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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과제척기간 만료 직전의 기습적 과세처분, 절차적 위법성을 찌르는 방어와 승소 전략 — 대법원 2023두41659 판례를 중심으로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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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과제척기간 만료 직전의 기습적 과세처분, 절차적 위법성을 찌르는 방어와 승소 전략 — 대법원 2023두41659 판례를 중심으로


안녕하십니까. 기업의 최일선에서 세무, 회계, 그리고 수출입 통관 업무를 진두지휘하시는 실무 담당자 여러분. 기업을 운영하거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수많은 세법과 관세법 규정의 미로 속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실무자들의 간담을 가장 서늘하게 만드는 상황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국세부과 제척기간' 또는 '관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과세관청이나 세관으로부터 날아오는 갑작스러운 수억 원, 혹은 수백억 원대의 세금 고지서를 마주하는 일일 것입니다.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정 기한을 '부과제척기간'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5년이 적용되지만, 이 기한이 끝나가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제 해당 연도의 세무 리스크는 무사히 지나갔구나'라고 안도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만료일을 불과 며칠 혹은 몇 주 앞두고 과세관청이 "시간이 없으니 일단 세금부터 부과하겠다"며 법이 보장한 사전 통지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고지서를 발부한다면 어떨까요? 기업은 아무런 방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막대한 조세 채무를 떠안게 되고, 가산세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실무 현장에서는 과세관청이나 세관이 조사를 오랫동안 지연하다가, 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납세자에게 항변할 기회를 주지 않고 기습적으로 과세를 단행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습니다. 과세관청은 법령에 규정된 예외 사유를 들어 절차를 생략한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해 왔고, 납세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기나긴 조세 불복의 소송전으로 내몰려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에서는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적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획기적이고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대법원 2025년 2월 13일 선고 2023두41659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사건입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납세자의 억울함을 풀어준 것을 넘어, 과세관청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과세처분은 원칙적으로 위법하여 무효화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이 글에서는 수출입 및 세무 업무를 전담하시는 담당자분들이 이 복잡한 법리를 쉽고 명확하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해당 판례의 사실관계부터 1심, 2심, 대법원에 이르는 치열한 법리 공방을 쟁점별로 체계적으로 해부해 드립니다. 나아가 이 판결이 국세뿐만 아니라 관세 영역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그리고 실제로 이와 유사한 기습 과세 상황에 처했을 때 기업을 지켜낼 수 있는 구체적이고 품위 있는 승소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조세 행정의 기본 방패: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란 무엇인가?

본격적인 사건의 분석에 앞서, 이 글을 읽으시는 실무자분들께서 반드시 숙지하셔야 할 두 가지 핵심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입니다. 전문 용어처럼 들리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기업의 일상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매우 흡사합니다.

회사에서 직원을 징계하거나 해고할 때, 아무런 사전 경고나 소명 기회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징계 위원회를 열기 전에 당사자에게 어떤 사유로 징계가 논의되고 있는지 미리 알려주고(사전 통지), 당사자가 징계 위원회에 출석하여 자신의 억울함이나 정당성을 항변할 기회를 주어야(소명 기회 보장) 비로소 그 징계 절차가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조세 행정에서도 이와 똑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뿐만 아니라 세무 공무원이 국가의 과세권을 행사할 때에도 반드시 준수되어야 하는 최고 규범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과세예고통지'란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세금을 고지하기 전에, 미리 "당신에게 얼마의 세금을, 어떤 이유로 부과할 예정입니다"라고 서면으로 알려주는 사전 경고 절차입니다.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1항은 납세고지하려는 세액이 100만 원 이상인 경우 등을 과세예고통지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통지를 받은 납세자가 그 내용에 동의할 수 없을 때, 정식으로 세금이 부과되기 전에 "이 과세 예정 내용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니 다시 심사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과세전적부심사'입니다. 납세자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에게 이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 과세관청은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과를 통지할 때까지 실제 세금 고지를 유보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제도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일단 세금이 부과된 이후에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에 불복 절차를 밟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며, 효율적인 구제 수단으로 미흡한 측면이 많습니다. 따라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과세관청 스스로 위법하거나 부당한 처분을 할 가능성을 사전에 줄이고, 납세자도 억울한 세금을 맞기 전에 주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권리구제 제도'의 중대한 성질을 가집니다. 1999년에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이 제도는 납세자의 권익 향상과 세정 선진화를 위한 핵심 기둥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2. 사건의 발단: 5년 6개월의 깊은 침묵, 그리고 만료 10일 전의 기습

