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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으로 만든 부품 때문에 “입찰 금지” 될 뻔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왜 처분을 취소했을까요

  • 19시간 전
  • 16분 분량

들어가며..

이 글은 실제 법원에서 선고된 판례(서울행정법원-2024구합73288)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재판부의 판결 논리를 바탕으로, 공공조달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직접생산 의무 위반'과 그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입찰참가자격 제한)'의 핵심 쟁점을 일반인과 기업의 실무자들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국가와 기업 간의 계약을 규율하는 법령과 행정청의 내부 지침, 그리고 고시 등은 산업의 변화와 정책적 필요에 따라 수시로 개정됩니다. 따라서 이후의 입법으로 법이 변경되거나 상급심 및 다른 하급심의 판례가 변경된 경우에는 본 글에서 설명하는 법리가 귀하의 사안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보고서는 행정소송의 전반적인 흐름과 국가계약법상의 법리를 이해하고 실무적인 감각을 익히기 위한 교육 및 참고 용도로만 활용하여야 합니다. 실제 법적 분쟁에 직면한 기업이나 개인은 본 글의 내용을 맹신하여 스스로 판단하지 마시고, 반드시 관련 법률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나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어 구체적인 타당성을 검토받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사건의 배경: 공공조달 시장의 생명줄과 행정청의 철퇴

대한민국의 공공조달 시장은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이 집행되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국가 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이른바 '수요기관'들은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각종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며, 이는 수많은 중소기업에게 있어 회사의 존립과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판로가 됩니다. 국가는 이러한 공공조달 시장을 단순히 물품을 싸게 구매하는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고, 국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며 나아가 국가 산업의 근간을 튼튼히 하기 위한 정책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제도'와 '직접생산 확인제도'입니다. 직접생산 확인제도란,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특정 제품군에 대해서는 단순히 유통망만 갖춘 기업이나 값싼 해외 제품을 수입하여 라벨만 바꿔치기하는 이른바 '무늬만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실제로 국내에 공장을 갖추고 생산 인력을 고용하여 제조 활동을 영위하는 진정한 중소기업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어떤 기업이 이러한 직접생산 기준을 어기고 다른 회사가 만든 완제품이나 핵심 부품을 사다가 자신이 만든 것처럼 납품한다면, 이는 성실하게 땀 흘려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선량한 중소기업들의 기회를 부당하게 뺏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따라서 관계 법령은 이러한 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하여 일정 기간 동안 모든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자격을 박탈하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 즉 부정당업자 제재를 가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글에서 다루게 될 사건은 태양광발전장치를 전문적으로 제조하여 공공기관에 납품해 온 우량 중소기업인 'A 회사'와 대한민국 공공조달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 행정기관인 'B 행정청' 사이에서 발생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다루고 있습니다.


A 회사는 과거 수년에 걸쳐 B 행정청과 태양광발전장치에 대한 우수제품계약 및 다수공급자계약 등 수십 차례에 걸친 수정계약을 체결하며 전국의 수많은 공공건축물과 설비 현장에 태양광발전장치를 성공적으로 납품하고 설치해 온 실력 있는 기업이었습니다. 태양광발전장치는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모듈,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꾸어 주는 인버터, 전기를 모아주는 접속반, 그리고 이 무거운 설비들을 야외의 강풍과 폭설 속에서도 튼튼하게 버티게 해주는 철제 지지대(구조물) 등 복잡한 요소들이 결합된 융복합 설비입니다. A 회사는 이러한 설비들을 각 수요기관의 현장 상황에 맞게 설계하고 설치하는 과정을 주도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B 행정청은 A 회사를 상대로 청천벽력 같은 처분을 내리게 됩니다. B 행정청은 A 회사가 체결한 일련의 계약들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설계서에 명시된 기준 규격보다 낮은 품질의 다른 자재를 임의로 사용하였고, 법적으로 반드시 A 회사의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야 하는 핵심 부품들을 다른 업체로부터 몰래 공급받아 납품하는 등 이른바 '부실, 조잡, 부당한 시공 및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B 행정청은 A 회사에 대하여 수개월 동안 어떠한 공공기관의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전격적으로 단행하였습니다.

