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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서 '무죄' 받으면, 확정된 관세 부과처분도 뒤집을 수 있을까?



형사 무죄 판결 받았는데 세금은 내야 하나요?

- 대법원 판례로 본 후발적 경정청구의 모든 것

​"형사 재판에서 이겼으니, 부과된 세금도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겠지?"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억울한 세금 부과에 더해 형사 고발까지 당했다가,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무죄를 받았다면 부과되었던 세금도 취소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은 한 대법원 판례를 통해, 형사 무죄 판결이 관세 등 세금 부과 처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후발적 경정청구'라는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건의 흐름에 따라 명쾌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사건의 전개: 엎치락뒤치락했던 법정 드라마


이 사건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상품을 판매하던 A씨의 이야기입니다. 과세당국은 A씨를 실질적인 수입업자로 보고 거액의 관세를 부과했고, 관세 포탈 혐의로 형사 고발까지 했습니다.


  • ​관세 부과 처분:​ A씨가 실질 화주이므로 납세의무가 있다.

  • ​A씨의 주장:​ 나는 구매 대행업자일 뿐, 실제 수입 화주는 국내 소비자들이다.

  • ​형사 재판 결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 (실제 화주가 A씨라는 점을 단정하기 어렵다)


A씨는 확정된 무죄 판결을 근거로, 자신에게 부과된 관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후발적 경정청구'를 했고, 이 거부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1심 (대구지방법원 2017구합21908): "형사 무죄는 별개, 세금은 내야 한다"​


1심 법원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형사재판과 행정소송은 목적과 증명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즉,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부족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해서,

행정소송에서 과세 처분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까지 완전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2심 (대구고등법원 2018누3111): "희망의 불씨, 판결은 판결이다"​

그러나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관세법에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정한 '판결'에

형사판결이 제외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형사판결에서 'A씨가 아닌 국내 소비자가 실제 소유자'라고 판단한 이상, 이는 과세의 기초가 된 거래의 내용이 '판결에 의해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대법원 (2018두61888):


"원칙 확립,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아니다"​


이 엇갈린 판결의 최종 종지부는 대법원이 찍었습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판결의 확정은 관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원칙을 확립한 것입니다.

이후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A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2. 핵심 쟁점 정리: 왜 형사 무죄 판결만으로는 부족한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확정된 형사 무죄 판결이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의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인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때'에 해당하는가"​였습니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답변은 ​"원칙적으로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소송의 목적 차이: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를 가리는 것이 목적인 반면, 후발적 경정청구에서 말하는 소송은 과세의 근거가 된 거래나 행위 자체의 존부나 법률효과를 다투는 민사소송 등을 전제로 합니다.


  2. ​증명의 정도 차이:

    형사재판의 무죄 판결은 '범죄 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반면, 조세 부과 처분은 그보다 낮은 '우월한 증거'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형사상 무죄가 곧바로 과세 요건의 부존재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3. ​법률관계에 미치는 영향:​ 형사판결이 확정된다고 해서 그 자체로 과세의 원인이 된 사법(私法)상의 거래 행위가 무효가 되거나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조세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들어, 형사 무죄 판결을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만능키'로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3. 소송 전략 제언

이 판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소송 전략적 교훈을 줍니다.


  • ​형사 무죄 판결 의존 전략의 위험성:​ 조세 불복 과정에서 관련 형사사건의 무죄 판결에만 기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입니다. 무죄 판결은 행정소송에서 '유력한 증거자료'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으나, 그 자체로 승소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 ​행정소송에서의 독자적 증명 책임:​ 과세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기 위해서는, 형사 판결과는 별개로 행정소송 절차 내에서 과세 요건 사실이 존재하지 않거나 위법하다는 점을 독자적인 증거로 다시 입증해야 합니다.


  • ​불복 기간 준수의 중요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초 과세 처분을 받은 후 90일 이내의 불복 기간(이의신청, 심사/심판청구 등)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후발적 경정청구는 이러한 통상의 불복 절차를 놓쳤을 때 기댈 수 있는 '예외적인' 구제 수단이며, 그 사유 또한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4. 시사점 및 실무상 체크포인트


  • ​'조세'와 '형벌'의 분리:

    위법 행위에 대해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세법상의 요건을 충족하면 납세의무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 ​초기 대응의 중요성:

    과세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처분을 인지한 즉시 조세 전문가와 상담하여 정해진 기간 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 ​후발적 경정청구는 예외적 구제 수단:

    후발적 경정청구는 계약의 해제, 소송에 의한 거래 내용 변경 등 법에서 정한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인정되는 예외적인 권리 구제 절차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조세 불복과 형사 절차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납세자가 권리 구제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복잡한 조세 문제에 직면했다면, 섣부른 판단보다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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