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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인 줄 알았는데... 포장지에 숨겨진 법적 진실



[법률 칼럼] "국산"인 줄 알았는데... 포장지에 숨겨진 법적 진실


마트에서 '00지역 특산 00'이라는 큰 글씨만 믿고 덜컥 물건을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뒷면 깨알 같은 글씨에 '수입산 섞음'이라고 적혀 있어 배신감을 느낀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사업자분들에게는 "억울한 처벌을 피하는 법"을, 소비자분들에게는 "현명하게 따져보는 눈"을 길러드리기 위해, 우리 법원이 '원산지표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아주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속였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것은 "속을 뻔했냐"입니다

많은 사장님들이 억울해하며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변호사님, 제가 거짓말한 게 아닙니다. 뒷면에 분명히 중국산이라고 썼다고요!"

하지만 법의 논리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 대법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대법원 2004도2835).

  • 핵심: 소비자가 실제로 속았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 기준: "평균적인 일반 사람"이 딱 봤을 때, "어? 이거 국산인가?" 하고 착각할 위험만 있어도 처벌 대상입니다.


대법원은 농산물품질관리법상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 현실적으로 원산지를 오인했을 것을 요하지 않는다.

  • ​일반 거래자(평균인)의 주의력​을 기준으로,

  • ​거래관념상 원산지를 다르게 인식할 위험성이 있는 표시​면 족하다.

  • 그 표시에는 ​간접적·암시적 표시도 포함​된다(대법원-2004도2835).


이 “공식”이 이후 하급심에서 거의 그대로 인용됩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4노763 등).


인간의 뇌는 '보고 싶은 것만 크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원도 이 점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죠. 포장지 전체의 분위기가 "나는 국산이오!"라고 외치고 있다면, 구석에 작게 쓴 진실은 면죄부가 되지 못합니다.




2. 앞면의 '큰 글씨'가 뒷면의 '작은 진실'을 이깁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혼동우려 표시' 유형입니다.

  • 사례: 포장지 앞면에는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콩"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뒷면 '원산지 표시란'에는 정직하게 "미국산 70%"라고 적은 경우.

  • 판결: 유죄입니다(대법원 2013도14586).


대법원은...

  • ​‘거짓 표시’​와 ​‘혼동우려 표시’​는 구별되고,

  • ​원산지 표시란에는 국내산으로 바르게 표시​했더라도,

  • 포장재에 ​국내 유명 특산물 생산지역명​을 표시하는 방식은 →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2013도14586).


이 판결은 이후 하급심에서 반복 인용됩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4노763, 청주지법 2014고단187, 인천지방법원 2014고정3467, 대전지법 2016고단288, 수원지방법원2009고단1990 등).


법원은 소비자가 물건을 집을 때 가장 먼저 보는 '전면부 디자인''광고 문구'가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중요하게 봅니다. 아무리 뒷면 정보표시면에 사실대로 적었더라도, 앞면에서 소비자의 눈을 가렸다면 이는 '혼동우려 표시'로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3. 하지만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반전의 변론)

그렇다면 제품명에 지역 이름이 들어가면 무조건 불법일까요? 여기서 유능한 변호사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2014년 대법원 판례(2014도14191) 이후, 아주 중요한 방어 논리가 생겼습니다.


  • 방어 포인트: "이 지역 이름은 원료의 산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 '공장이 있는 곳(가공지)'이거나 단순히 '브랜드 이름'일 뿐입니다."


대법원은, 홍삼·홍삼절편 같은 농산물 가공품에서..

원료 수삼 원산지가 모두 국내산이면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시하는 것이 가능(대법원-2014도14191)하다고 하면서,

​“제조·가공한 지역의 명칭을 제품명에 사용하는 것”​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있으며,

​인삼류는 농수산물품질관리법상 지리적표시 대상에서 사실상 ‘특정 지역’으로 쪼개기 어렵게 취급되는 점​(전국 단위 취급) 및 형벌법규 엄격해석 원칙을 들어,

“지역명 사용”만으로 바로 혼동우려 표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즉, ​“지역명 = 원료 산지 단정”이라는 자동연결을 끊고​, 제품 성격(가공품), 제도(지리적표시), 표시가 의미하는 바(원료 산지인지/가공지·브랜드인지)를 따져 보라고 요구합니다.



만약 그 지역이 해당 품목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지가 아니거나(사회적 합의 부족), 단순히 제조 공장의 위치를 표시한 것뿐이라고 인정받는다면, 이는 소비자를 속인 것이 아니라 적법한 상호/가공지 표시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형벌법규 엄격해석의 원칙입니다. "애매할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죠.



4. 이상에서 살펴본 핵심 판례들이 하급심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유형별 정리)

(A) 포장·표시 “전면/후면” 충돌형: ‘앞면 국내산’이 모든 원료 국내산처럼 보이게 하는지

  • 전면 “원산지 국내산” + 후면 일부 수입원료 → 혼동우려 인정

  • 온라인 판매화면에서 제품명/가격 주변 “원산지 국내”로 크게 표시하고, 아래쪽 작은 글씨로 수입원료 기재 → 혼동우려 인정

→ 실무상 ​‘소비자가 먼저 보는 위치(전면·가격 옆·큰 글씨)’가 무엇을 암시하는지​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B) 간판·현수막·메뉴판 등 “홍보물”형: 지역브랜드·특산물 이미지로 원산지를 암시

  • “홍성한우” 간판·현수막·메뉴판으로 홍성 원산지처럼 표시 → 혼동우려 인정

  • 축제 현수막/라벨 등으로 특정 지역 한우처럼 표시 → 혼동우려 판단

  • 메뉴판에 “호주산, 미국산” 병기했으나 실제는 미국산만 판매 → 평균인이 혼합으로 오인할 우려 인정

→ 단속·기소에서 사진증거(현수막/간판/메뉴판/POP)가 핵심이고, 방어에서는 ​표시의 구체성(대상 메뉴 특정 여부, 동선, 가시성)​을 파고듭니다.