회사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공공조달 시장에 의존하고 있던 A 회사에게 있어 수개월 간의 입찰 참여 배제는 단순히 몇 달간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의미를 넘어, 회사의 자금줄이 끊기고 수십 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으며 결국 파산에 이를 수도 있는 사실상의 '기업 사형 선고'와 다름없었습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부 규정 위반의 정도에 비해 국가의 처벌이 너무나도 가혹하고 억울하다고 느낀 A 회사는, 즉각 관할 행정법원에 B 행정청의 제재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송에서 양측은 행정처분의 절차적 정당성부터 시작하여, 태양광발전장치의 부품인 '지지대'가 법률상 직접 생산해야 하는 '구조물'에 해당하는지, 현장 여건에 따라 부품을 변경한 행위가 계약 위반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가 기업에 내린 징벌의 수위가 과연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등 다양한 쟁점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법리적 대결을 펼쳤습니다. 지금부터 법원이 어떠한 논리로 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내었는지, 그리고 벼랑 끝에 몰렸던 기업이 어떠한 승소 전략을 통해 기적적으로 처분 취소라는 결과를 얻어내었는지 각 쟁점별로 깊이 있게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쟁점: 행정처분의 절차적 흠결과 '이유 제시 의무'

국가 기관이 우월적인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이나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를 법률 용어로 '침익적 행정처분'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침익적 처분은 상대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법체계는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을 구현하기 위하여 「행정절차법」이라는 강력한 절차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아무리 행정청이 실체적으로 올바른 이유를 가지고 기업을 제재하려고 하더라도, 법이 정한 엄격한 절차를 밟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면 그 처분은 독수가실의 원칙에 따라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 법원에 의해 무효로 선언되거나 취소될 수 있습니다.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의 본질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학문적으로 '이유 제시 의무'라고 부릅니다. 이 제도는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첫째, 행정청이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스스로 신중을 기하게 하여 자의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을 배제하도록 통제하는 내부적 기능입니다.

둘째, 처분을 받는 당사자로 하여금 자신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고 어떤 법률 조항을 위반했기에 이러한 제재를 받는 것인지를 명확히 알게 함으로써, 향후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구제 절차로 나아갈 때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외부적 기능입니다.

따라서 행정청은 처분서에 단순히 "당신은 법을 위반했으니 벌을 받으시오"라고 뭉뚱그려 적어서는 안 되며, "당신은 언제, 어디서, 어떠한 행동을 하였고, 그 행동은 구체적으로 어느 법률의 제몇 조 제몇 항을 위반한 것이므로, 이에 근거하여 이러한 제재를 가합니다"라고 구체적이고 특정된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를 명시해야만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두루뭉술하게 처분을 내렸다면, 이는 기업의 방어권을 심대하게 침해한 것으로서 절차적 하자로 인정됩니다.

A 회사의 절차적 위법 주장과 논리

본 사건 소송의 첫 번째 라운드에서 A 회사 측은 바로 이 행정절차법상의 이유 제시 의무 위반을 날카롭게 파고들었습니다. 사건의 기록을 살펴보면, B 행정청은 A 회사에 최종 제재 처분을 내리기 전인 과거 특정 시점들에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사전통지서에는 A 회사가 직접생산 기준을 위반하였다는 내용과 함께, 제재의 법적 근거로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의 '제1호(계약을 이행할 때에 부실, 조잡,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와 '제4호(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입찰, 낙찰 또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자)'를 동시에 기재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개월 뒤 발부된 최종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서'를 받아보니, 행정청은 슬그머니 처분 근거 규정에서 '제4호'를 제외해 버렸습니다. A 회사 측은 이를 두고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행정청이 사전에 통지했던 처분의 근거 법령을 최종 단계에서 임의로 변경하거나 누락한 것은 행정 처분의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며, 당사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자신이 1호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인지, 4호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위반했다는 것인지 처분의 정확한 법적 근거와 이유를 도저히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주장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모호한 처분서 작성 행태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이 엄격히 요구하는 이유 제시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위법한 행정 작용이므로, 뒤에 이어질 실체적인 잘잘못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처분 자체가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A 회사의 핵심 논리였습니다.

