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 수입 관세 부과 취소 및 재현권 과세 제외 판례 핵심 쟁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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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주 수입 관세 부과 취소 및 재현권 과세 제외 판례 핵심 쟁점 분석
들어가며..
이 글은 실제 법원의 판례(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 내용을 바탕으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 산정 및 부가가치세 경정청구와 관련된 핵심 쟁점을 일반 개인과 기업의 실무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 위한 글입니다. 관세법과 부가가치세법 등 조세 관련 법률은 경제 상황과 국가 정책에 따라 수시로 개정되며, 대법원 및 하급심의 판례 역시 시대적 흐름이나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후의 입법으로 법이 변경되거나 판례가 변경된 경우에는 이 글의 내용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글은 조세 및 관세와 관련된 법리를 이해하고 실무적 감각을 익히기 위한 참고 용도로만 활용하여야 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둡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첨단 바이오 산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생물학적 자원(균주 등)의 수입과 관련하여, 막대한 수입 대금 중 이른바 '재현권(재현생산권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관세 부과 대상에서 어떻게 제외될 수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수입물품 과세가격과 재현권(복제권) 과세 제외의 실무적 배경
기업이 해외에서 고도의 기술력이나 특허가 집약된 핵심 원료, 시제품, 또는 생물학적 자원(균주 등)을 수입할 때, 과세관청(세관)과 수입기업 간에는 종종 '과세가격(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가격)'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발생합니다. 수입물품에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의 산정 기준인 과세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기업이 납부해야 할 세금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1. 관세법상 과세가격(Dutiable Value) 결정의 원칙
수입 물품에 세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을 '과세가격'이라고 합니다. 관세법 제30조 제1항에 따르면,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특허권, 상표권 등 특정 권리의 사용료(로열티) 등 일정한 가산 요소를 더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산정합니다.
이는 곧, 국경을 통과하여 반입되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물건값뿐만 아니라, 그 물건에 녹아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권이나 상표의 가치까지 합산하여 세금을 매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세관청은 공평한 과세를 위하여 수입물품과 밀접하게 관련된 권리사용료가 수입 거래의 조건으로 지급된 경우, 이를 과세가격에 포함시켜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징수합니다.
1.2. 관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재현권(Right to Reproduce)'의 과세 제외 특례
하지만 관세법은 무형자산에 대한 대가를 무조건 과세가격에 포함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관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은 특허권 등의 권리사용료를 과세가격에 더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괄호 안에 매우 중요한 예외 조항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고안이나 창안이 구현되어 있는 수입물품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에서 그 고안이나 창안을 다른 물품에 재현하는 권리를 사용하는 대가는 제외한다."
이른바 '재현권(재현생산권리)'에 대한 규정입니다. 재현권이란 수입된 물품을 원형이나 청사진으로 삼아, 수입국(우리나라) 내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품을 복제, 배양, 재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관세는 그 본질상 '수입신고를 하는 시점'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입니다(관세법 제16조). 그런데 수입물품을 국내에 들여온 '이후'에 국내의 자본, 노동력, 설비를 투입하여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권리인 재현권은 수입신고 당시 국경을 통과하는 수입물품 자체의 가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재현권의 사용 대가는 수입물품의 가치와 엄격히 분리되어 별도로 취급되어야 하며, 관세 부과 대상인 과세가격에서 제외하는 것이 공평하고 합리적인 조세 법리에 부합합니다.
1.3. 부가가치세 경정청구 제도의 활용
수입기업이 세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거액의 부가가치세와 가산세를 고지받은 경우, 기업은 가산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세금을 납부(수정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납부 이후에 납세자는 과세관청에 "법정 기준보다 세금을 너무 많이 냈으니, 잘못 낸 세금을 다시 계산하여 돌려달라"고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데, 이를 '경정청구(Request for Rectification)'라고 합니다. 과세관청이 이 경정청구를 거부하면(경정청구 거부처분), 납세자는 조세심판원을 거쳐 행정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룰 사건 역시, 바이오 기업이 수입한 생물학적 균주 샘플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수입 대금 전액을 과세가격으로 보아 세금을 부과하자, 기업이 세금을 선납한 후 '재현권' 법리를 근거로 경정청구를 제기하여 승소한 사례입니다.