이 사건의 발단은 무려 12년 전인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고(납세자)는 상속 등을 통해 취득한 서울의 대지와 그 지상 주택, 상가건물 등 부동산을 2013년 9월에 약 150억 원에 매각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2013년 11월 30일(또는 12월 2일)에 관할 세무서에 양도소득세 약 31억 4천9백만 원을 신고하고 납부했습니다. 이때 원고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시골의 단독주택을 조세특례제한법상 '농어촌 주택'으로 보아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하여 세금을 계산했습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법령에 따른 정당한 신고와 납부를 마쳤다고 믿고 일상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문제는 과세관청의 이해할 수 없는 업무 처리 속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과세관청은 원고의 양도소득세 신고서를 접수한 이후, 어찌 된 영문인지 약 5년 6개월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이 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납세자에게 자료 보완을 요구하지도, 추가적인 세무조사를 벌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국세 행정 전산시스템(엔티스, N-TIS)에 조사 진행 상황을 입력하지도 않은 채 깊은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 원고의 2013년 귀속 양도소득세에 대한 국세부과 제척기간 만료일인 2019년 5월 3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척기간 만료가 불과 보름 남짓 남은 2019년 5월 14일,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과세관청은 돌연 원고 측에 연락하여 5월 18일까지 '해명자료'를 제출할 것을 전격적으로 요구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원고가 소유한 충북 음성군의 단독주택이 대지면적 기준을 초과하여 법에서 정한 농어촌 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해명자료 제출 기한이 끝나자마자 과세관청은 일사천리로 움직였습니다. 제척기간 만료를 단 10일 앞둔 2019년 5월 21일, 과세관청은 원고에게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부인하고 약 4억 2천7백만 원(가산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경정처분을 단행했습니다.


이 긴박한 과정에서 과세관청은 원고에게 '과세예고통지'를 서면으로 발송하지 않았고, 당연히 30일의 기한이 보장되는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도 전혀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물리적으로 제척기간 만료일(5월 31일)까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원고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조세심판원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다음 표는 본 사건의 핵심적인 시간적 흐름을 보여줍니다. 실무자들께서는 이 타임라인을 통해 과세관청의 절차적 지연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일자

주요 사건 내용

비고

2013년 11월 30일

원고, 2013년 귀속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및 납부 완료

농어촌주택 비과세 특례 적용

2013. 12. ~ 2019. 5.

약 5년 6개월간 과세관청의 침묵 (사실상 방치)

엔티스(N-TIS) 전산망 입력 등 조치 전무

2019년 5월 14일 ~ 18일

과세관청, 원고에게 돌연 해명자료 제출 요구

만료일 불과 보름 전 기습 연락

2019년 5월 21일

과세관청, 4억 2천7백만 원 세금 부과 (경정처분)

과세예고통지 및 과세전적부심사 전면 생략

2019년 5월 31일

2013년 귀속 양도소득세 부과제척기간 만료일

부과 후 단 10일 뒤 제척기간 소멸


3. 1심 판결의 논리: "시간이 없으니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소송의 첫 관문인 1심(서울행정법원 2021구단51457)에서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납세자는 패소의 쓴잔을 마셨습니다. 1심 재판부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준 핵심 논리는 법령상 명시된 '예외 조항'의 기계적 적용에 있었습니다.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3항 제3호는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사유 중 하나로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날부터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세관청이 원고에게 해명자료를 요구한 시점(5월 14일)이나 세금을 부과한 시점(5월 21일)은 제척기간 만료일(5월 31일)로부터 역산해 보았을 때 명백히 3개월 이내에 해당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조항에 주목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과세예고통지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전제 조건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법령이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 사유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전제 절차에 해당하는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하더라도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시간이 없어서 본 절차(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하도록 법이 허락했다면, 그 예비 절차(과세예고통지) 역시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1심 법원은 원고의 부동산 취득 내역이 10여 년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과세관청이 이를 검토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라며 과세관청의 지연 행위를 어느 정도 옹호했습니다. 더불어 부과제척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 절차를 강제하면 국가가 정당한 세금을 징수하지 못할 위험이 크고, 납세자가 처분 이후에도 조세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얼마든지 불복할 수 있으니 절차적 기회가 완전히 박탈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4. 항소심의 반전: "스스로 초래한 지연을 납세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

