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 원산지 검증 회신 지연 시 대응전략: 대법원 2014두5644 판결의 시사점입니다.
- barristers0
- 2024년 9월 27일
- 6분 분량
I. 개요
이 사건은 스위스에서 수입한 금괴에 대해 관세당국이 원산지 검증을 요청했으나 회신이 지연되어 특혜관세 적용을 배제한 처분의 적법성이 다투어진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회신 지연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아 과세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FTA 원산지 검증 절차에서 수출국 관세당국의 회신 지연 시 대응 방안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II. 원고와 피고
원고는 스위스에서 금괴를 수입한 주식회사 골드앤인베00이고,
피고는 관세를 부과한 대구세관장입니다.
III.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07년 1월부터 10월까지 스위스 업체들이 생산한 금괴를 수입하면서 한-EFTA FTA에 따른 협정세율(0%)을 적용하여 수입신고를 하였습니다.
피고는 2007년 9월과 12월에 스위스 관세당국에 해당 금괴의 원산지 검증을 요청하였습니다.
스위스 관세당국은 2008년 3월 일부 금괴에 대해 원산지 요건 불충족이라고 회신하였으나, 나머지에 대해서는 10개월 내에 회신하지 않았습니다.
피고는 2008년 9월과 2009년 7월에 협정세율 적용을 배제하고 기본세율(3%)을 적용하여 관세 등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후 스위스 관세당국은 회신기한이 지난 후 일부 금괴의 원산지가 스위스라고 최종 회신하였습니다.
IV.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각 금괴의 원산지가 스위스임이 명백하여 검증이 불필요했습니다.
이 사건 각 금괴는 세번 변경 요건을 충족합니다:
Dore금(7108.12) 또는 스크랩(7112)을 원재료로 하여
스위스에서 정련·주조 등의 공정을 거쳐
규격화된 크기의 금괴(7108.13)로 제조되었으므로
HS 6단위 세번 변경 요건을 충족합니다.
스위스 관세당국의 회신 지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스위스 국내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스위스 관세당국은 지속적으로 지연 사유와 진행 경과를 설명했습니다.
스위스 관세당국의 최종 회신은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모든 금괴의 원산지를 스위스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한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했습니다.
제조공정 및 판정 경위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사건 각 처분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합니다:
부과제척기간이 많이 남은 상태에서
스위스에서의 소송 결과에 따른 회신을 기다리지 않고
협정관세 적용을 배제한 것은 재량권 남용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각 처분은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거나,
적어도 제1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합니다.
피고의 주장
원산지 검증 결과 회신이 지연되어 협정에 따라 특혜관세 적용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회신 지연에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습니다.
처분 이후의 사실 변경은 처분의 적법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V. 각 심급별 법원의 판단
(1)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심 법원의 판단을 주요 쟁점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각 금괴의 세번 변경 여부
Dore금(HS 7108.12)을 정련·주조하여 제조된 금괴의 세번은 여전히 7108.12호에 해당함
금괴는 '반가공한 모양인 것'(HS 7108.13)에 해당하지 않음
스크랩(HS 7112)을 재료로 사용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함
따라서 세번 변경이 이루어졌다는 원고의 주장을 기각함
스위스 관세당국의 원산지 번복 회신과 처분의 적법성
처분 이후의 원산지 번복 회신만으로는 처분이 위법해지지 않음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적법성을 판단해야 함
'예외적인 경우' 해당 여부
스위스 국내 소송 절차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
수출국 관세당국의 통제가 불가능한 특정 상황을 의미하는데, 그에 해당하지 않음
'충분한 정보' 포함 여부
스위스 관세당국의 회신은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음
구체적인 증빙자료 없이 주장만 담은 회신은 불충분함
결론
이 사건 각 처분은 적법함
원고의 주위적 청구(무효확인)와 예비적 청구(취소)를 모두 기각함
(2) 2심 법원의 판단
2심 법원도 1심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심 법원은 1심의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일부 쟁점에 대해 추가적인 판단을 하였습니다. 2심에서 추가된 주요 판단을 쟁점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각 금괴의 세번 변경 여부
HS 품목번호 7108.13호의 '반가공한 모양인 것'은 압연, 인발, 절단을 통해 만들어진 봉, 형재, 선, 판, 스트립을 말하는 것이라고 더 구체적으로 설명함
주조(casting) 방법으로 제조된 잉곳(Ingot), 카스트바(cast bar)인 금괴는 '반가공한 모양인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함
스위스 관세당국의 원산지 번복 회신과 처분의 적법성
처분 이후 원산지가 스위스라는 검증 회신이 도착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처분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처분 당시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
'예외적인 경우' 해당 여부
간접검증 방식의 특성을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의 의미를 더 상세히 설명
수출국 관세당국의 성실한 검증, 합리적 판정, 판정 기초 자료 제공 등이 검증의 실효성을 좌우한다고 판단
'예외적인 경우'는 협정이 상정한 원산지 검증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물품 생산자, 수출자, 수출국 관세당국의 통제가 불가능한 특정한 상황을 의미한다고 해석
이러한 추가적인 판단을 통해 2심 법원은 1심의 결론을 유지하면서도, 각 쟁점에 대해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법리 해석과 사실관계 분석을 제시하였습니다.