2. 사건의 발생 및 기초 사실관계의 재구성
이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에 어떠한 계약이 체결되었고, 자금과 물품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사실관계에 입각하여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2.1.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대체 균주 확보의 필요성
국내에서 각종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 원고(이하 'A회사')는 201X년경부터 동종 업계의 경쟁사인 G회사와 치열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 분쟁의 핵심은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균주의 출처와 영업비밀 성립 여부였습니다.
A회사는 소송 과정에서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보툴리눔 균주는 굳이 특정 기업의 영업비밀을 훔치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적법한 계약을 통해 손쉽게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이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독점적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강력한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2.2. 해외 자산 양도 계약의 체결 및 거액의 대금 지급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A회사는 202X년경, 미국 등 해외에 소재한 B회사 및 그 완전 자회사인 C회사(이하 위 두 회사를 통칭하여 '해외 판매자')와 접촉했습니다. A회사는 이 해외 판매자와 사이에 이 사건 균주에 관한 '물질 라이선스, 판매 및 양도 계약(LICENSE, SALE, AND MATERIAL TRANSFER AGREEMENT, 이하 '이 사건 계약')'을 전격적으로 체결하였습니다.
이 계약에 따른 총 대금은 미화 1,000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었습니다. A회사는 계약의 안전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에스크로(Escrow) 계좌로 지정된 제3자 명의의 은행 계좌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대금 전액(예: 1차 700만 달러, 2차 300만 달러)을 해외 판매자 측에 완납하였습니다.
2.3. 소량의 균주 샘플 수입과 세관의 관세조사
계약 체결 및 대금 지급 이후, A회사는 해외 판매자 중 C회사로부터 의약품 파우더나 액체를 보관하는 작은 플라스틱 또는 유리 용기인 바이알(Vial) 형태의 '균주 샘플 6ml(1ml 단위의 바이알 6개, 이하 '이 사건 수입물품')'를 국내로 반입하였습니다. A회사는 해당 물품을 수입하면서 관할 세관(피고)에 수입신고를 하였고, 세관은 별다른 제지 없이 이를 그대로 수리하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약 1년 뒤에 발생했습니다. 피고인 세관은 A회사에 대하여 관세법에 따른 강도 높은 관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세관은 A회사가 수입신고를 할 당시, 이 사건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구성하는 실제 지급 가격의 대부분을 누락하여 헐값에 신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A회사가 해외 판매자에게 지급한 1,000만 달러 전체가 사실은 저 6개의 바이알(이 사건 수입물품)을 사기 위한 대금임에도 이를 속였다는 취지였습니다. 세관은 누락분에 대한 막대한 추징결정을 A회사에게 통지하였습니다.