그러나 항소심인 2심(서울고등법원 2022누34786)에 이르러 사건의 국면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선언하며, 납세자의 손을 들어 4억 2천7백만 원의 부과처분을 전면 취소하는 극적인 반전 판결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법조문의 기계적 해석이 아니라, 조세 행정의 대원칙인 적법절차와 신의성실의 원칙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날카로운 판결 논리를 쟁점별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과세전적부심사 예외'가 곧 '과세예고통지 생략'을 의미하지 않는다.

2심 재판부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배제하는 중대한 예외 규정은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3항 제3호는 분명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사유를 열거한 것이지, '과세예고통지'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한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해당 법 조항의 문언 자체가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날부터"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즉, 법은 과세예고통지를 '실시'하는 것을 이미 전제로 깔아두고, 통지일 기준으로 제척기간이 3개월이 안 남았다면 심사만 생략하라고 명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아예 과세예고통지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3개월의 기준이 되는 '통지를 하는 날' 자체를 특정할 수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예외 사유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명쾌한 논리입니다.


둘째, 과세관청의 '현저한 직무 태만'과 귀책사유

가장 결정적인 패착은 과세관청이 5년 6개월 동안 보여준 이해할 수 없는 업무 태도였습니다. 법원은 세무 공무원에게는 납세자의 실체적, 절차적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신속, 적정,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다고 설파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과세관청에게 "그 5년 6개월 동안 도대체 어떤 조사를 했고 어떤 자료를 수집했는지, 전산망(엔티스)에 입력된 내역이 있다면 제출하라"고 거듭 석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과세관청은 "제출된 최초 신고서 외에 보관 중인 자료나 엔티스에 입력된 진행 상황이 전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이를 "일반적인 과세 행정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이고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현저한 절차 지연"이라고 매섭게 질타했습니다. 과세관청 스스로 5년 넘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중대한 직무 유기를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기간이 임박하여 긴급하다"며 납세자의 소중한 절차적 방어권을 짓밟는 것은 권리의 남용이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셋째, 처분 취소로 국가가 세금을 영영 못 걷는 것은 아니다.

1심은 세금이 취소되면 국가 재정에 손실이 올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특례제척기간'이라는 법적 안전장치를 제시했습니다.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비록 원래의 제척기간이 지났더라도 소송에서 절차적 하자로 과세가 취소되는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과세관청은 그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다시 적법한 절차(과세예고통지 및 심사 기회 부여)를 거쳐 새롭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분을 취소하여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 공익(조세 징수)을 영구히 침해하는 것도 아니며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5. 대법원의 쐐기: 조세법규 엄격 해석의 원칙과 '특별한 사정'의 증명

과세관청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제2부, 주심 권영준 대법관)은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의 최종 승소를 확정 지었습니다 (대법원 2023두41659). 대법원은 항소심의 세세한 설시 중 일부 표현을 다듬기는 했으나,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핵심 결론은 전적으로 정당하다고 지지했습니다.

실무자들이 이 대법원 판례에서 반드시 밑줄 치고 기억해야 할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 조세법률주의에 따른 법규의 엄격 해석 원칙

대법원은 납세자의 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조세법규는, 그 실체적 권리뿐만 아니라 절차적 권리를 규정하는 국면에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며, 함부로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조세법률주의의 파생 원칙을 강력히 천명했습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1항은 과세예고통지의 대상을 열거하면서 생략에 대한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았습니다. 반면 제3항은 명시적으로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경우만을 나열했습니다. 이를 두고 과세관청 마음대로 "심사를 안 거쳐도 되니, 예고통지도 안 해도 되겠지"라고 문언의 범위를 넘어 확장 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법 행위라는 것입니다.


