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소송] 15억 원짜리 교훈: "통관되었다고 안심하지 마라"
- barristers0
- 7일 전
- 3분 분량

15억 원짜리 교훈: "통관되었다고 안심하지 마라"
- 알루미늄 품목분류(HS Code) 사건 대법원 판례 정밀 분석
사업을 하시는 분들, 특히 무역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물건이 파손되었을 때? 거래처가 끊겼을 때?
물론 그것도 무섭지만, 법률가로서 제가 목격한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바로 "몇 년 전 통관된 물건에 대해 갑자기 거액의 세금 고지서가 날아올 때"입니다.
오늘은 "분명 세관을 통과했는데, 나중에 세금을 더 내라니요?"라고 호소했던 한 기업의 실제 소송 사례를 통해, 관세법의 냉정한 원칙과 우리가 갖춰야 할 법적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사건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치열하게 다퉜으나, 결국 납세자가 15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받게 된 뼈아픈 사례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관세 행정 소송의 핵심 법리가 모두 들어있습니다.
1. 사건의 발단: '괴(Ingot)'인가, '판(Plate)'인가?
사건의 주인공인 A사(원고)는 2008년, 중국에서 알루미늄을 수입합니다.
A사의 신고:
"이것은 녹여서 원자재로 쓸 겁니다. 그러니 '알루미늄 괴(Ingot)'입니다."
(세율 1%)
초기 상황: 세관은 이 신고를 수리했고, 물건은 무사히 통관되었습니다.
그런데 1년 뒤, 부산세관(피고)이 사후 심사를 통해 전혀 다른 말을 합니다.
세관의 처분:
"다시 보니 모양이 반듯하고 두께가 일정하네요. 이것은 '알루미늄 판(Plate)'입니다."
(세율 8%)
세관은 품목분류 오류를 이유로 약 15억 원(관세+가산세)을 토해내라는 경정처분을 내립니다.
A사는 억울했습니다.
"아니, 녹여서 쓸 건데 왜 판입니까? 그리고 수입할 때 검사까지 하고 통과시켜 줬잖아요!"
결국 이 다툼은 법원으로 향합니다.
2. 치열했던 법정 공방 (시간순 재구성)
[제1라운드] 부산지방법원 (2010. 11. 26. 선고)
"당신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물건의 '생김새'가 중요하다."
1심에서 A사는 "우리는 이걸 전량 용해해서 원자재로 쓴다"는 '용도(실질)'를 강조했습니다.
중국 수출세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판 형태로 가져왔을 뿐, 실질은 '괴'라는 것이죠.
하지만 법원은 냉정했습니다.
판결 요지:
관세법상 품목분류는 수입신고 당시의 '객관적인 성질과 형태'가 기준이다.
이유:
이 물건은 규격(두께, 폭)이 일정하고 횡단면이 직사각형인 '판'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수입자가 나중에 녹여서 쓰든(주관적 용도), 벽에 붙여 쓰든,
수입 당시 모양이 판이면 판이다.
[제2라운드] 부산고등법원 (2011. 5. 13. 선고)
"통관시켜 준 건 'OK' 사인이 아니다."
항소심에서 A사는 전략을 바꿉니다. '신뢰보호원칙'을 강력하게 주장했죠.
A사의 주장: "세관 공무원이 서류만 본 게 아니라, 현장에 와서 실지검사(Inspection)까지 하고 1% 세율로 통관시켜 줬습니다. 이건 국가가 '괴가 맞다'고 공적으로 확인해 준 것(공적 견해표명) 아닙니까?"
그러나 고등법원의 판단은 더욱 단호했습니다.
판결 요지:
세관 공무원이 검사를 했다는 증거도 부족하거니와,
설령 검사를 하고 통관시켰다 해도 그것은 '사실행위'일 뿐이다.
이유:
신고납부 제도 하에서 세관이 신고를 받아준 것은
"당신의 분류가 법적으로 완벽하다"는 확인 도장을 찍어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신뢰보호의 대상이 되는 '공적 견해표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3라운드] 대법원 (2012. 1. 12. 선고)
"물을 수 있었는데 묻지 않은 책임(귀책사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확정하며, A사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립니다. 바로 '품목분류 사전심사 제도'입니다.