재판부의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판단 기준

그러나 행정법원의 재판부는 A 회사의 이러한 형식적인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 법리에 따르면, 행정처분서에 기재된 문구나 법조항이 다소 불충분하거나 일부 누락되어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처분서의 기재 내용만을 기계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전체적인 체계, 당해 처분에 이르기까지 행정청과 당사자 사이에 오고 간 수많은 공문서, 사전 조사의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그 결과, 당사자가 처분 당시에 자신이 어떠한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로 제재를 받고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소송 등)로 나아가는 데 방어권 행사의 지장이 없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의 명시적인 기재가 다소 부족하다 하더라도 처분을 위법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실용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를 이 사건에 그대로 투영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를 짚어냈습니다. B 행정청은 최종 처분을 내리기 이전에 발송한 두 차례의 사전통지서를 통하여 A 회사에게 단순히 법조항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통지서에는 문제가 된 수많은 계약들의 계약 번호를 하나하나 명확하게 특정하였고, 나아가 "타사에게 구조물을 공급받아 각 수요기관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구조물 직접생산 기준을 위반하였다", "타사의 접속반을 매입하여 납품하는 방식으로 접속반 직접생산 기준을 위반하였다", "원산지(대한민국)와 다르게 중국산 셀을 납품하여 원산지를 위반하였다" 등 A 회사의 구체적인 사실적 위반 행위들을 매우 상세하고 적나라하게 명시하여 알려주었습니다.

비록 최종 처분서에서 법적 근거 중 제4호가 제외되는 등 문서상의 사소한 혼선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나, A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어떤 물리적인 행위(타사 부품 매입 및 납품) 때문에 조사를 받았고, 그것이 직접생산 확인기준이라는 명백한 룰을 어겼기 때문에 제재를 받는다는 전체적인 맥락과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실제로 A 회사는 소송 과정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조목조목 방어하며 훌륭하게 소송을 수행해 나가고 있었으므로, 이유 제시의 불충분으로 인해 방어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에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치명적인 절차적 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며, 양측의 다툼을 본격적인 실체적 진실 공방으로 넘기게 됩니다.

이 첫 번째 쟁점은 기업 실무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시사합니다. 국가 기관의 행정 문서에 사소한 오타나 조항 누락, 변동이 있다고 해서 이를 꼬투리 잡아 절차적 위법으로 몰고 가는 전략은, 실질적인 방어권 침해가 입증되지 않는 한 법원에서 쉽게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서류의 껍데기보다는 사건의 본질적인 인지 여부를 더욱 중시합니다.


두 번째 쟁점: 태양광 지지대는 '구조물'인가? (법령 해석의 엄격성)

절차적 하자에 대한 공방이 행정청의 승리로 마무리된 후, 무대는 이 사건의 핵심이자 근본적인 원인이 된 실체적 위반 사실의 존부, 즉 'A 회사가 정말로 직접생산 확인기준을 위반하였는가'에 대한 치열한 기술적, 법리적 다툼으로 옮겨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는 태양광발전장치를 구성하는 거대한 철제 프레임인 '지지대'와 관련된 쟁점이었습니다.

태양광발전장치와 직접생산 확인기준의 내용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태양광발전장치의 구조를 잠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태양광발전장치는 기본적으로 태양의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직류 전기를 생성하는 '태양전지 모듈(Solar Cell Module)'이 가장 핵심적인 부품입니다. 그리고 이 모듈에서 생산된 전기를 모으고 흐름을 제어하는 '접속반', 직류 전기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류 전기로 변환해 주는 전력 변환장치인 '인버터'가 전기적 신경망을 구성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섬세한 전기·전자 부품들은 허공에 떠 있을 수 없습니다. 야외의 험산 준령이나 건물의 옥상 등 다양한 지형지물 위에 무거운 모듈을 흔들림 없이 고정하고 튼튼하게 떠받치기 위해서는 거대하고 육중한 철제 프레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이를 통상적으로 '지지대' 또는 '구조물'이라고 부릅니다.

사건 당시 적용되던 중소벤처기업부의 고시인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은 태양광발전장치의 직접생산 개념을 매우 세밀하게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고시의 [별표 2]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장치의 직접생산이란 "제품을 설계하여 태양전지로 구성된 모듈과 전력 변환장치로 구성됨에 따라, 정해진 생산시설 및 생산인력을 동원하여 가공, 조립, 시험 등의 필수적인 생산공정을 거쳐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된 '필수공정' 항목을 살펴보면, 국가는 태양광 업자들에게 "구조물 및 접속반에 대하여 설계 -> 가공조립 -> 배선 -> 시험의 공정을 반드시 전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다만 유일한 예외 조항으로서 "접속반의 겉을 둘러싸는 껍데기(외함)를 제작하는 것에 한해서만 외부 업체에 하청을 주어 외주로 생산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적어 두었을 뿐입니다. 즉, 명문 규정상으로는 접속반 껍데기를 제외한 '구조물'과 '접속반 내부'는 무조건 해당 기업이 자체 공장에서 직접 지지고 볶아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문제는 A 회사가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덩치가 매우 큰 철제 부품인 '지지대'의 제작을 자체 공장에서 소화하지 않고 외부의 전문 철 구조물 하청업체에 맡겨 가공하고 조립한 뒤 이를 수요기관 현장에 납품하여 설치했다는 점이었습니다. B 행정청은 이를 적발하고 "고시에 명백히 구조물을 직접 가공하고 조립하라고 되어 있는데, 지지대를 외주로 돌린 것은 명백한 구조물 직접생산 의무 위반이다"라고 철퇴를 내렸습니다.