2.4. A회사의 세금 납부 및 경정청구 소송 제기
세관의 결정에 따라 A회사는 수십억 원(예: 부가가치세 약 10억 원 및 가산세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수정신고한 후 전액 납부해야만 했습니다. 조세 행정상 가산세의 누적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A회사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A회사는 세관에 "우리가 수입신고한 과세가격 중 수정신고를 강요당한 금액, 즉 1,000만 달러의 대부분은 물리적인 수입물품(균주 6ml)에 대한 단순한 구매 대금이 아니다. 이 돈은 균주를 배양하고 재생산할 권리(재현권)에 대한 대가이므로, 관세법상 과세가격에서 전면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세관은 이 청구를 단칼에 거부(이 사건 처분)하였고, 조세심판원의 심사청구마저 기각되면서 결국 이 분쟁은 법원의 치열한 법리 공방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3. 핵심 쟁점별 당사자의 주장 대립 분석
이 사건 행정소송에서 원고(수입자인 A회사)와 피고(과세관청인 세관장)는 지급된 대금의 성격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핵심 쟁점 구분 | 원고(A회사)의 승소 논리 및 주장 | 피고(과세관청)의 과세 정당성 주장 |
쟁점 1: 이 사건 계약의 진정한 목적물은 무엇인가? | 대금 전액이 수입된 물품의 대가가 아니다. 계약의 목적물은 수입된 적이 없는 '해외 은행에 보관된 균주 자산(Asset) 전체'이다. | 이 사건 계약은 국내로 수입된 '균주 샘플 6ml' 자체를 목적물로 하는 단순 매매계약이다. |
쟁점 2: 지급한 대금 전액이 '실제로 지급한 가격'인가? | 대금 전액은 수입물품을 연구하고 배양, 재생산하는 권리 즉, 관세법상 '재현권(재현생산권리)'에 대한 대가이므로 과세가격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적어도 대금 안에 재현권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 | 대금은 수입물품의 소유권, 상용화권 등 일체의 권리 이전에 대한 대가이므로 전액이 관세법 제30조의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한 가격'에 해당한다. 특허권 등 예외 조항은 관련이 없다. |
쟁점 3: 세관의 경정청구 거부처분은 적법한가? | 재현권 대가가 과세가격에 포함되었으므로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부가가치세의 재화 수입 전제 요건도 결여되었다. | 매매계약에 따른 정당한 대금에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것이므로 처분은 완전히 적법하다. |
법원은 이러한 양측의 팽팽한 주장을 바탕으로, 이 사건 계약서(영문)의 세부 조항을 하나하나 해부하며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하에서는 법원의 논리적인 쟁점 판단 과정을 상세히 서술합니다.
4. 법원의 판단 1: 이 사건 계약의 진정한 목적물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쟁점은 "A회사가 1,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도대체 무엇을 구매했는가"입니다. A회사는 수입된 6ml의 샘플은 진짜 목적물이 아니고 해외에 있는 자산 전체를 샀을 뿐이라고 방어벽을 쳤습니다. 법원은 계약서의 문언을 통해 이 주장의 진위를 엄밀히 가려냈습니다.
4.1. 균주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이전되었는가?
관세법상 매매계약이 성립하고 대금이 물품의 대가로 인정받으려면 물품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원고인 A회사는 대금 전액이 균주의 소유권이 아닌 재현권 등의 사용 대가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회사의 이러한 주장을 단호히 배척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 사건 계약서 제2.1조(Purchase)에는 "판매자는 자산(Asset)에 대한 모든 소유권, 권리 및 이익을 구매자에게 영구적으로 판매, 전달, 양도, 이전 및 인도합니다"라고 매우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둘째, A회사가 이 계약을 체결한 근본적인 배경이 중요합니다. A회사는 당시 경쟁사인 G회사와의 분쟁에서 '우리도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상업용 *** 균주를 돈을 주고 구매하여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계약 문언과 체결 목적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균주 자체의 '소유권 이전'이 계약 목적물에 명백히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판단이었습니다.
4.2. 계약의 목적물이 '해외 자산 전체'인가, '수입된 샘플'인가?
A회사는 "계약서상 '자산(Asset)'은 해외의 F 균주 은행에 보관된 *** 균주 전체를 의미하며, 이는 국내에 수입된 바 없으므로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수입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로 들여온 6개의 바이알은 그저 자산이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지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용 '샘플'에 불과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법원은 계약서에 정의된 'Sample(샘플)'과 'Viability(생존력, 활성)'의 개념을 매우 깊이 있게 분석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의 궁극적인 목적물이 다름 아닌 '국내로 수입된 활성 샘플 자체'라고 보았습니다. 그 논리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Sample(샘플)'의 독자적이고 엄격한 정의
이 사건 계약서 제1.19조에 의하면 '샘플(Sample)'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견본품이나 화장품 테스터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샘플은 "미생물학적으로 순수한 활성 물질의 충분한 양을 의미하며, 의도된 목적에 유용한 것"으로 고도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즉, 샘플은 해외 자산과 분리된 껍데기가 아니라, 자산 중에서 A회사가 요구하는 완벽한 성질을 갖춘 핵심 정수(精髓)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2) 까다로운 'Viability(활성)' 요건의 충족
생물학적 자원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생물체가 살아 숨 쉬며 원하는 독소를 뿜어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계약서 제1.23조는 "Viable(활성 있는)"의 요건을 극도로 까다롭게 정의했습니다.
