 '가상의 여러 단계 복합 거래'로 쪼개어 추징하는 것은 권한 남용입니다. 세무조사 대응이나 조세 불복 절차에서 세무 공무원이 계약의 형식을 무시하고 가상의 거래 단계를 끼워 넣으려 압박한다면, 납세자와 대리인은 본 판례의 법리를 적극 인용하여 "적법한 단일 거래를 복수 거래로 재구성하는 것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실질과세원칙의 허용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위법한 과세 논리"임을 강력하고 논리적으로 항변해야 합니다.
6. 이 사건 판례가 남긴 시사점
결과적으로 이 사건 판결은 조세행정과 기업 실무 양측에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첫째, 납세자의 '거래 형태 선택의 자유'를 사법부가 강력하게 보호했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경제적 목적(회사 직원의 주식을 회수하여 자녀에게 물려주는 결과)을 달성하더라도, 납세자는 세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세금 부담이 가장 적고 효율적인 법적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과세당국이 단순히 '오너 일가가 세금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쓴 것 같다'는 심증이나 정황만으로 납세자의 적법한 계약 형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소설을 써서 함부로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주식 명의신탁(차명주식) 관련 사건에서 과세관청에 '더욱 철저한 입증과 전략적 세무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세관청이 이 사건을 단순히 직원과 오너 간의 연속된 증여로 성급하게 예단할 것이 아니라, 초기 세무조사 단계부터 명의신탁 법리를 치밀하게 파고들어 배당금의 실질적 수령자, 주주총회 의결권의 실제 행사 여부 등 객관적인 금융 증거를 샅샅이 수집하고 소송에서 변론했다면, 아마도 소송의 결과는 원고의 참패로 완전히 뒤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향후 국세청이 이와 유사한 비상장주식 이동 사건을 조사할 때, 겉으로 드러난 거래의 재구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차명주식 여부를 밝히는 데 조사 역량을 총동원할 것임을 강력히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셋째,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에게 '형식적 절차 준수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교훈을 줍니다. 오너가 100% 지배하는 비상장회사일수록, 회사 내부의 행정 처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하거나 임직원의 명의를 쉽게 빌리고 조작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매우 쉽습니다. 비록 이 사건 소송에서는 행정소송의 변론주의라는 절차적 한계와 과세관청의 과세단위 선정 오류라는 절차적 결함 덕분에 원고가 요행히 승소를 거두긴 하였으나, 재판부 판결문 곳곳에 짙게 배어 있는 '명의신탁에 대한 강한 의심의 눈초리'는 조세회피를 도모하는 납세자들에게 서늘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주식 거래 시에는 반드시 합당하고 객관적인 대가 산정, 정확한 조세(증권거래세 등) 신고, 그리고 계약서에 완벽히 부합하는 대금 이체 및 명의개서 등 절차적 정당성을 한 치의 오차 없이 확보해 두어야만 훗날 닥쳐올 세무 리스크의 재앙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및 책임제한 문구
이 글에서는 비상장회사 임직원의 퇴사에 따른 주식 무상 반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여세 부과처분의 취소 쟁점, 그리고 과세관청의 실질과세원칙 적용의 법리적 한계에 대하여 상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판례를 통해 생생하게 확인하셨듯이, 조세 법률 분쟁은 계약서에 적힌 단어 하나, 거래가 이루어진 시간적 순서, 그리고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로 삼은 법조문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그 결과가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고도의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실제 업무 현장이나 개인적인 재산 관리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분쟁 사건은 단 하나도 이 판례와 100% 동일한 사실관계를 가질 수 없으며, 서류 한 장, 정황 하나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법원에서 적용되는 법리와 판결의 방향이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세무 및 법률문제의 기본적인 뼈대와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용으로만 활용되어야 합니다. 이 글은 판결문 내용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판례와 동일한 상황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실제 법적 분쟁이 발생했거나 행정 제재를 앞두고 계신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변호사)와 상담하여 귀하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조언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본 보고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