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깻잎도 면세가 될 수 있을까 : 세무조사에서 “장아찌” 한 단어로 수억원이 갈린 사건
- 2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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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제 판례(인천지방법원 2025구합50501)를 바탕으로, “양념을 한 절임반찬(예: 양념깻잎 등)이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지”라는 핵심 쟁점을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다만 판결 이후 법령이 개정되었거나, 판례가 변경되었거나, 사실관계가 달라지면 결론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용으로만 활용하셔야 합니다. 또한 동일한 사실관계는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와 개별 상담을 거쳐 판단하셔야 합니다.
양념깻잎도 면세가 될 수 있을까 세무조사에서 “장아찌” 한 단어로 수억원이 갈린 사건
절임 채소에 양념까지 한 반찬류가 부가가치세법상 “장아찌”로서 면세되는 미가공식료품(단순가공식료품)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판매목적으로 독립된 거래단위로 포장된 경우”라는 예외에 걸리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입니다.
사건 개요
반찬 도소매업을 운영하던 주식회사 A는 오랜 기간 지역 사회와 온라인 시장에 신선하고 맛깔스러운 반찬을 공급해온 중소기업입니다. A사는 깻잎지, 고추무침, 무말랭이 등 우리가 흔히 식탁에서 볼 수 있는 절임 반찬들이 당연히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면세 재화'라고 믿고 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는 기초 생필품이니 세금이 붙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세무당국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202X년 실시된 통합 세무조사에서 당국은 A사가 면세로 신고한 품목 중 무려 19가지 품목에 대해 "이것은 면세 대상인 장아찌가 아니라, 가공을 거친 과세 대상 식품"이라고 판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A사에게는 수년간의 미납 부가가치세와 각종 가산세를 포함하여 약 15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세금이 부과되었습니다.
A사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반찬을 팔아 남는 이윤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15억 원이라는 금액은 회사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막대한 규모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A사는 법무법인과 함께 "세무당국의 이번 부과 처분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핵심쟁점 정리
절임 채소에 설탕·고춧가루 등 양념을 더한 반찬이 “장아찌”로서 면세 대상인지
설령 ‘장아찌’라 하더라도, “판매목적으로 독립된 거래단위로 관입·병입 등 포장하여 공급한 경우”라는 예외로 과세되는지
과세관청이 소송 중에 새로운 논리(처분사유)를 추가로 주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부가가치세 면세의 기본 원칙: 무엇이 세금을 결정하는가?
본격적으로 쟁점을 살피기 전에, 우리 법이 왜 어떤 물건에는 세금을 물리고 어떤 물건에는 면제해주는지 그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가가치세법 제26조는 '가공되지 아니한 식료품'의 공급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민들의 기초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일종의 복지 정책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미가공식료품의 세 가지 유형
법령(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34조)은 면세가 되는 미가공식료품을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합니다.
순수 미가공식료품: 밭에서 갓 딴 채소처럼 전혀 가공하지 않은 것.
1차 가공식료품: 껍질을 벗기거나(정맥), 말리거나(건조), 얼리거나(냉동), 소금에 절이는(염장) 등 원재료의 본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수준의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것.
단순 가공식료품: 김치, 두부, 된장, 간장, 그리고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장아찌'와 같이 제조 과정에서 성질이 다소 변하더라도 특별히 법으로 면세를 허용한 품목.
이번 사건에서 세무당국과 A사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은 지점은 바로 "양념을 한 깻잎지가 과연 법에서 말하는 '장아찌'의 범주에 들어가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쟁점 1 절임에 양념까지 했는데도 장아찌로 볼 수 있는지
법원은 문제된 반찬들이 “채소를 소금·된장 등에 절인 뒤, 설탕·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한 식품”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와 같은 형태도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장아찌”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법령 체계상 ‘단순가공식료품’에는 김치·장아찌처럼 발효 또는 다른 식품을 첨가하는 등 “원재료 성질이 어느 정도 변하는 가공”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즉 “조미를 하면 곧바로 과세”라는 식으로 장아찌를 지나치게 좁게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장아찌”에 관해 법령상 딱 잘라 정의한 조항은 없고, 통상적 의미(절여 두었다가 양념해 먹는 음식)와 면세 취지(기초 식생활 관련 부담 완화)를 종합하면, 장류 외 양념을 배제한 장아찌로만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시행규칙상 면세 분류표를 적용할 때 관세율표 분류를 기준으로 삼는 구조인데, 해당 반찬류가 관세율표상 김치·단무지 등과 같은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논거로 들었습니다.
