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라인포스트 애자를 국내산으로 속여 납품한 사기 사건 - 대법원 2021도7567 판결의 시사점
- barristers0
- 2024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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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이 글에서는 대법원 2021도7567 판결의 내용을 상세히 분석하여, 중국산 라인포스트 애자를 국내산으로 속여 납품한 사기 사건의 경위와 쟁점,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유사한 상황에서의 실무적 대응방안과 법적 리스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피고인:
이 사건의 피고인은 A씨로, 피고인 회사 B주식회사의 대표이사입니다.
사건의 경위:
피고인 회사는 2017년과 2018년,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라인포스트 애자 납품 입찰에 참여하여 낙찰되었습니다. 입찰 조건은 국내 또는 정부조달협정 체결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었으나, 피고인은 중국산 완제품을 수입하여 마치 자사 공장에서 생산한 것처럼 포장만 바꿔 납품하였고, 이에 속은 한전으로부터 65억여원의 납품대금을 편취하였습니다.
검사의 주장:
검사는 피고인이 입찰 조건을 위반하고 중국산 완제품을 납품한 사실, 이로 인해 한전을 기망하여 65억여원을 편취한 점 등을 근거로 사기죄 성립을 주장하였습니다. 한전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규정, 계약 조건, 내부 규정 위반 등을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자신들이 중국산 완제품을 납품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수입 검사를 거쳐 납품한 만큼 국내 생산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관련 규정상 생산 전 과정을 국내에서 해야한다는 조항이 없고, 오히려 생산 공정에 재량이 있다는 점, 품질에 하자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사기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이 사건 입찰공고의 내용은 물품구매계약에 편입되어 계약의 내용을 구성한다"면서 "중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하여 납품하는 것은 계약상 의무 위반"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공급자격 취득시 제출한 서류와 다른 방식으로 생산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입찰 참가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과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한전의 의사가 명백했다"면서 "완제품 수입 납품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기망행위와 편취액 인정,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면서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다만 피고인 회사가 사후적으로 하자보증기간을 연장하고 미설치 제품을 반품하기로 한 사정을 양형에 고려하였습니다.
시사점:
이 판결은 공공입찰 참여시 요구되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고 입찰에 참여하거나, 계약 내용과 다른 물품을 납품하는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사례입니다. 설령 납품한 물품의 품질에 하자가 없더라도, 발주처를 기망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편취했다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다만 모든 계약 위반행위가 사기죄로 의율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계약 당시 입찰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그 위반으로 말미암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더라도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법이 계약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따라서 단순한 계약 위반이 아니라 계약 체결 및 이행 단계에서의 기망행위 유무, 상대방의 착오 유발, 처분행위와의 인과관계, 편취의 고의 등 사기죄의 구성요건 해당 여부를 구체적 사실관계에 비추어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특히 공공조달계약의 경우 관련 법령과 규정, 입찰공고문과 계약서 등에 명시된 요건을 철저히 준수하고, 의문사항이 있으면 반드시 발주처에 문의하여 명확히 확인받아야 합니다. 계약상 급부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상당한 법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유사한 상황에 처한 경우라면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면밀한 사실관계 분석과 법령 해석, 항변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이 글의 내용은 해당 판결의 사안에 국한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의 적용 가능성은 개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판결의 중요 부분 발췌>
"피고인 회사가 위반한 입찰참가자격의 요건은 '제조업체로서 완제품을 수입하여 납품하지 아니하고 제품을 직접 생산하여 납품할 의무'로서, 이러한 요건은 단순히 계약상 급부의 내용과 무관한 국가적 공공적 법익을 증진하기 위해 규정된 것이 아니라, 계약의 목적물인 제품의 품질 및 계약의 이행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위 입찰참가자격 요건의 위반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피고인 A은, 피고인 B이 이 사건 각 입찰에 낙찰되어 피해자와 사이에 이 사건 각 물품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피해자에게 국내 또는 정부조달협정국가에서 생산 제조된 라인포스트 애자를 공급하여야 함에도 피고인 B로 하여금 중국에서 생산된 라인포스트 애자를 수입하여 그 중 이 사건 애자를 피해자에게 공급하게 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판시 물품구매대금 합계 6,584,244,193원을 지급하게 하여 이를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