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이라 H필름을 증착필름으로 적었습니다" ... 법정에서 통하지 않은 항변,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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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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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천공항세관-조심-2024-48 결정례를 요약 및 분석한 내용입니다.
1. 청구 경위
청구법인은 2017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중국 소재 수출자로부터 플라스틱 필름(이하 쟁점수입물품)을 수입하면서, 품명을 'H필름', 'I 필름', 'J 필름' 등으로 신고하고 한-중 FTA 협정관세율을 적용받았습니다.
그러나 처분청(인천공항세관)은 2023년 5월부터 관세조사를 실시한 결과, 쟁점수입물품이 실제로는 중국산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필름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대상인 '증착(Metalizing) PET 필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처분청은 청구법인이 품명을 허위로 신고하여 관세를 포탈하고 밀수입한 것으로 보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2024년 1월과 5월에 걸쳐 덤핑방지관세율을 적용하여 관세,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를 포함한 총 OOO원을 경정고지(이하 쟁점처분)하였습니다.
청구법인은 이 중 두께 9μm 미만인 'H필름' 및 'I 필름'과 두께 10μm 미만인 'J 필름'에 대한 과세 처분에 불복하여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습니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법인은 쟁점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H필름은 증착필름과 다른 물품입니다. 청구법인은 덤핑방지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H필름'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PET 필름 표면에 액체 상태의 특수 코팅액을 얇게 도포하는 '습식 코팅'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반면,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인 '증착필름'은 진공 상태에서 기체 상태의 금속을 입히는 '건식 코팅' 방식으로, 제조 공법과 물리적 특성(공기 및 수분 차단성 등)이 명백히 다릅니다. 전문 분석기관의 분석 결과에서도 두 필름의 표면 형태가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내부 자료의 품명 기재는 영업비밀 보호 목적입니다. 처분청이 증거로 제시한 내부 관리자료(엑셀파일, 지출결의서 등)에 H필름을 증착필름을 의미하는 'M'으로 표기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H필름 개발 기술의 유출을 막고, 기존 거래처에 명칭 변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습니다. 실제 수출자가 발행한 '오리지날 인보이스'에는 H필름과 증착필름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쟁점물품은 덤핑방지관세 부과대상이 아닙니다. 'H필름'과 'I 필름'은 증착되지 않았고 두께가 9μm 미만이므로 PET 필름 덤핑방지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또한 'J 필름'은 소재가 다른 폴리프로필렌(PP) 필름이며, 두께가 10μm 미만이므로 관련 규정에 따라 덤핑방지관세 부과대상이 아닙니다.
가산세 부과는 부당합니다. H필름과 증착필름은 육안으로 구분이 어렵고, 청구법인은 H필름이 증착필름과 다른 물품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과세관청조차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신고 의무 위반을 이유로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부당합니다.
3. 처분청의 주장
처분청은 쟁점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H필름 개발 주장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청구법인은 H필름을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제조의뢰서, 공정도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압수수색 시 확보한 청구법인의 수입자재 리스트, 원가분석 자료 등에도 H필름은 존재하지 않고 'VM-PET(증착 PET 필름)'만 확인됩니다.
허위신고 사실이 명백합니다. 청구법인은 과거 증착필름을 'I 필름'으로 허위 신고했다가 세관 분석에서 적발되자 '계약상이'를 이유로 반송한 후, 다른 수입자 명의와 'J 필름'이라는 다른 품명으로 재수입한 사실(쟁점반송건)이 있습니다. 이는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려는 의도적인 행위임을 방증합니다.
객관적 증거는 쟁점물품이 증착필름임을 입증합니다. 수출자가 보낸 이메일에 첨부된 엑셀파일(쟁점엑셀파일)과 청구법인의 내부 지출결의서에는 쟁점물품의 품명이 일관되게 증착필름을 의미하는 'M'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세관 신고용으로 조작된 인보이스와 달리 실제 거래된 물품을 관리하기 위한 진실된 자료입니다. 또한, 청구법인의 주요 거래처 역시 청구법인으로부터 '증착필름'을 구매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청구인이 제출한 증거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청구인이 제출한 분석 결과는 출처가 불분명한 샘플에 대한 것이며, '오리지날 인보이스'는 압수수색 시 확보되지 않았고 내용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청구법인 대표 스스로 세관 신고 시 인보이스를 수정하여 제출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가산세 부과는 정당합니다. 청구법인은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품명을 허위 기재하고, 세관 검사를 피하고자 수입자 명의를 바꾸는 등 적극적인 부당행위를 하였습니다. 이는 관세법상 가산세 감면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가산세 부과는 적법합니다.