대법원 판결:
품목분류는 '객관적 요소(형태, 가공정도)'가 최우선이다. (주관적 용도 배제)
수입신고 수리는 과세관청의 확정적 판단이 아니다.
[핵심] A사는 물품 분류가 애매했다면 관세청장에게 미리 물어볼 수 있는 제도(사전심사)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A사에게 과실(귀책사유)이 있으므로, 억울하다고 할 수 없다.
3. 핵심 쟁점 및 법리 요약
이 사건은 관세 소송의 교과서적인 3대 쟁점을 모두 보여줍니다.
쟁점 | 법원의 판단 (Lawyer's Point) |
1. 분류의 기준 (용도 vs 형태) | Form over Intent (형태 우선) 수입자가 "녹여서 쓸 것(원자재)"이라 주장해도, 수입 당시 물리적 형태가 '판'의 정의(균일한 두께 등)에 맞으면 '판'으로 과세한다. |
2. 통관의 의미 (수리 = 승인?) | 수리는 '사실행위'일 뿐 세관이 수입신고를 받아준 것(수리)은 절차적 통과일 뿐, "세율이 맞다"고 보증한 '공적 견해표명'이 아니다. 언제든 사후 심사로 추징 가능하다. |
3. 납세자의 과실 (귀책사유) | 사전심사 미이용의 대가 분류가 불확실할 때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신청하지 않은 것은 납세자의 과실로 간주되어, 나중에 가산세 감면이나 신뢰보호를 주장하기 어렵게 만든다. |
4. 소송 전략 가이드 (Litigation Strategy)
만약 여러분이 유사한 상황에 처한다면, 혹은 법률 대리인으로서 이런 사건을 맡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원고(수입기업) 측 전략
'객관적 물성'에 집중하라:
"억울합니다"라는 감정 호소나 "원자재입니다"라는 용도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해당 물품이 기술적으로 조잡하여 상업적인 '판'으로 쓸 수 없다는 점, 표면이 불균일하다는 점 등 물리적 결함을 입증해야 합니다.
'공적 견해표명'의 증거 확보:
단순히 "통관됐다"가 아니라, 과거에 세관에 질의하여 받은 공문, 이메일, 상담 기록 등 과세관청이 적극적으로 내 견해를 인정해 준 물증을 찾아내야 합니다.
가산세 방어 (Plan B):
본세(관세)를 못 막더라도, "우린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여 가산세라도 깎아야 합니다.
⚔️ 과세관청 측 방어 전략
HS 해설서의 정의 고수:
관세율표 해설서상의 물리적 정의(치수, 허용오차 등)와 현품의 일치 여부를 강조하여 '객관적 분류' 프레임을 선점합니다.
자기책임의 원칙 강조:
"신고납부제도 하에서 분류 책임은 1차적으로 수입자에게 있다"는 점과 "사전심사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부작위"를 파고듭니다.
5. 법률가의 시사점 (Closing)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첫째, 관세법은 '보이는 것'을 믿습니다.
여러분의 사업적 의도나 경제적 사정(8%면 수입 안 했을 거란 주장)은 세금 앞에서 무력합니다.
둘째, '무사 통관'은 '면죄부'가 아닙니다.
지금 세관을 통과했다고 해서 그 세번(HS Code)이 100% 맞는 것은 아닙니다. 5년 내에 언제든 세무조사(심사)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셋째,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법적으로 '사전심사'입니다.
애매하면 관세평가분류원에 미리 물어보십시오. 그 답변서는 법적인 효력이 있는 가장 강력한 보험입니다.
법률 분쟁은 예방이 최선입니다. 수입 전, 관세사나 변호사와 함께 물품의 성질을 꼼꼼히 검토하는 작은 노력이, 훗날 회사의 운명을 가를 15억 원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소중한 권리와 자산, 전문가와 함께할 때 가장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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