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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납품 사기, 과연 누구를 피해자로 볼 것인가? 그리고 이득액은 어떻게 계산할까?"


오늘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대형마트/백화점 납품'과 관련된 아주 흥미롭고 중요한 대법원 판결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지난 번에 이미 글을 올린바 있는데, 이 번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다시 써 보려고 합니다.


바로 농수산물 원산지 허위표시 사건에서 불거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상 사기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법률 용어가 난무하는 딱딱한 판결문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계산할 수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과 유통 구조의 복잡한 셈법이 숨어 있습니다.

함께 살펴보시죠.



[판례분석]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도3771

"백화점 납품 사기, 과연 누구를 피해자로 볼 것인가? 그리고 이득액은 어떻게 계산할까?"



1. 사건의 발단: "가짜 농산물이 백화점에 깔렸다"


이 사건은 다수의 피고인이 연루된 대형 사건입니다. 농수산물의 원산지를 속여 대규모 유통업체(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고 판매한 것이죠.


여기서 검찰은 '특경법 위반(사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특경법은 사기로 얻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때 형량을 무겁게 가중처벌하는 무서운 법입니다.


검찰은 "특약매입거래(백화점식 거래)니까 유통업체가 피해자이고, 전체 매출 규모가 크니 특경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냉철했습니다.



2. 핵심 쟁점 ①: "계산기 두드릴 수 없으면, 특경법 적용 불가!"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5억 원'이라는 숫자가 단순한 참고사항이 아니라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필수 조건(구성요건)이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기로 편취한 이익의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면, 특경법(사기)으로 처벌할 수 없다."

검사가 "대충 보니 규모가 수십억 원은 됩니다"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정산 내역은 어떠한가?

  • 반품, 수수료, 원가 공제는 제대로 되었는가?

  • 개별 거래별로 귀속액이 달라지지는 않는가?


이 모든 것을 증거로 딱딱 맞춰서 '확정된 숫자'를 내놓지 못하면, 아무리 사기 규모가 커 보여도 가중처벌인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고 일반 사기죄로 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피고인에게는 엄청난 방어 포인트가 됩니다.



3. 핵심 쟁점 ②: "백화점은 정말 피해자일까?" (특약매입거래의 비밀)

우리가 흔히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 그 거래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이를 '특약매입거래'라고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백화점이 물건을 외상으로 사서 파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입점 업체가 와서 파는 위탁판매의 성격도 섞여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가짜 농산물을 팔았을 때, 속은 사람(피해자)은 백화점인가, 소비자인가?"였습니다.


대법원은 유통업체가 피해자가 되기 위한 요건을 아주 엄격하게 정리했습니다.

"무조건 유통업체가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유통업체가 ① 기망의 상대방이 되어 실제로 속았고, ② 그 착오로 인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했어야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즉, 단순히 백화점 매대를 빌려준 것이라면 백화점은 '속아서 돈을 낸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산 방식이나 반품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피해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아주 정교한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4. 변호사의 시선: 실전 소송 전략

이 판결은 변호사로서 사건을 대할 때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 검사의 입장이라면?

단순히 "총 매출액 = 사기 금액"이라는 공식을 버려야 합니다.


거래별 정산 자료, 반품 구조, 수수료 등을 엑셀 파일 정리하듯 완벽하게 계산해 재판부가 납득할 수 있는 산식을 제시해야 유죄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 변호인(피고인)의 입장이라면?

'계산 불가능성'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검사의 계산에는 반품액이 빠졌습니다", "이 거래는 구조상 이득액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하여 이득액 산정을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특경법 적용이 배제되면 형량이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통업체는 단순히 장소만 제공했을 뿐 실질적 피해자가 아니라는 논리로 사기죄의 성립 자체를 흔들 수도 있습니다.




5. 마치며:

법은 정밀한 수학과 같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2022도3771)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원칙이

'숫자(이득액)'와 '거래 구조(피해자)'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기업 간 거래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형사 사건은 이제 단순한 사실관계를 넘어, 회계와 정산 구조를 법리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법률, 관세(무역/유통)를 모두 다루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 사건은 '치밀한 논리와 실무파악'이 '막연한 추정'을 이긴 사례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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