A 회사의 물리적 한계론: "좁은 공장에서는 불가능하다"

제재의 덫에 걸린 A 회사는 관련 고시의 맹점과 현실적인 물리적 한계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방어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A 회사의 주장은 이러했습니다. "재판장님, 중소벤처기업부 고시가 정한 태양광 직접생산 인증을 받기 위한 최소 '생산공장 면적' 기준을 보십시오. 고작 165제곱미터, 평수로 따지면 약 50평 남짓한 공간에 불과합니다. 이 좁은 공간 안에 커팅기, 용접기, 드릴머신, 거대한 태양전지 모듈 생산설비, 인버터 생산설비, 각종 검사 기기들을 빽빽하게 들여놓고 나면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더구나 고시가 요구하는 필수 생산직 근로자는 단 3명뿐입니다. 이 비좁은 50평짜리 공장에서 단 3명의 직원이, 건물 몇 채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철제 지지대 수십 톤을 직접 절단하고 용접하여 가공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A 회사는 이어서 강력한 법리적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국가가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이렇게 영세한 공장 면적과 최소 인원만을 요구했다는 것은, 애초에 국가 스스로도 태양광 업체가 그 거대한 철제 '지지대'를 직접 공장에서 뚝딱뚝딱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따라서 고시에서 말하는 '구조물'이라는 단어 속에는 단순히 뼈대 역할을 하는 무식한 철강 제품인 '지지대'는 아예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구조물이란 전기적 특성을 지닌 다른 정밀한 부품을 의미하는 것이지, 지지대가 구조물에 포함된다고 해석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은 행정청의 지나친 억지이자 무리한 법 적용입니다."

재판부의 엄격한 문언 해석과 계약의 구속력

A 회사의 주장은 산업 현장의 실무자들에게는 매우 타당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현실적인 항변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의 세계에서 판사들은 현장의 감성보다는 문서화된 규정과 계약서의 객관적 문언을 최우선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재판부는 냉철한 논리로 A 회사의 주장을 하나하나 조각내어 배척하였습니다.

재판부가 A 회사의 주장을 배척한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재판부의 판단 기준

구체적인 배척 논리

명문 규정의 엄격한 해석

고시된 '직접생산 확인기준'의 문언상, 생산 필수공정에 '구조물'이 명확히 포함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접속반 외함'에 한해서만 외주가 가능하다고 명시했을 뿐, 구조물을 외주 생산해도 된다는 어떠한 예외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법에 예외가 적혀있지 않다면 원칙대로 모두 직접 생산하는 것이 맞다.

구조물과 지지대의 개념적 동일성

태양광발전장치 산업에서 '구조물'이란 본질적으로 태양전지 모듈이 고정된 형태로 설치될 수 있도록 지상에 세워지는 프레임 그 자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태양전지 모듈을 받쳐주는 대인 '지지대'는 당연히 구조물의 가장 핵심적인 구성 요소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이자 논리적 타당성을 갖는다. 구조물과 지지대를 애써 분리하려는 주장은 억지다.

계약서 및 규격서의 명시적 기재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양측이 서명한 계약서에 딸린 '규격서'의 내용이다. 규격서의 특기사항 항목에는 아예 '태양전지 지지대(구조물) 제작 및 설치'라는 제목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고, 그 아래에 지지대를 포함한 구조물 제작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계약을 체결한 A 회사 본인조차도 계약 당시에는 지지대가 곧 구조물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서명해 놓고, 이제 와서 지지대는 구조물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것은 모순이다.