② 과세예고통지 자체의 독자적인 절차적 이익 인정

1심은 과세예고통지를 그저 심사를 받기 위한 단순한 껍데기(전제조건)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납세자는 설령 남은 기간이 3개월 미만이라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과세예고통지 자체를 받는 것만으로 독자적인 법적, 실리적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과세 예정 사실을 미리 통보받은 납세자는 과세관청에 찾아가 비공식적으로라도 사실관계의 오류를 해명하여 처분 자체를 막을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세금이라면 차라리 '조기결정신청권'을 행사하여 지체 없이 세금을 내버림으로써,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산세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을 확보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행정청이 자의적으로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납세자의 이러한 소중한 이익들을 원천 봉쇄해버린 것을 중대한 하자로 본 것입니다.


③ '특별한 사정'에 대한 과세관청의 증명책임

대법원이 과세예고통지 생략을 무조건 100% 위법하다고 기계적으로 단정한 것은 아닙니다. 판결문에 아주 중요한 단서 조항을 남겼습니다.

"과세관청의 귀책사유 없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국세부과 제척기간 만료일이 매우 임박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과세예고통지를 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으며, 통지를 하더라도 납세자가 누릴 절차적 이익이 거의 없는 등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위법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는 전적으로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 

즉,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면 예외를 인정해 주겠지만, 5년 6개월간 서류를 방치하다가 부랴부랴 세금을 매긴 이 사건의 관할 세무서는 결코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증명해 낼 수 없으므로 철퇴를 맞은 것입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명쾌한 판례는 납세자의 권리 구제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과세관청의 투명하고 신속한 행정 처리를 강제하는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6. 기업 수출입 및 세무 담당자를 위한 핵심 시사점

기업의 재무 제표와 세무 리스크, 그리고 수출입 통관을 책임지고 계신 실무자 여러분. 이번 대법원 판례는 단순히 타인의 승소 사례가 아니라, 언제든 우리 회사에 닥칠 수 있는 실무적 위기를 돌파할 강력한 방패입니다. 이 판례를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사점 세 가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첫째, '국세'와 '관세'의 법령 구조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십시오.

본 판례는 양도소득세와 같은 '국세'에 적용되는 '국세기본법'을 다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수출입 기업들이 일선 세관을 상대로 매일같이 부딪히는 '관세'의 영역에서는 '관세법'이 적용되며, 이 둘의 법 조항 구조에는 작지만 매우 치명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다음 표는 국세와 관세에 있어 사전 권리구제 제도의 예외 규정 구조를 비교한 것입니다.

구분

적용 법률

과세전적부심사 생략 사유

과세예고통지 생략 규정 존재 여부

대법원 2023두41659 판례 적용

국세 (법인세, 소득세 등)

국세기본법

제척기간 만료 3개월 이하 등 (제81조의15 제3항)

없음 (명문 규정 부재) 

직접 적용. 예고통지 생략 시 원칙적 위법.

관세 (수입통관 관세 등)

관세법

관세청장 유권해석 변경 등 (제118조 제2항 단서 등)

있음 (제118조 제1항 제1호) 

직접 원용은 주의 요망. 단, 절차적 권리 보장 취지는 유효함.

표에서 보시다시피, 관세법 제118조 제1항 제1호는 세관장이 부족 세액을 징수할 때 사전 통지를 해야 한다고 원칙을 정하면서도, 단서 조항을 통해 "통지하려는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관세부과의 제척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사전 통지(과세전통지) 자체를 생략할 수 있다고 아예 명문으로 규정해 버렸습니다.


대법원 역시 이번 판결문에서 이 점을 꼬집어 "국세기본법의 조문 체계는, 관세법 제118조 제1항 단서 제1호에서 이러한 경우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할 수 있도록 '명문으로 정한 것'과 대조된다"며 국세와 관세의 차이를 분명히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수출입 기업이 세관으로부터 관세 추징을 당했을 때, 무턱대고 "대법원 2023두41659 판례에 따라 과세예고통지 생략은 위법이다"라고 기계적으로 주장하면, 세관 측에서 관세법 제118조를 근거로 손쉽게 반박할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정당성 침해' 주장은 여전히 관세 방어의 핵심 무기입니다.