4. 쟁점 정리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쟁점물품을 덤핑방지관세 부과대상인 '증착 PET 필름'으로 보아 차액 관세 등을 부과한 처분의 당부
신고불성실 및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부과한 처분의 당부
5. 심리 및 판단
조세심판원은 심리 결과,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쟁점물품은 증착된 PET 필름으로 보입니다. 조세심판원은 ①수출자가 보낸 이메일의 엑셀파일과 청구법인의 내부 지출결의서에 품명이 증착필름('M')으로 일관되게 기재된 점, ②과거 'I 필름'으로 신고한 물품이 세관 분석 결과 증착필름으로 확인되자 반송 후 다른 명의와 품명으로 재수입한 점, ③청구인이 제출한 '오리지날 인보이스'는 처분청이 확보한 자료와 내용이 달라 신뢰하기 어려운 점, ④H필름을 개발했다는 객관적 입증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쟁점물품은 덤핑방지관세 부과대상인 증착필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산세 부과 처분은 정당합니다. 쟁점물품이 덤핑방지관세 부과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청구법인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품명을 허위로 신고한 것은 가산세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처분청이 쟁점물품에 덤핑방지관세율을 적용하여 관세 등을 부과하고 가산세를 부과한 쟁점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결정하였습니다.
기업의 수출입 담당자에 대한 시사점
1. 문서 관리의 일관성: 내부 자료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처분청이 청구법인의 주장을 뒤집는 데 사용한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외부용으로 조작된 서류가 아닌, 청구법인의 내부 관리용 문서(지출결의서, 원가분석 자료)와 수출자와의 이메일(쟁점엑셀파일)이었습니다. 청구법인은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내부적으로만 다른 품명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내부 자료를 '진실된 자료'로 판단했습니다.
시사점: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ERP, 회계 시스템)에 기록된 품명, 규격, 단가 등은 단순한 관리 목적을 넘어, 관세 조사나 법적 분쟁 시 가장 신뢰성 높은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입신고서, 인보이스 등 대외용 서류와 내부 관리 서류의 내용은 반드시 일치시켜야 합니다. 불일치가 발견될 경우, 관세 포탈의 의도를 가진 것으로 오해받을 위험이 매우 큽니다.
2. '신제품 개발' 주장에는 객관적 입증자료가 필수입니다.
청구법인은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H필름'을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조의뢰서, 공정도, 개발 회의록, 기술 사양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과세관청과 법원을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시사점: 기존 제품과 다른 특성을 가진 물품을 수입하여 관세 혜택을 받고자 한다면, 개발 또는 주문 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문서로 기록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수출자에게 특정 사양을 요구하여 제조했다면 관련 이메일, 기술문서(TDS), 계약서 등을 철저히 관리하여 '우리 회사가 의도하여 다르게 만든 제품'임을 입증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3. 편법적인 관세 회피 시도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합니다.
청구법인은 증착필름이 세관에 적발되자(쟁점반송건), 이를 반송한 후 다른 회사 명의와 다른 품명으로 재수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의도적인 관세 회피 시도로 간주되었고, 처분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시사점: 통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투명하게 해결하지 않고 수입자나 품명을 바꾸는 등의 편법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세관은 전산 시스템을 통해 수입 이력을 관리하므로 이러한 시도는 쉽게 발각될 수 있으며, 단순 과실이 아닌 '부정한 행위'로 판단되어 무거운 가산세(최대 40%)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 사안이 행정소송으로 나아가게 될 경우의 '소송전략'
조세심판원은 청구법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처분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행정소송 단계에서는 심판원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과 증거 제출이 가능합니다.