(3) 3심 법원(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VI. 시사점
이 판결은 FTA 원산지 검증 절차에서 수출국 관세당국의 회신 지연 시 대응 방안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수입자의 대응 전략:
원산지 증명서 발급 시 정확성 확보: 수입자는 원산지 증명서 발급 단계에서부터 정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자로부터 원재료 명세서, 제조 공정도 등 상세한 자료를 확보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수출국 관세당국과의 긴밀한 소통: 원산지 검증 요청이 있을 경우, 수출자를 통해 수출국 관세당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검증 진행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회신 지연이 예상될 경우 그 사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예외적인 경우' 해당 여부 입증 준비: 회신이 지연될 경우, 그것이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나 수출국의 제도적 변경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지연 사유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속한 법적 대응: 특혜관세 적용이 배제되는 처분을 받은 경우, 즉시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 등 불복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회신 지연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수출국 관세당국의 대응 전략:
신속한 검증 및 회신: 수입국의 검증 요청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검증을 실시하고 회신해야 합니다. 10개월이라는 기한을 최대한 준수하되, 불가피하게 지연될 경우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충분한 정보 제공: 회신 시 해당 서류의 진정성과 상품의 원산지를 판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포함해야 합니다. 단순히 결과만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판정 근거와 관련 증빙 자료를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국내 소송 절차와의 조화: 국내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라도 가능한 한 협정에서 정한 기한 내에 회신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판정이 변경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추후 결과를 즉시 통보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수입국 관세당국의 고려사항:
신중한 '예외적인 경우' 판단: '예외적인 경우'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기한 도과 여부만이 아니라, 지연 사유의 불가피성, 수출국 관세당국의 노력 정도, 해당 사안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충분한 소명 기회 제공: 특혜관세 적용을 배제하기 전에 수입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수입자가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시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사후 구제 가능성 고려: 처분 이후 수출국으로부터 원산지가 확인되는 회신이 도착한 경우, 과세전적부심사나 경정청구 등을 통한 사후 구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판결의 내용은 해당 사실관계에 기반한 것이므로, 다른 사안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적용 방안은 반드시 관련 전문가와 상담하여 결정해야 함을 유의해야 합니다.
끝으로 더 깊은 이해를 위하여 대법원의 판결문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0. 1. 1. 법률 제99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자유무역협정 관세법’이라고 한다)과
대한민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하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한다)은
협정 당사국들 사이에서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여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당사국들 간 무역 장벽을 제거하여
무역과 투자 흐름을 확대함으로써
새로운 고용기회를 창출하고 생활수준의 향상 및 실질소득의 지속적인 증가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자유무역협정 관세법과 자유무역협정은 당사국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의 수입과 수출에 대하여
관세를 철폐하거나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협정관세를 적용하도록 하는 한편,
적용 요건이 되는 원산지의 검증을 위하여
당사국 사이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역할을 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당사국의 수출자나 생산자가 작성하는 원산지신고서에 대하여
수입 당사국의 관세당국이 검증을 요청하면
수출 당사국의 관세당국이 검증을 수행하는 간접검증방식을 채택하여,
수입 당사국의 관세당국은
원칙적으로 수출 당사국의 관세당국이 수행하여 회신한 검증결과를 존중하되,
10개월 내에 회신이 없거나
서류의 진정성 또는 상품의 원산지를 판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포함하지 아니하는 회신인 경우에
수입 당사국의 관세당국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협정관세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체약상대국 관세당국이 회신기간 내에 회신을 하지 아니한 데에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간접검증방식에 의한 원산지의 검증은
수출 당사국의 발급자가 발급한 원산지 증명서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며
검증을 위하여 상당한 기간을 부여하고 있는 사정과 아울러
자유무역협정 관세법과 자유무역협정에서 간접검증방식에 의한 원산지 증명 검증 제도를 둔 취지를 종합하여
회신 지연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지에 의하여 판단한다.
국내 법인인 갑 주식회사가 스위스 업체인 을, 병이 생산한 제1금괴 및 정이 생산한 제2금괴를 수입하면서
대한민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이하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협정관세율 0%를 적용하여 수입신고를 하였고,
관할 세관장이 원산지 검증요청을 하자
스위스 관세당국이 제1금괴에 대하여는 원산지가 스위스가 아니라고 회신하고
제2금괴에 대하여는 회신기간인 10개월 내에 회신하지 아니하였는데,
관할 세관장이 각 금괴에 대하여 협정세율의 적용을 제한하고 기본세율 3%를 적용하여 관세 및 부가가치세 등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고,
회신기간이 경과한 뒤 스위스 관세당국이
병이 생산한 금괴는 원산지가 스위스가 아니지만
을이 생산한 금괴는 원산지가 스위스이고
정이 생산한 금괴는 일부의 원산지가 스위스라는 내용으로 회신을 한 사안에서,
당초 회신 이후
대한민국 관세청이
스위스 관세당국의 정에 대한 최종검증 과정에 참관하였을 때
당초 회신 내용과 달리 볼 만한 특별한 정황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제네바 관세청은 각 금괴의 원재료와 완제품이 동일한 HS 세번에 해당하여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잠정적인 의견까지 제시하였으므로,
관할 세관장이 회신기간을 넘겨 스위스 관세당국의 추가 회신을 기다리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스위스 관세당국이 각 금괴에 관한 원산지 검증요청에 대하여 회신기간을 준수하지 아니하거나 원산지를 판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데에
자유무역협정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