배양 확인: 콜로니(군집) 형태학 시험을 통해 *** 콜로니를 생성하고 정상 배양이 가능할 것
오염 한계: 진균 및 세균 한계 시험을 통해 샘플이 오염되지 않았음이 확인될 것
포자 비형성: 포자형성 시험을 통해 포자를 형성하지 않을 것
독소 생성: 웨스턴 블롯(Western blot), 생화학적 반응 시험 등을 통해 균주가 타겟으로 하는 *** 독소 A형을 정확히 생성함을 확인할 것
이러한 분석 과정을 거쳐 'Viable' 하다고 판정된 샘플만이 비로소 이 계약의 유효한 인도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3) 대금 지급 및 계약 종료의 결정적 조건
계약서 제2.2조와 제2.5조에 따르면, A회사가 6개의 샘플을 수령한 뒤 자체 분석을 통해 "적어도 하나의 샘플이 Viable하다"는 서면 통지를 해외 판매자에게 제공해야만 거액의 마일스톤(Milestone) 대금이 지급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수입된 샘플 중 단 하나도 Viable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판매자가 해외 은행에 막대한 균주 자산(재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Viable한 샘플의 인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사건 계약은 곧바로 종료된 것으로 간주되며 선불금도 반환해야 합니다.
(4) 소결: 수입된 샘플이 곧 계약의 목적물이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의 주장대로 목적물이 해외 자산 전체라면 검증이 끝난 후 나머지 자산 전체를 언제 어떻게 인도할 것인지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전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A회사는 경쟁사와의 소송 방어를 위해 균주 샘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했으므로, 굳이 필요 이상의 전체 균주 재고를 가져올 이유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의 진정한 목적물은 막연한 전체 자산이 아니라, "Viability 요건을 충족하여 국내로 수입된 최소 6개 이상의 샘플"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A회사의 방어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세관의 '물품이 실제로 수입되었다'는 주장이 일차적으로 승리한 것입니다.
5. 법원의 판단 2: 지급한 대금이 관세법상 '실제 지급 가격'에 해당하는가? (재현권의 인정)
첫 번째 쟁점에서 "수입된 샘플이 계약 목적물이고 소유권도 넘어왔다"는 것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세관청의 논리대로 A회사가 지급한 1,000만 달러 전액을 '샘플 6바이알의 가격(실제 지급 가격)'으로 보아 수십억 원의 세금을 물리는 것이 정당할까요?
여기서 재판의 승패를 뒤집는 극적인 법리적 반전이 일어납니다. 법원은 1,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 관세법상 '재현권' 예외 법리를 등판시켰습니다.
5.1. 물품 대금과 권리사용료의 엄격한 분리 원칙
법원은 관세법령의 체계와 입법 취지를 상세히 설시하였습니다. 관세법은 수입물품에 대한 대가(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한 가격)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리사용료를 원칙적으로 별개의 것으로 취급합니다. 다만, 조세 회피를 막고 공평한 과세를 도모하기 위해 수입물품과 '관련성' 및 '거래조건성'이 인정되는 특허권 등의 로열티만 예외적으로 과세가격에 가산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5.2. 재현권 대가는 왜 과세가격에서 제외되는가?