(C) “가공지/판매자 주소/도메인” 등 간접·암시적 표시형

  • 가공자 김포 표기가 쌀 원산지 김포로 오인 위험 → 혼동우려 인정

  • 포장박스에 특정 ‘원료공급원’을 기재해 혼동 발생 가능



5. 소송전략(실무용 체크리스트)


검사·고소(피해자) 측 전략: “평균인 오인 위험”을 구조적으로 입증

  1. ​표시물 전체 수집(원본 확보)

    포장재 전·후면, 라벨, 스티커, 진열대 POP, 현수막, 온라인 상세페이지/썸네일, 홈쇼핑 자막·멘트 등

    “어디가 가장 먼저/크게 보이는지”를 사진·영상으로 고정


  2. ​거래관념(상품군 특성) 입증

    (쌀처럼) 가공지=원산지로 오인하기 쉬운 품목인지(대법원-2004도2835)

    지역 프리미엄(가격차), 해당 지역의 “특산물” 인지도(광고자료·언론·공공인증 등)


  3. ​표시체계 위반을 '혼동우려'유형으로...

    원산지 표시란은 맞는데 다른 곳에 유사 표시 → 혼동우려

    “국산만 취급”류 문구, 지역명 크게 표시, 일괄표시 등은 예시로 바로 연결


  4. ​고의(미필적 고의) 포인트

    내부 문서(디자인 시안 승인), 경고·시정명령 이력, 동종 단속 전력

    원료수불부·거래명세서로 “알고도 썼다”는 점을 입증



피고인(업체) 측 전략: 2014도14191의 “한계”를 전면에

  1. ​표시의 의미를 “원료 산지”가 아닌 “가공지/브랜드/판매자 표시”로 재구성

    제품명/판매자명/제조지 표기가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인지 강조


  2. ​‘국내 유명 특산물 생산지역명’ 해당성 반박

    해당 지역이 정말로 그 품목의 특산지로 사회적 합의가 있는지

    지리적표시 등록/공식 인증 여부, 가격 프리미엄 실증자료로 반박(없으면 방어에 유리)


  3. ​소비자 인식 구조를 깨기

    (온라인) 원재료·원산지 고지가 충분히 눈에 띄었는지(스크롤 구조, 폰 화면 캡처 비교)

    (오프라인) 동선·공간 분리로 실제 오인 가능성이 낮다는 점


  4. ​형벌법규 엄격해석·유추해석 금지

    “애매하면 무죄” 프레임을 형성



6.행정제재 병행 이슈(공표·과징금 등)

‘거짓 표시’와 ‘혼동우려 표시’가 법문상 구별될 때,

  • 제재수단(예: 공표)이 “거짓 표시”에만 연결​되는지 별도 쟁점이 됩니다.

  • 국민권익위 재결은 ​혼동우려 표시를 공표 대상으로 확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 부족​이라며 공표처분을 취소한 사례가 있습니다.



7. 시사점

  1. ​“법에서 정한 원산지 표시란”만 맞추면 끝이 아니다.

    포장 전면·광고·상호·현수막까지 포함한 ‘총체적 인상’이 핵심이 된다.


  2. ​표시 설계는 ‘소비자가 처음 보는 화면/면’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전면 큰 글씨의 “국내산” 한 줄이 후면 상세표시 전체를 무력화시키는 사건이 반복된다.


  3. ​가공품에서 지역명 사용은 ‘무조건 위험’도 ‘무조건 안전’도 아니다.​2014도14191 이후에는,

    (i) 제품 성격(가공품),

    (ii) 제도(지리적표시 가능성),

    (iii) 사회적 인지도/가격 프리미엄,

    (iv) 표시가 의미하는 바 를

    종합해 결론이 갈린다.


  4. ​형사 vs 행정의 경계(과태료/형사처벌)도 빈번히 다투어진다.

    ‘미표시’는 과태료, ‘거짓/혼동우려’는 형사처벌이라는 구조가 사건 방향을 바꾼다.



8. 핵심 쟁점 정리

  1. ​혼동우려 표시 성립요건​:

    실제로 속았는지 불요, 평균인의 주의력 기준으로 거래관념상 원산지를 다르게 인식할 위험이면 족함(대법원 2004도2835, 대법원 2004도2835).

  2. ​표시 범위​:

    정면 “원산지 표시란”뿐 아니라 주소·가공자·도메인·상호·광고 등 ​간접·암시적 표시​도 포함(대법원 2004도2835).

  3. ​거짓 표시 vs 혼동우려 표시​:

    원산지 표시란이 맞아도 다른 표시로 혼동우려가 되면 처벌 가능(대법원 2013도14586).

  4. ​전면/광고 우선의 원칙(사실상)​:

    소비자가 먼저 보는 표시가 “전체가 국내산/특정 지역산”이라는 인상을 주면 혼동우려가 쉽게 인정됨.

  5. ​한계(방어 논리)​:

    가공품에서 지역명 사용이 곧바로 혼동우려는 아니며, 법령상 허용·지리적표시 체계·상품 특성 등을 고려해 엄격해석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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