공장 면적 핑계에 대한 반박

165제곱미터라는 공장 면적이나 3명의 인력 기준은 직접생산 인증을 받기 위해 중소기업이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진입 문턱(허들)'을 규정한 것일 뿐이다. 이 기준이 작다고 해서, 덩치가 큰 필수 부품을 남에게 맡겨서 만들어도 된다는 면죄부로 해석될 수는 없다. 직접 만들 능력이 안 되면 더 큰 공장을 구하거나 입찰에 참여하지 말았어야지, 최소 기준을 핑계로 불법 외주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결국 법원은 고시 문언의 명확성과 당사자 간에 합의된 계약서의 기재 내용을 종합할 때, A 회사가 철제 지지대를 외부 하청업체를 통해 제작하여 납품한 행위는 변명의 여지없는 명백한 '직접생산 의무 위반'이며, 이는 국가계약법이 금지하고 있는 '부정한 시공'에 해당하므로 행정청의 제재 처분 사유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두 번째 쟁점의 결과는 기업들에게 서늘한 경각심을 일깨워 줍니다. 산업 현장의 관행이나 기업의 물리적인 영세성, 현실적인 불가능성은 소송에서 감정에 호소할 수는 있을지언정, 법조문과 계약서의 명백한 문구를 뒤집는 법리적 방패가 되지는 못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세 번째 쟁점: 접속반 위반과 입증책임의 마법

구조물(지지대)에 대한 방어막이 무너진 A 회사는, 곧이어 B 행정청이 제기한 또 다른 치명적인 위반 혐의인 '접속반 직접생산 의무 위반'에 맞서 두 번째 실체적 공방을 벌이게 됩니다.

접속반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태양전지 모듈에서 발생한 직류 전기를 하나로 모아주는 핵심적인 전기 장치입니다. 원래 전통적인 태양광 설비에서는 이 접속반과 직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인버터'가 각각 분리된 별개의 기계로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설치의 편의성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접속반과 인버터의 기능을 하나의 상자 안에 통합한 '접속반 일체형 인버터'라는 진보된 제품이 시장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B 행정청이 A 회사의 과거 납품 내역을 이 잡듯이 뒤지던 중, 총 19곳의 공공기관 납품 현장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B 행정청의 조사 결과, A 회사는 이 19건의 현장에서 자신들의 공장에서 땀 흘려 직접 생산한 접속반을 설치한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회사가 생산하여 시장에 팔고 있는 '접속반 일체형 인버터' 완제품을 돈을 주고 사 와서 그대로 납품하고 설치해 버린 정황이 포착된 것입니다. 나아가 A 회사의 임원이었던 C 씨가 과거 조사 과정에서 "우리가 19건의 현장에 접속반 일체형 인버터를 설치하여 납품한 것이 맞다"는 취지의 확인서(일종의 자술서)까지 작성하여 서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B 행정청은 이 확인서를 결정적인 스모킹 건(Smoking Gun)으로 삼아, 19건 전체에 대하여 명백한 직접생산 위반 철퇴를 내렸습니다.

A 회사의 항변: "단종과 규격의 현실적 장벽"

궁지에 몰린 A 회사는 19건 중 13건에 대해서는 다른 회사가 생산한 일체형 인버터를 사다가 납품한 사실 자체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임원의 자백 서류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 회사는 범행 사실은 인정하되, 범행의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른바 '상황론'을 펼치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저희가 다른 회사 제품을 쓴 것은 부당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10KW 미만의 소규모 태양광 사업장의 경우, 국가표준(KS) 인증을 통과한 인버터 제품을 찾아보면 시장에 오직 '일체형' 제품밖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분리형 접속반을 쓰고 싶어도 시중에 쓸 수 있는 물건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일체형 인버터를 사다가 납품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공공조달 계약 체결 후 실제 납품 시기가 도래했을 때, 원래 계약 규격서에 적어 두었던 우리 회사의 부품 모델이 이미 단종되어 버려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장은 돌아가야 하고 부품은 없으니, 현장 소장들과 협의하여 부득이하게 규격과 다른 타사 제품을 납품하여 공사를 마무리 지은 것입니다."

계약의 철칙: '서면 협의 없는 임의 변경'의 대가

A 회사의 읍소는 언뜻 들으면 현장의 고충을 대변하는 합리적인 이유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재판부는 이 사안에서도 '계약 구속력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내세웠습니다.