가장 중요한 점은, 관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이 "재현권의 사용 대가는 과세가격에 가산되는 권리사용료에서 완전히 제외한다"고 못 박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0.2.27. 선고 2018두57599)가 밝히는 그 이유는 명쾌합니다. 관세는 원칙적으로 물품이 세관을 통과하여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물리적 성질과 수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그런데 재현권은 수입신고가 완료된 이후에, 수입국 내에서 발생할 생산 활동에 대한 권리입니다. 국경을 통과할 당시의 수입물품 그 자체의 본질적 가치와는 인과관계가 떨어지므로, 재현권 대가는 수입물품의 가치와 엄격하게 별도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논리입니다.
5.3. 이 사건 대금에 '재현권' 대가가 포함되어 있는가?
법원은 A회사가 체결한 이 사건 계약서에 담긴 권리의 범위를 재조명했습니다. 과연 A회사는 단순히 샘플 6개를 소장하기 위해 1,0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계약서 제2.1조(Purchase)는 판매자가 A회사에게 다음과 같이 무한에 가까운 광범위한 권리를 양도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자산을 사용(Use), 상업화(Commercialize), 제작(Make), 판매(Sell), 수입(Import), 수출(Export)할 권리
보유(Possess), 가공(Process), 배양(Culture), 복제(Reproduce), 파생물 생성(Create derivatives)을 할 수 있는 모든 권리
법원은 이러한 계약의 문언과 여러 정황 증거들을 종합하여 강력한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이 사건 계약의 진정한 목적은 수입된 샘플을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샘플이 지닌 유전적 특성을 활용하여 국내에서 대량으로 배양하고 의약품을 생산하는 상업적 활용에 있다.
*** 균주의 특정한 성질(A형 독소 생성 등)이 구현되어 있는 이 사건 수입 샘플을 국내에서 배양, 가공, 복제하여 의약품 생산에 사용하는 권리는 정확하게 관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이 정의하는 '재현권(특정한 고안이나 창안을 다른 물품에 재현하는 권리)'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나아가 A회사 스스로도 세무 처리 과정에서 이 거액의 대금을 법인세법 제93조가 규정하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사용료 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동법 제98조에 따라 원천징수를 성실히 수행한 사실이 확인된다.
5.4. 소결: 세관장의 과세처분은 위법하다
법원의 논리를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A회사가 지급한 1,000만 달러 안에는 분명히 물리적인 샘플(수입물품) 자체의 값도 들어있지만, 그보다 훨씬 거대한 가치인 '수입물품에 대한 재현권의 사용 대가'가 혼재(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관세법상 재현권 대가 부분은 절대로 과세가격에 포함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세관장은 1,000만 달러 전체를 단순 물품 대금으로 취급하여 막대한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이 대금 중 재현권의 사용 대가 부분까지 과세가격에 포함시킴을 전제로 한 세관의 부가가치세 경정청구 거부처분은 명백히 위법하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 판단이었습니다. 원고(A회사)의 역전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6. 법원의 판단 3: 취소의 범위 (얼마를 깎아주어야 하는가?)
세관의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은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떠오르는 실무적인 의문은 "법원이 전체 세금 중 얼마를 정당한 세금으로 인정하고, 얼마를 깎아줄(취소할) 것인가"입니다.
예를 들어 총 1,000만 달러 중 물품값이 1만 달러고, 재현권 대가가 999만 달러라면 그 비율만큼만 세금을 취소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행정소송의 법리는 수학 공식처럼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6.1.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의 증명 책임과 '전부 취소'의 법리
이 대목에서 법원은 조세 행정소송의 중요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두622 판결) 법리를 인용합니다.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는 과세관청이 부과한 세금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느냐에 따라 판단합니다. 당사자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객관적인 과세표준과 세액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만약 법원에 제출된 자료들만으로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적법하게 부과될 정당한 세액'이 산출될 수 있다면, 법원은 과세관청이 부과한 전체 세금 중 그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위법한 부분)만 일부 취소하면 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제출된 자료만으로 정당한 세액을 명확히 계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설프게 일부 취소를 할 수 없으며, 과세처분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과세관청도 아닌데 굳이 스스로 발 벗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부과할 정당한 세액을 이리저리 추정하여 계산해 줄 의무까지 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6.2. 이 사건의 결론: 처분의 전부 취소
이 사건에 대법원의 법리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A회사에 대한 정당한 세액을 정확히 산출하려면, 지급된 대금 1,000만 달러 중에서 다음 세 가지 항목의 금액이 1원 단위까지 명확히 특정되어야 합니다.