정리하면, “절임 + 양념”이라는 사정만으로 장아찌 면세를 곧바로 배제하기는 어렵고, 해당 반찬이 법령상 ‘장아찌(단순가공식료품)’ 범주에 들어가는지 실질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세무당국은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장아찌는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에 절인 상태까지만을 의미하며, 여기에 설탕, 고춧가루, 물엿 등 갖은양념을 가미하여 맛을 낸 것은 '단순 가공'을 넘어선 '제조 식품'이므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법원은 세무당국의 이러한 주장을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조세법률주의란 국가가 세금을 물릴 때는 반드시 법에 명확히 근거해야 하며, 법의 내용을 마음대로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입니다.
법원이 내린 결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언어적 관점에서의 접근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장아찌'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채소를 간장이나 소금물 등에 담가 놓았다가 "조금씩 꺼내 양념하여서" 오래 두고 먹는 음식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대중의 상식에서 장아찌는 양념이 된 상태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지, 단순히 절여진 채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법령 구조상의 논리입니다. 만약 세무당국의 주장처럼 '소금에만 절인 것'을 장아찌라고 본다면, 이미 시행령 제34조 제1항에서 규정한 '염장(1차 가공)' 항목과 중복됩니다. 굳이 별도의 항목으로 '단순 가공식료품(장아찌)'을 명시한 이유는, 염장 수준을 넘어 양념 등이 가미된 식품도 면세해주겠다는 입법자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다른 식품과의 형평성입니다. 김치의 경우 고춧가루, 젓갈, 마늘 등 수많은 양념이 들어가 본래 배추의 성질이 완전히 변하지만, 우리 법은 이를 당연히 면세 대상으로 봅니다. 장아찌 역시 김치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반찬류로서 법 제정 당시부터 면세 재화로 지정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김치는 양념해도 면세인데, 장아찌는 양념했다고 과세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쟁점 2 소포장 판매면 무조건 과세인지
세무당국 B는 소송 과정에서 “해당 반찬이 소포장(예: 1kg 내외) 형태로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되었으니, ‘독립된 거래단위로 포장해 공급한 경우’로서 면세 예외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추가로 했습니다. 법원은 “소송 중 처분사유를 추가·변경하는 것 자체는 허용될 수 있다”는 전제는 인정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다음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세처분의 적법성(면세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 포함)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하는데, “실제로 어떤 형태·중량으로 공급되었는지”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온라인 판매 사진 1장 정도로는 해당 물품이 이 사건 쟁점 물품인지, 실제 거래 단위 포장이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회사 A 주장처럼 “대용량(예: 10kg 이상) 철제박스 등으로 공급받은 것”이라면, 그것을 곧바로 “소비자용 독립 거래단위 포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정리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면세냐 과세냐”가 제품의 ‘레시피’만이 아니라, “어떤 단위로, 어떤 포장 상태로, 누구에게 판매되었는지”에 따라 갈릴 수 있고, 그 사실은 결국 “증거로 누가 입증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별표 1]을 보면 아주 까다로운 예외 조항이 하나 있습니다. 장아찌라 하더라도 "제조시설을 갖추고 판매 목적으로 독립된 거래단위로 관입, 병입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로 포장하여 공급하는 것"은 면세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할머니가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반찬은 면세지만, 공장에서 예쁜 캔이나 병에 담아 바코드를 찍어 파는 반찬은 공산품처럼 취급해서 세금을 물리겠다는 뜻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세무당국은 추가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A사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1kg 이하의 소포장 제품을 팔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것은 '독립된 거래단위로 포장된 것'이니 장아찌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 근거로 쇼핑몰 사이트의 캡처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여기서 법률적으로 매우 중요한 '입증책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금 소송에서는 "이 처분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세무당국이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세무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증거의 불충분: 세무당국이 제출한 사진 한 장만으로는 조사 대상 기간 동안 팔린 수십억 원어치의 물품이 모두 그런 소포장 형태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포장의 목적: A사는 제조업체로부터 16kg 단위의 대용량 철제 박스(벌크) 형태로 물건을 공급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령상 '단순히 운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포장한 경우'는 여전히 면세로 인정됩니다. 16kg 박스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단위라기보다 도매 유통을 위한 운반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실무적 한계: 세무당국은 A사가 실제로 어떤 중량과 어떤 형태로 제품을 공급했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채 추측만으로 과세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부실한 입증만으로는 면세 혜택을 박탈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결과와 세액의 조정: 승소와 패소의 경계
재판의 결과, 법원은 A사가 청구한 금액 중 상당 부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100% 승소는 아니었습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 이유는 A사가 판매한 19개 품목의 성격이 각기 달랐기 때문입니다.