사건 당시 양측이 합의한 공공조달 물품구매계약 추가특수조건에는 다음과 같은 절대적인 조항이 박혀 있었습니다. "계약상대자는 지정받은 우수제품 규격과 상이한 제품을 납품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수요기관이 현장의 여건(주변 환경이나 외관과의 조화, 설치장소의 특수성 등)에 따라 우수제품의 본질을 훼손하지 아니하는 경미한 변경을 '서면'으로 요구하는 경우, 계약상대자는 반드시 '조달청과 협의하여' 우수제품의 규격을 변경한 뒤 납품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A 회사의 태만함을 질타했습니다. "시중에 일체형밖에 없었다거나, 기존 모델이 단종되었다는 귀사의 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현장의 여건 변화가 발생했다면, A 회사는 임의로 현장에서 타사 제품을 사다가 달아버릴 것이 아니라, 즉시 계약의 상대방인 조달청(B 행정청)에 공식적인 문서를 보내어 '부품이 단종되었으니 규격을 변경해 달라'고 정식 협의 절차를 밟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A 회사는 조달청과 어떠한 규격 변경 협의도 진행한 사실이 없다.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타사 제품을 납품한 이상,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자 직접생산 의무 위반이다."

결국 A 회사가 스스로 타사 제품을 썼다고 자인한 13건의 납품 건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접속반 직접생산 의무 위반이라는 처분 사유가 적법하게 인정되었습니다.


반전의 서막: 증거주의와 입증책임의 법리가 기업을 구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A 회사의 완벽한 패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행정소송의 묘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냅니다. 바로 행정법의 대원칙인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의 법리가 발동된 것입니다.

국가 기관이 국민이나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는 침익적 행정처분을 내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법을 위반했다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를 '행정청'이 완벽하게 수집하고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기업이 나서서 "나는 죄가 없습니다"라고 증명할 필요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국가가 "너는 유죄다"라는 것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하지 못하면, 그 처분은 취소/무효가 되는 것이 법의 지배를 받는 민주국가의 철칙입니다.


A 회사측은 B 행정청이 뭉뚱그려 처벌한 19건의 납품 현장 기록을 하나하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쪼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A 회사가 잘못을 자인한 13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특정 현장(L, M, N, O, P, Q 현장)에 대해서는 상황이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재판부에 이 6건 현장의 실제 설치 사진과 검수 기록 등 객관적인 영상 및 서류 증거를 제출했습니다. 재판부가 이 증거들을 변론 전체의 취지와 종합하여 면밀히 살펴보니, 이 6건의 현장에는 B 행정청의 주장과는 달리 '접속반 일체형 인버터'가 납품된 것이 아니라, 인버터 장비와 명확히 시각적, 기능적으로 구분되는 '독립된 접속반' 기기가 버젓이 납품되어 설치되어 있는 정황이 뚜렷하게 확인되었습니다.

당황한 B 행정청은 "과거 A 회사의 C 임원이 19건 전체에 대해 일체형을 달았다고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았느냐"며 자백 서류를 들이밀었지만, 객관적인 사진 증거 앞에서 자백은 힘을 잃었습니다. 법원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비록 임원의 확인서가 있다 하더라도, 제출된 객관적 사진 증거를 볼 때 6건의 현장에는 분명히 분리된 접속반이 존재한다. 피고(B 행정청)가 제출한 빈약한 정황 증거들만으로는, A 회사가 이 6건의 현장에서도 다른 회사가 만든 제품을 몰래 납품하는 등 직접생산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법관이 확신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달리 피고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처분의 입증책임은 피고에게 있으므로, 증명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처벌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B 행정청이 19건 전체를 묶어 접속반 위반으로 문제 삼은 것 중, 입증이 부족한 6건의 계약에 관해서는 처분 사유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행정청의 논리를 일부 붕괴시켰습니다. 이 6건의 무죄 판결은 단순히 위반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숫자의 의미를 넘어, 뒤이어 벌어질 가장 중요한 쟁점인 '재량권 남용' 판단에서 A 회사를 구원해 낼 결정적인 지렛대로 작용하게 됩니다.


네 번째 쟁점: 재량권 일탈·남용과 헌법상 비례의 원칙 (결정적 전환점)

지금까지의 공방을 요약하면 무승부에 가깝습니다. 행정청의 절차적 하자는 없었고, A 회사가 지지대 구조물을 남에게 맡겨 만든 것도 사실이며, 19건 중 13건에서 임의로 규격을 어기고 타사 접속반을 단 것도 명백한 사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면 "어쨌든 기업이 절반 이상 잘못을 저질렀으니, 수개월의 입찰 제한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행정법의 세계에는 억울한 국민을 구제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마법의 지팡이 같은 원칙이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입니다.