관세법에 생략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다고 해서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관세 행정에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실제 조세심판원의 최근 관세 불복 결정 사례(심2020관0110 등)를 살펴보면, 관세법의 예외 규정을 방패 삼아 세관이 함부로 납세자의 권리를 짓밟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세관이 오랜 기간 관세조사를 질질 끌며 방치하다가, 제척기간이 3개월 이내로 좁혀지자 그제야 법 조항을 핑계로 과세전통지를 생략하고 기습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행태에 대해, 심판원은 이를 정당한 행정 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추세입니다.

과세관청이나 세관이 자신들의 직무 태만과 조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시간 부족'이라는 위기 상황을 자초해 놓고, 그 불이익을 예외 조항이라는 이름으로 온전히 기업에게 떠넘기는 것은 조세 정의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본 대법원 판례에 흐르는 깊은 철학, 즉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는 행정 편의보다 우선하며, 귀책사유 있는 관청은 예외를 주장할 자격이 없다"는 대원칙은 국세와 관세를 불문하고 불복 절차에서 가장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합니다.


셋째, 조기결정신청권 등 숨겨진 절차적 이익을 100% 활용하십시오.

기업은 과세관청으로부터 과세예고통지나 세무조사 결과 통지를 받았을 때, 억울하면 당연히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여 다투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부 검토 결과 세금 추징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뼈아픈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때 담당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조치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8항(관세법 제118조 제5항)에 명시된 '조기결정신청권(관세의 경우 조기경정신청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는 "어차피 세금을 낼 테니, 과세전적부심사 기간 30일을 꽉 채우지 말고 지금 즉시 세액을 확정하여 고지해 주십시오"라고 관청에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세금은 확정되어 납부할 때까지 매일매일 납부지연가산세(구 납부불성실가산세)가 이자처럼 무섭게 불어납니다. 추징 세액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면 하루치 가산세만 해도 엄청난 금액입니다. 조기결정을 신청하여 단 하루라도 빨리 납부 고지서를 받아 세금을 납부하면, 불필요한 가산세 지출을 막아 회사의 소중한 현금을 지켜내는 유능한 실무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바로 이러한 납세자의 '경제적·절차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7. 기습 과세 방어를 위한 실무 승소 전략

만약 여러분의 회사가 수년 전의 거래에 대해 잊고 지내던 중, 부과제척기간 만료를 목전에 두고 과세관청이나 세관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해명 요구를 받거나 예고 없는 납세 고지서를 받아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황하지 마시고 다음의 4단계 승소 전략을 냉철하게 가동하시기 바랍니다.


[전략 1] 절차적 흠결을 찾아내는 정밀한 '팩트 체크(Fact Check)'

본안(세금을 낼 실체적 의무가 있는지)을 다투는 것은 길고 험난한 싸움입니다. 그러나 절차적 하자를 입증하면 단칼에 처분 전체를 무효화하거나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고지서를 수령하는 즉시 다음과 같은 절차적 요건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십시오.

  • 통지의 누락 여부: 적법한 양식의 '과세예고통지서'나 '세무조사결과통지서'를 사전에 수령했는가?

  • 송달의 적법성: 우편물이 회사 경비원 등 수령 권한 없는 자에게 무단으로 던져지듯 송달되지는 않았는가?

  • 기간의 준수: 통지를 받은 후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법정 기한(30일)이 주어지기 전에, 마음 급한 과세관청이 세금 고지서를 먼저 밀어 넣지는 않았는가? 이러한 절차상 흠결이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이는 본안의 승패와 무관하게 부과처분 자체를 위법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독수 독과(毒樹毒果)가 됩니다.


[전략 2] 과세관청의 '귀책사유'와 '직무 태만'을 찌르는 타임라인 구성

과세관청이 "시간이 없어 통지를 생략했다"고 항변할 것에 대비하여, 역으로 과세관청의 직무 태만을 증명해야 합니다. 최초 신고일로부터 현재 고지일까지의 전체 타임라인을 명확히 시각화하십시오. 그 긴 기간 동안 과세관청이나 세관이 우리 회사에 단 한 번의 서면 질의, 자료 요청, 현장 확인을 나온 적이 없다는 사실을 부각해야 합니다.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에 "과세청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산망(엔티스 등)에 어떠한 조치도 입력하지 않은 채 권리를 숙면(방치)하다가, 스스로 초래한 촉박한 기한을 핑계로 기업의 방어권을 박탈했다"는 프레임을 강력하게 논리화하여 제출하십시오. 과세관청이 자신들의 '무과실'과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승리의 저울은 기업 쪽으로 크게 기울게 됩니다.


