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공익 vs 사익 사이에서 법원의 판단
- barristers0
- 2024년 8월 23일
- 4분 분량
개요
이 사건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Q'의 운영자 A와 제보자 B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1심에서는 A에 대해 무죄, B에 대해 일부 유죄가 선고되었고,
2심에서는 A, B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3심에서는 상고가 기각되어 2심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피고인
피고인 A: 'Q' 사이트 운영자로서 제보자들로부터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사이트에 게시하는 역할을 담당
피고인 B: A에게 전 배우자인 피해자 T의 신상정보를 제보하고, 자신의 SNS에 T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
범죄사실
A는 제보자들로부터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들(W, Z, AC, AF, T)의 사진, 실명, 거주지 등 신상정보를 'Q' 사이트에 게시하였고, B는 A에게 T의 신상정보를 제보하여 'Q' 사이트에 게시되도록 하고 자신의 SNS에 T를 비방하는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검사의 주장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 목적에 의한 것으로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며,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습니다.
피고인 측의 주장
'Q' 사이트는 양육비 지급 촉구를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며, 피고인들에게는 비방의 목적이 없었고 피해자들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합니다.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Q' 사이트 게시 행위에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비방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A와 B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B의 SNS 게시 행위에 대해서는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심 법원은 'Q' 사이트 게시 행위에 대해서도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A와 B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Q' 사이트가 양육비 지급 촉구라는 공익적 목적도 있지만 신상정보 공개를 통해 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공개되는 정보의 내용과 범위가 과도하고, 공개 기준과 절차가 자의적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비방 목적을 인정하였습니다.
3심 법원은 상고를 기각하여 2심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양형이유 및 형량
B에 대해 벌금 70만원이 선고되었습니다. 재판부는 B가 양육비 지급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를 제보하고 SNS에 모욕적 표현의 글을 게시한 점 등을 고려하여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초범인 점,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A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에 형 선고를 유예하였습니다. A가 이 사건 사이트 운영과 관련하여 이익을 취득한 바 없고, A의 행위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촉구되고 제도 마련에 기여한 점 등을 참작하였습니다.
시사점
이 사건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적 노력이 타인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익적 목적이 일부 있더라도 구체적 정황에 비추어 비방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위법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다만 선고형을 정함에 있어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의에 기여한 측면 등도 참작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
습니다.
앞으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주도의 제도 개선과 함께, 개인 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판결의 내용 중 중요부분 발췌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위 게시글들이 광범위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위 사실이 전파된 상대방들은 피해자를 양육비 미지급자로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국가・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위 피해자가 비난의 대상이 되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에 한정될 것은 아니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취지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족한 것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 등 참조).
법원이 비방할 목적을 인정한 이유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아래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사이트는 2018. 7.경 양육비채권자의 제보를 받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여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하여 설립된 것으로, 이 사건 사이트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bad father'를 공개하는 취지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이 양육비를 주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2) 이 사건 사이트에는 양육비 미지급자가 'bad father'와 'bad mother'로 분류되어 이름, 출생년도, 거주 지역, 직업 내지 직장명, 얼굴 사진, 전화번호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게시 글이 등록되어 있다. 게시 글은 각각 따로 작성되었으나, 명단 형식으로 목록화되어 있고,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과 이름이 잘 드러난 제목을 누르면 자세한 신상정보가 기재된 글로 연결된다.
3) 이 사건 사이트의 운영과 관계된 사람들은 제보자로부터 집행권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에 대한 자료를 전달받아 이 사건 사이트에 게시 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였다. 게시 글 작성과 관련하여, 관계자들은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은 자료를 근거로 집행권원 등을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이외에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양육비 미지급 금액의 다소 또는 미지급 경위, 사유 등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치지는 아니하였고, 게시 여부를 결정하면서 이러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하였다. 신상정보 공개 글 게시 여부는 사실관계에 대한 쌍방의 확인 내지 검증 없이 양육비채권자의 일방적 제보 및 자료 제공에 따라 결정되었고, 이후 위 글의 삭제 역시 양육비채권자의 양육비 지급사실 확인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일부 피해자의 경우 개별적 사정이 반영되지 않은 채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다.
가) 피해자 공소외 5의 경우, 양육비 조정조서에 따른 양육비 지급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이 사건 사이트에 신상정보 공개 글이 게시되었고, 피고인 1은 이에 대해 피해자 공소외 5로부터 항의를 받았음에도 제보자인 피고인 2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사진을 내려줄 수 있다며 피해자 공소외 5의 삭제 요청을 거절하다가 이후 관련 게시 글을 삭제한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사과문을 게시하였다.
나) 피해자 공소외 1의 경우, 매월 100만 원의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었으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하여 법원에 양육비 감액 신청을 하였고, 이후 감액된 30만 원을 지급하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사이트에 신상정보 공개 글이 게시되었다.
4) 이 사건 사이트는 별도의 회원 가입절차 없이 누구나 게시 글을 열람할 수 있었고, 하루 평균 방문자는 약 7~8만 명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사이트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후 다수의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나. 관련 법리를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사이트 게시 글과 관련하여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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