물리적인 수입물품(샘플 6바이알) 자체에 대한 순수한 대가
과세가격에 가산되어야 마땅한 각종 일반 권리(재현권을 제외한 소유권 등) 사용에 대한 대가
과세가격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재현권' 사용에 대한 대가
하지만 이 재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세관이나 A회사 양측 모두 이 거액의 대금을 위 세 가지 항목으로 무 자르듯 나눌 수 있는 객관적이고 수량화된 자료(예: 원가 명세서, 가치 평가 보고서 등)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하나의 뭉칫돈으로 계약되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한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 부과 처분은 일부가 아닌 전부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세관장이 부과한 수십억 원의 세금 전체가 공중으로 흩어지게 된 것입니다.
7. 기업 및 해당 업무 실무자를 위한 시사점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바이오 제약사의 조세 소송 승소를 넘어, 첨단 산업(제약, 바이오, IT, 반도체 설계 등)에서 해외 원천 기술, 무형 자산, 생물학적 자원, 시제품 등을 수입하는 수많은 기업의 실무자들에게 막대한 실무적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무형자산의 가치가 폭증하는 현대 경제에서 이 판례가 가지는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7.1. 무형자산 수입 거래에 대한 관세청의 과세 패러다임 변화 경고
과거 제조업 중심 시대에는 눈에 보이는 쇳덩어리나 원자재의 무게와 크기가 곧 가치였습니다. 하지만 첨단 바이오 산업에서 균주 한 방울이나, 반도체 마스터 설계도가 담긴 작은 USB 하나는 수십, 수백억 원의 가치를 지닙니다. 그 가치의 본질은 물리적 매개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보와 유전적 특성'을 활용해 국내에서 양산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폭발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세관)은 여전히 보수적인 관점으로, 해외로 송금되는 외환 기록의 총액 전체를 물리적인 수입물품의 단순 거래가격으로 단정 짓고 세금을 무리하게 추징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판례는 세관의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계약의 실질적 목적이 '수입 이후 국내에서의 배양과 재생산(재현권)'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그 막대한 대가는 수입물품의 관세 과세가격에서 분리되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하급심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해 준 것입니다.
7.2. 영문 계약서 조항의 압도적 중요성 증명
실무자들이 뼈저리게 느껴야 할 대목은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A회사의 '재현권' 주장을 인정해 준 결정적인 무기는 다름 아닌 '계약서의 세부 문언'이었습니다. A회사가 체결한 계약서 제2.1조에는 단순히 "물품을 인도한다(Delivery)"를 넘어, "배양(Culture), 복제(Reproduce), 파생물 생성(Create derivatives)을 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단어들이 없었다면 법원은 A회사가 재현권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이 계약서가 단순히 '균주 매매계약(Sales Contract)'으로만 허술하게 작성되어 있었다면, A회사는 거액의 세금 폭탄을 결코 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7.3. 입증 책임의 무게와 회계 부서와의 긴밀한 협업
조세 분쟁에서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납세자인 기업 스스로가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할 무기를 평소에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A회사가 승소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은밀하고도 강력한 보조 증거는 바로 '법인세법상 원천징수' 기록이었습니다. 수입 부서는 단순히 세관 통관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회계/재무 부서와 소통하여 송금하는 대금의 성격이 '로열티(무형자산 사용료)'인지 '물품 대금'인지를 사전에 조율해야 합니다. 관세(세관)와 내국세(국세청) 처리가 엇박자를 내면 소송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8. 변호사가 제안하는 조세불복 및 승소 전략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기업의 실무자나 대표이사께서 유사한 형태의 무형자산(IP)이나 고가의 샘플이 포함된 수입 거래를 기획하고 계시거나, 이미 세관의 끈질긴 관세조사를 받고 계신다면 다음의 단계별 승소 및 방어 전략을 반드시 숙지하여 실무에 적용하시기 바랍니다.