면세로 인정된 '장아찌' 그룹
고들빼기, 고추무침, 양념깻잎 등 12개 품목은 앞서 설명한 논리에 따라 '면세 대상 장아찌'로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품목들에 대해 부과된 세금을 모두 취소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과세로 확정된 '조림 및 튀김' 그룹
반면 껍데기튀김, 연근조림, 콩조림 등 7개 품목은 상황이 달랐습니다. 이들은 법에서 명시한 '김치, 단무지, 장아찌, 젓갈' 등의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특히 '조림'이나 '튀김'은 장아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가열 처리와 가공을 거치기 때문에, '단순 가공'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았습니다. A사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면세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았습니다.
변호사가 제안하는 실무자 승소 및 대응 전략
회사가 이기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어야 하는지
이 판결 흐름을 기준으로, 유사 분쟁에서 납세자(회사) 측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준비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략 1: 품목 분류(HS 코드)의 철저한 관리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관세율표'를 매우 중요하게 참고했습니다. 관세율표는 전 세계적으로 물건을 분류하는 기준(HS Code)인데,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취급하는 반찬이 관세율표상 '조제하거나 보존처리한 채소(2005호)' 중에서도 장아찌, 김치와 같은 카테고리에 정확히 들어맞는지 관세 전문가와 미리 검토해야 합니다.
만약 단순 '조림'이나 '튀김'으로 분류될 소지가 있다면, 처음부터 과세로 신고하여 나중에 가산세 폭탄을 맞는 일을 방지해야 합니다.
전략 2: 유통 단계별 포장 형태 증빙 확보
"독립된 거래단위로 포장했는가"는 면세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잣대입니다.
입고 시: 제조업체로부터 대용량 벌크(예: 16kg 철제 통, 대형 비닐 팩)로 물건을 받는 사진과 명세서를 반드시 보관하십시오. 이는 '운반 편의를 위한 포장'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출고 시: 소포장 기계가 있다면 그 용도가 무엇인지,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최종 형태가 어떠한지 관리 대장을 작성해야 합니다.
온라인 판매: 쇼핑몰 상세 페이지에 소량 판매 단위가 있더라도, 실제 물량의 다수가 도매용 대용량으로 나간다면 그 비중을 입증할 수 있는 통계 자료를 갖춰두어야 합니다.
전략 3: 세무조사 시 초기 대응의 중요성
세무조사 단계에서 조사관의 판단에 무조건 따르기보다, 논리적인 소명 자료를 즉시 제출해야 합니다.
장아찌의 사전적 의미, 전통적인 제조 방식, 김치와의 유사성 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십시오.
이번 판례처럼 "양념은 장아찌의 본질"이라는 법원의 시각을 근거로 제시하며, 단순히 양념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실무 시사점
이번 판결은 조세 행정이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깻잎지에 고춧가루 좀 묻혔다고 장아찌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상식적인 물음에 법원이 상식적인 대답을 해준 것입니다.
“양념이 들어가면 과세”처럼 단순 구호로 정리하기는 위험하고, 법령 분류(단순가공식료품)와 제품의 실질을 정교하게 맞춰봐야 합니다.
특히 ‘포장 예외’는 분쟁의 승패를 가를 수 있으므로, 같은 레시피라도 “벌크 납품”인지 “소비자용 단위 포장”인지가 세무 리스크를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판결문에는 시행규칙 개정으로 “일정 시점 이후 공급분”에 대해 예외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과거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현재 적용 시점의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책임제한 문구 및 상담 권유
본 글은 공개된 판결 내용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개인·회사에 대한 법률자문, 세무자문 또는 사건 수임 제안이 아닙니다. 실제 사실관계, 증빙의 존재 형태, 적용 시점의 법령·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본 글의 내용만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 작성자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상황이 있으시다면, 관련 자료(품목별 제조공정, 출고단위, 포장 사양, 판매채널 자료, 세무조사 통지/결과)를 지참하여 변호사와 개별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