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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다대기'가 쏘아 올린 공: 관세청 고시는 법일까요?




오늘은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식재료이자, 무역 현장에서는 끊이지 않는 논쟁의 대상인 '고추다대기'에 얽힌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단순히 "이게 고추냐, 다대기냐"를 따지는 다툼 같지만,

그 속에는 '행정기관의 고시(Notification)가 과연 법률과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는가?'

라는 묵직한 법적 쟁점이 숨어 있습니다.


수입 업무를 하시는 분들께는 피가 되고 살이 될 이야기, 그리고 일반 독자분들께는 법의 세계가 얼마나 치밀하게 돌아가는지 엿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고추다대기'가 쏘아 올린 공: 관세청 고시는 법일까요?


수입 물품에 세금을 매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품목분류(HS Code)'입니다.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품목분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관세율은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특히 농산물 가공식품은 그 기준이 매우 까다롭죠.


오늘의 주인공, A사는 중국에서 '혼합조미료(Mixed Hot Seasoning)'를 수입했습니다. 흔히 우리가 '고추다대기'라고 부르는 물품이었죠. A사는 이를 조미료로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세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이건 다대기가 아니라, 사실상 '고춧가루'입니다."


세관은 A사가 수입한 물품이 관세청장이 고시한 '고추다대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훨씬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고춧가루'로 분류하여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A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죠.



1. "고시는 법이 아니잖아요?" (A사의 주장)

A사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실수였다: "직원이 성분분석표를 잘못 냈을 뿐, 실제로는 기준에 맞습니다."

  2. 법리적 항변: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이어야 합니다. 관세청장이 만든 '고시'는 행정청 내부의 규칙일 뿐인데, 이걸 근거로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 마라 하는 건 부당합니다!"


언뜻 듣기에 A사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고시'가 '법'은 아니니까요. 과연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2. 대법원의 반전: "그 고시는 단순한 규칙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행정입법의 역사에 남을 중요한 기준을 세웁니다. (대법원 2003두1592)


항소심(2심)에서는 "관세청 고시는 행정규칙에 불과하지만, 합리적이니 존중해야 한다"라고 다소 애매하게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훨씬 더 강력하게 세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관세청 고시가 상위 법령(관세법)의 구체적인 위임에 따라 그 내용을 보충하는 경우, 이는 상위 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관세청 고시라도 법(관세법)이 '네가 구체적인 내용을 정해라'라고 권한을 주어 만든 것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내부 지침이 아니라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법'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A사는 이 강력한 '법규명령'의 기준을 넘지 못했고, '고춧가루' 관세를 물게 되었습니다.



3. 뼈아픈 교훈: "실수는 법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A사가 패소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입증 실패'였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사는 "실제 물품은 기준에 맞는데, 서류가 잘못됐다"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공인기관 분석표 등)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법정에서 "직원의 실수였습니다"라는 말은, 냉정하게도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 변호사의 One Point Lesson

이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1. 행정기관의 '고시'를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수많은 고시와 지침을 마주합니다. 이것이 단순한 권고사항인지, 아니면 상위법의 위임을 받은 '법규명령'인지 파악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의 핵심입니다.


  2. 증거는 평소에 챙겨야 합니다.

    세금 고지서를 받은 뒤에 부랴부랴 증거를 찾으면 늦습니다. 수입 신고 단계부터 성분분석표, 제조공정서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3.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활용하세요.

    애매하다 싶으면 수입하기 전에 관세청에 먼저 물어보십시오. "이 물건, 세번(HS Code)이 뭡니까?"라고 공식적으로 확인받는 '품목분류 사전심사' 제도를 활용하면, 나중에 세금 폭탄을 맞을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법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고추다대기' 한 숟가락에도 치열한 법리가 숨어 있습니다. 복잡한 규정과 절차, 전문가와 상의하여 안전하게 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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