전략 1: 계약 체결 전 단계 - "대금의 쪼개기와 마법의 키워드 삽입"
가장 완벽한 조세 방어는 세관의 조사가 시작되기 1~2년 전, 즉 해외 기업과 영문 계약서를 초안하고 체결하는 단계에서 이미 완성되어야 합니다.
물품값과 권리금의 명시적 분리 (Unbundling): 1,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다면, 계약서와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에 절대 뭉뚱그려 '균주 일체 매매대금 1,000만 달러'라고 적지 마십시오. 물리적 물품인 균주 샘플 바이알 자체의 순수 제조 및 운송 실비(예: 1만 달러)와, 이를 수령한 후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배양하고 상업화하는 권리에 대한 대가인 재현권(예: 999만 달러)을 계약서 별지(Appendix)나 본문에 명확하게 나누어 기재해야 합니다.
관세법상 면세 요건에 부합하는 키워드 사용: 영문 계약서 작성 시, 국내 관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의 '재현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단어들을 권리 양도 조항에 의도적으로 촘촘히 박아 넣어야 합니다. Reproduce(복제하다), Replicate(재현하다), Culture(배양하다) 등의 용어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전략 2: 수입 통관 및 회계 처리 단계 - "세무와 관세의 일관성 유지"
회계 부서와의 얼라인먼트(Alignment): 계약 대금을 해외로 송금할 때, 관세법상 과세가격에서 제외되는 무형자산 사용료 부분에 대해서는 원천징수 등 내국세법상 로열티에 걸맞은 적법한 세무 처리를 완료해 두어야 합니다. 이 사건 판례처럼 "우리는 이미 이 돈을 무형자산 로열티로 보아 국세청에 세금을 신고했다"는 사실은, 세관의 "전부 물품 대금이다"라는 주장을 방어하는 결정적 방패가 됩니다.
활성(Viability) 테스트 결과의 문서화: 고가의 생물학적 샘플을 수입하는 경우, 단순한 창고 보관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활성 테스트를 거쳐 배양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내부 연구 노트, 이메일 통지서 등을 차곡차곡 모아두어야 합니다. 이는 재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전략 3: 관세조사 및 조세 불복 단계 - "재현권 법리의 적극적 공세와 전부 취소 전략"
세관에서 과세 예고 통지가 날아왔다면 당황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논리적 성격 규명: 과세관청 조사관이 "송금된 1,000만 달러 전액이 물품값이다"라고 압박할 때, 해당 대금이 수입물품과 '동일체'를 이루어 과세되어야 하는 일반 특허권인지, 아니면 수입 '이후'의 과정을 통제하여 비과세되어야 하는 '재현권'인지를 관세법령에 근거하여 날카롭게 구분하고 서면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전부 취소를 노리는 쟁송 전략: 만약 불가피하게 세금이 부과되어 조세심판원이나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면, 억지로 정당한 세액을 계산하려고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 판례의 핵심 승리 공식처럼 "세관은 막대한 금액 중 물품 대금과 재현권 대가를 수량화하여 객관적으로 구분해 내지 못했다. 정당한 세액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이 위법한 과세처분은 '전부 취소'되어야 한다"는 확립된 법리를 강력하고도 집요하게 주장하여 승소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9. 맺음말 및 책임제한 문구
이 글은 판결문 내용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판례와 동일한 상황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실제 법적 분쟁이 발생했거나 행정 제재를 앞두고 계신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변호사)와 상담하여 귀하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조언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본 보고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