비례의 원칙이란, 국가가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때,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과 그로 인해 개인이 침해받는 사익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헌법상의 대원칙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참새 한 마리를 잡겠다고 대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A 회사가 규정을 어긴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가 내리는 '수개월간의 공공입찰 전면 참여 제한'이라는 가혹한 형벌이 A 회사의 위반 정도에 비추어 너무 과도하고 무자비하다면, 그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서 법원에 의해 '전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양측의 모든 사실관계를 종합한 끝에, B 행정청이 내린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전격적으로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극적인 판결이 내려진 것일까요? 법원이 제시한 4가지의 입체적이고 철학적인 논거를 하나씩 해부해 보겠습니다.

처분 사유의 일부 부존재로 인한 기초 사실의 붕괴

앞선 세 번째 쟁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변호인단의 집요한 증거 수집 덕분에 B 행정청이 애초에 제재의 근거로 삼았던 '접속반 위반 19건' 중 무려 30%에 달하는 6건이 증거 부족으로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행정청이 기업에게 징벌의 양(X개월)을 정할 때에는, 위반 행위가 몇 건인지, 그 질이 얼마나 나쁜지를 종합적으로 계량하여 제재의 수위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처분의 기초가 된 혐의 중 상당 부분이 법정에서 날아가 버렸다면, 당연히 그 쪼그라든 위반의 크기에 맞추어 제재의 수준(개월 수) 역시 다시 합리적으로 깎아서 정해져야 마땅합니다. 19대 맞을 죄를 지은 줄 알고 곤장을 19대 때리라고 명령했는데, 알고 보니 죄가 13개밖에 안 된다면 곤장 횟수를 줄이는 것이 상식입니다. 따라서 기존 19건의 위반을 전제로 획일적으로 때려버린 이 사건 제재 처분은 그 자체로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무너진 위법한 처분이라는 것이 법원의 첫 번째 일갈이었습니다.

산업 현실을 뒤늦게 반영한 사후적 입법 반성

더욱 결정적인 한 방은 사후적인 법률(고시)의 개정이었습니다. 사후적으로 고시가 개정되어 구조물 직접생산의 의미를 “현장 설치” 중심으로 좁히는 방향의 변화가 있었던 점도, 당시 기준 해석의 경직성이 문제였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보았습니다(다만 소급적용은 부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뒤늦은 법 개정의 이면을 통찰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태양광발전장치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정밀한 전기·전자제품을 다루는 첨단 제조업자들입니다. 이들에게 거친 철제 빔을 다루는 철강 기술까지 요구하는 것은 산업의 고도화와 분업화라는 현대 경제의 기본 상식에 완전히 역행하는 일이었습니다. 개정된 고시는 비로소 "태양광 업체가 철제제품인 베이스나 지지대, 연결대까지 직접 자기 공장에서 제조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시장의 현실을 국가가 뒤늦게나마 깨닫고 입법적으로 반성한 결과물이었습니다.

물론,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새롭게 바뀐 좋은 법을 과거에 이미 저질러진 A 회사의 위반 행위에 소급하여(거슬러 올라가) 적용하여 무죄를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후적 법 개정 사실을 '재량권 남용'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죄 심증으로 활용했습니다. "국가 스스로도 과거의 규제가 현실에 맞지 않는 낡고 불합리한 족쇄였음을 인정하고 법을 바꾸었는데, 굳이 그 폐기된 낡은 잣대를 들이대어 한 기업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시대착오적인 행정권의 남용이다"라는 논리가 성립된 것입니다.

공익과 사익의 이익형량: 실질적 피해의 부재

행정법원이 처분의 정당성을 가르는 마지막 관문은 언제나 공익과 사익의 저울질(이익형량)입니다. 처분을 통해 국가가 얻으려는 공익이, 처분으로 인해 개인이 잃게 되는 사익보다 압도적으로 커야만 제재가 정당화됩니다.

재판부는 묻습니다. "A 회사가 지지대를 하청 주고 접속반을 타사 제품으로 바꾸어 달아서,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물리적이고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는가?" 증거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A 회사가 설치한 수많은 수요기관의 태양광발전장치들은 멀쩡하게 전기를 잘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철제 지지대를 전문 하청업체에 맡겨 만들었으니 오히려 더 튼튼할 수 있었고, 접속반을 타사 제품으로 썼다고 해서 불이 나거나 기계가 멈추는 등의 품질 저하나 안전성 훼손 현상은 단 한 건도 객관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었습니다.