1. 소송의 핵심 쟁점 재구성
심판 단계에서는 처분청이 제시한 간접·정황증거(내부 문서, 이메일 등)의 증명력이 과도하게 인정되었습니다. 행정소송에서는 이러한 증거의 한계를 지적하고, 사건의 본질인 '물품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쟁점 1) 쟁점물품의 객관적 실체: 쟁점물품이 과연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인 '증착(Metalizing) PET 필름'인지, 아니면 청구법인이 주장하는 '코팅(Coating) 필름'인지 여부입니다. 이는 문서상의 품명이 아닌, 물품의 물리적·화학적 특성과 제조 공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쟁점 2) 과세관청의 입증책임: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습니다. 처분청이 제시한 증거들이 과연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쟁점물품이 '증착필름'임을 입증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추정에 불과한지를 다투어야 합니다.
2. 소송 전략 분석
가. '물품 동일성' 입증을 위한 감정(鑑定) 신청
심판원에서 청구법인이 제출한 분석 결과가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샘플의 출처 불분명'이었습니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행정소송 단계에서는 법원을 통한 전문 감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전략: 법원에 전문 감정인 지정을 신청하고, 처분청과 청구법인 양측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쟁점물품의 샘플을 채취하여 감정을 진행합니다. 샘플은 현재 보관 중인 물품 중에서 수입신고번호가 특정되고, 개봉되지 않은 상태의 것을 대상으로 하여 '샘플의 동일성' 시비를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감정 항목:
제조 공법 분석: 필름 표면의 코팅층이 '진공 증착(Vacuum Deposition)' 방식에 의한 것인지, '그라비아 코팅(Gravure Coating)' 등 습식 코팅 방식에 의한 것인지 성분 및 단면 분석을 통해 규명합니다.
물리적 특성 비교: 증착필름의 고유 특성인 '산소 및 수분 투과율' 등을 측정하여, 일반적인 증착필름의 기준과 쟁점물품의 측정치를 비교 제시합니다.
기대효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감정 결과는 처분청이 의존하는 간접증거들의 증명력을 압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만약 감정 결과 '증착'이 아닌 '코팅' 방식으로 확인된다면, 소송의 승패를 결정짓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나. 처분청 논리의 취약점 공략
처분청의 주장은 여러 간접 사실들을 꿰맞춘 추론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각 논리의 연결고리를 끊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략 1: 내부 문서의 증명력 탄핵 내부 문서에 품명을 'M'으로 기재한 이유에 대해 '영업비밀 보호'라는 주장을 보다 구체화하고 신빙성을 높여야 합니다. H필름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허수, 문철 등) 및 관련 직원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사실확인서나 증인신문을 통해, 당시 기술 유출의 우려가 실제로 존재했으며, 이러한 내부 관리 방식이 경영상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법원에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합니다.
전략 2: '쟁점반송건'의 재해석 처분청이 '의도적 관세 포탈'의 증거로 삼은 쟁점반송건에 대해, 이는 '수출자의 과실로 인한 오발송'이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당시 수출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원본, 반송 및 비용 정산 관련 서류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하나의 해프닝을 전체 수입 건에 대한 부정행위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처분청의 논리적 비약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다. 가산세 면제의 '정당한 사유' 재주장
만일의 경우 본세(관세)에 대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가산세 취소는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전략: '증착'과 '코팅'의 구분이 전문가의 감정이 필요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적 판단을 요하는 점을 부각합니다. 납세의무자인 청구법인이 해당 물품이 덤핑방지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신뢰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주장해야 합니다. 이는 청구법인에게 신고·납부 의무의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법리에 근거한 것으로, 설령 본세 처분이 유지되더라도 가산세 부담을 면할 수 있는 중요한 방어선이 됩니다.
3. 결론 및 제언
본 소송의 승패는 '쟁점물품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심판 단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간접증거에 대한 반박을 넘어 객관적 물증(법원 감정 결과)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직접 증명하는 방향으로 소송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소송 준비를 위해 다음 사항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증거물 확보: 수입신고 당시의 물품 중 미개봉 상태로 보관된 샘플을 즉시 확보하고, 그 보관 과정에 대한 기록을 철저히 남겨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할 준비를 합니다.
감정 신청 준비: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 및 감정 방법을 사전에 검토하여, 소송 제기와 동시에 감정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증인 및 사실확인서 확보: H필름 개발 및 내부 관리 방식, 쟁점반송건의 경위 등을 상세히 진술해 줄 수 있는 관련자들의 협조를 미리 확보하고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