[전략 3] 본안과 절차를 분리하지 않는 '투트랙(Two-Track) 입체 방어'

절차적 위법성만 믿고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소송에서 절차적 위법으로 승소하여 세금 부과가 취소되더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2항 제1호에 규정된 '특례제척기간' 조항 때문입니다. 이 조항에 따라, 과세관청은 소송 결과(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이내에, 예전에 생략했던 과세예고통지와 심사 절차를 제대로 다시 거친 후 똑같은 세금을 기업에 다시 부과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기회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최종적이고 완벽한 승리를 위해서는 조세 불복의 청구 이유를 구성할 때, '절차적 하자로 인한 위법성'을 주위적(일차적) 청구 원인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세액 계산의 오류, 비과세 요건의 충족 등 실체적 근거의 부당성'을 예비적(이차적) 청구 원인으로 삼아 두 개의 트랙으로 촘촘히 방어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훗날 과세관청이 절차를 치유하여 재부과하려는 시도 자체를 내용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전략 4] 해명 요구 초기 단계부터 외부 전문가의 방패를 세워라

기한 만료 직전에 과세관청으로부터 "ㅇㅇ건에 대해 소명해 달라"며 날아오는 가벼운 해명 안내문이나 유선 전화를 단순한 업무 협조 요청으로 치부하고, 실무자가 회사 내부의 가공되지 않은 raw data를 필터링 없이 덜컥 제출하는 경우가 실무에서 허다합니다.

이것은 스스로 목을 조르는 가장 위험한 행위입니다. 만료에 쫓기는 과세관청은 어떻게든 과세 근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기업이 선의로 제출한 단어 하나, 서류 한 장이 조세 포탈의 고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둔갑할 수 있습니다. 해명 요구를 받는 즉시 내부적으로 TF를 구성하고, 사내 법무팀은 물론 조세 소송과 심판 경험이 풍부한 외부 변호사나 세무 전문가 그룹의 컨설팅을 즉각 투입하여 초기 진술의 방향과 제출 자료의 수위를 철저히 통제해야 합니다.


8. 맺음말

기업을 경영하고 무역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세금과 관세는 피할 수 없는 비용이자 리스크입니다. 과거에는 "국가가 국고를 채우고 조세를 징수하는 공익이 우선이므로, 행정 절차가 다소 거칠고 미흡하더라도 납세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가 팽배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습니다. 대법원 2023두41659 판결은 "아무리 징수의 필요성이 다급하고 국가 재정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희생양으로 삼는 과세권의 행사는 법치국가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묵직하고도 통쾌한 철퇴를 내린 것입니다.

5년 6개월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납세자를 안심시켜 놓고, 기한을 단 열흘 앞두고 절차를 건너뛰어 발부된 4억 원짜리 고지서. 법원은 이를 정당한 세금 징수가 아니라 국가 권력의 남용으로 판단했습니다. 일선에서 기업의 재산과 권리를 수호하시는 실무 담당자 여러분께서는 이 판례의 숭고한 취지와 예리한 법리를 든든한 무기로 삼아, 과세관청이나 세관의 무리한 기습 과세 앞에서도 절대 위축되지 말고 정당한 절차적 권리를 당당하고 품위 있게 요구하시기를 바랍니다.


[중요 안내 및 면책 공고]

본 칼럼은 대법원 판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알기 쉽게 작성된 참고용 자료입니다. 조세 및 관세 행정 소송은 기업의 업종, 구체적인 거래의 성격, 신고의 형태, 과세관청의 통지 시기와 방식 등 수백 가지의 변수에 따라 적용되는 세부 법리와 재판부의 판단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매우 고도의 전문 영역입니다. 세상에 본 사건과 완벽히 동일한 사실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 글의 내용을 개별 사건에 임의로 직접 적용하여 발생하는 법적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으며, 실제 조세 분쟁이나 기습적인 세금 부과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대응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조세법에 정통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직접 대면 상담하시어 자사만의 맞춤형 방어 전략을 수립하시기를 강력히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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