법원의 결론은 단호했습니다. "계약 과정에서 행정적인 공정 기준을 일부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로 인해 납품된 발전장치의 품질, 성능,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저하되었다는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공공조달이 밥줄인 원고에게 수개월의 입찰참가 자격을 전면 박탈할 경우 원고가 입게 될 경제적 타격과 도산의 위험은 치명적이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을 통해 국가가 지키려는 '행정 질서 유지'라는 공익상의 필요성은 아주 미미한 반면, 원고가 감내해야 할 사익의 침해는 너무나 거대하므로, 이 저울질은 완전히 균형을 잃었다."

이상의 4가지 치밀하고 입체적인 논리를 모두 합쳐, 행정법원 제4부는 마침내 "피고(B 행정청)가 원고(A 회사)에 대하여 한 수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전부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전액 피고가 부담한다."라는 승소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기업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단계별 승소 전략 (Winning Strategy)

이 판례는 공공기관의 막강한 제재 처분에 직면한 기업이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치밀하게 법적 대응을 조직하여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교과서이자 나침반입니다. 본 사건의 전개 과정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이 구사해야 할 4단계 승소 전략을 정리해 드립니다.

전략 1: 절차의 현미경 검증 - 모든 문서의 틈새를 공략하라

모든 행정소송의 출발점은 실체적 진실이 아닌 '절차'의 흠결을 찾는 것입니다. 행정청이 처분을 내리기 전 사전 통지를 제대로 했는지, 의견 제출 기한을 충분히 주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처분서에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이유를 명확히 기재했는지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아쉽게도 행정청의 절차적 흠결이 처분 취소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실무적으로 행정청의 처분서 작성 오류나 조항 누락은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처분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날카로운 창이 됩니다. 사내 법무팀이나 실무자는 행정청으로부터 날아오는 모든 공문, 사전통지서, 최종 처분서의 문구와 법률 조항의 변동 내역을 날짜별로 매트릭스로 만들어 꼼꼼히 대조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절차적 하자는 재판부를 설득하는 가장 객관적인 무기입니다.

전략 2: 쪼개기 전략과 증거주의의 활용 - 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라

침익적 행정처분의 입증책임은 100% 국가(행정청)에 있습니다. 기업은 법정에서 "우리가 완벽하게 결백함"을 증명하려 헛심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국가가 제시한 증거가 부실하고 구멍이 뚫려 있음"만 날카롭게 지적해도 방어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의 변호인단은 매우 영리했습니다. B 행정청이 뭉뚱그려 처벌하려던 '19건의 납품 현장'을 거대한 덩어리로 상대하지 않고, 1번 현장, 2번 현장... 19번 현장으로 잘게 쪼개어 개별 현장마다 현미경 검증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6건의 특정 현장에서 행정청 주장의 모순을 짚어내어 혐의 일부를 무너뜨렸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주장을 거대한 산으로 보지 말고, 개별 사실관계라는 작은 돌멩이 단위로 쪼개어 증거의 공백을 타격하는 것이 재량권 남용 논리를 끌어내는 핵심 비결입니다.

전략 3: 사후적 입법 변경 프레임 구축 -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라

소송이 진행되는 수년 동안 산업의 환경도 변하고 관련 법령도 수시로 개정됩니다. 만약 기업을 옭아맸던 낡은 규제가 사건 이후에 완화되거나 폐지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면, 이는 비록 소급 적용은 안 되더라도 천재일우의 기회입니다. 기업은 재판부에 이 사후적 법 개정 사실을 대대적으로 어필해야 합니다. "국가도 이 규제가 시대착오적임을 깨닫고 법을 없앴습니다. 죽은 법령의 망령으로 현재의 건실한 기업을 처형하는 것은 법의 이념에 반합니다."라는 프레임을 짜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감성팔이가 아니라, 앞서 설명한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에 있어 재판관에게 매우 강력하고 합리적인 취소의 명분을 쥐여주는 고도의 법리적 프레임 구축 작업입니다.


안내 및 책임제한

본 글은 단일 판결의 사실관계와 판단을 교육·정보 제공 목적에서 정리한 자료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나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계약 문구, 납품·검수 과정, 서면 협의 여부, 증거의 양과 질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본 글을 근거로 한 의사결정 또는 조치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작성자는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재 통지(사전통지 포함)를 받으셨거나, 직접생산·원산지·규격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는 납품 이슈가 있으시다면, 관련 자료를 정리하신 뒤 반드시 변호사와 개별 상담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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