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의 정의와 관세품목분류 - 관세율 8%가 적용되는 '메주의 범위를 넓게 해석'한 판결의 승소전략입니다. (수원지방법원 2023구합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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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3일
- 6분 분량

I. 개요
이 사건은 중국에서 수입한 발효대두의 관세품목분류와 관련하여, 메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관세율 8%인 메주인가? 아니면 관세율 45%인 '그 밖의 방법으로 조제하거나 보존처리한 식물의 부분'인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이 판례에서는 '관세법에 따른 품목분류의 기준과 방법'을 정리하여, 소위 HS품목분류의 기준이 되는 HS협약 및 그 부속서가 어떻게 국내 법령으로 수용되어있는지가 정리되어 있고, 품목분류에관한 고시가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법류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는 대법원 판례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II. 원고와 피고
원고: A 주식회사
피고: 평택세관장
III.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21.3.24.부터 2021.10.7.까지 중국에서 발효대두를 수입하면서 HSK 제2103.90-9040호 '메주(관세율 8%)'로 신고하였습니다.
피고는 2022.3.21. 관세평가분류원으로부터 해당 물품이 HSK 제2008.19-9000호 '기타(관세율 45%)'로 분류된다는 회신을 받고 원고에게 통지하였습니다.
원고는 2022.7.14. 관세평가분류원 회신에 따라 품목분류를 변경하여 관세를 수정신고·납부하였습니다.
원고는 메주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관세 등 234,719,750원에 대해 경정청구를 했으나, 피고가 거부했습니다.
IV.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
해당 물품은 메주로 분류되어 8% 관세율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피고의 주장
해당 물품은 기타 조제식품으로 분류되어 45% 관세율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V. 법원의 판단
1. 메주의 법적 해석 기준
HSK에서 사용된 '메주'라는 용어는 일상용어로서의 의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식품제조기술의 발전에 따른 외연의 확장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2. 메주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판단
메주의 물성과 용도에 관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 메주로 인식할 수 있는 물건이면 됩니다.
반드시 전통방식으로 제조되지 않아도 HSK 제2103.90-9040호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3. 해당 물품의 특성 분석
대두를 원료로 사용했습니다.
고초균으로 발효시켰습니다.
수분 약 7%, 단백질 약 36.8~43.5%, 지방 약 15.5%, 아미노산성 질소 120mg/100g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4. 청국장과의 구별
청국장과 메주를 구분 짓는 중요한 특성은 그 자체로 취식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해당 물품은 그 자체로 취식하지 않고 된장 제조용 원료로 사용되므로 메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5. 관세율 적용의 타당성
메주의 관세율을 8%로 정한 것은 국민의 일상적 식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물건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본래적 용도가 된장 제조용인 이 물품에 45%의 고율 관세를 매길 공익상 필요성이 분명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VI. 시사점
관세품목분류 대응전략
수입물품의 관세율 적용시 해당 품목의 정의를 너무 좁게 해석하지 말아야 합니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이 아니더라도 본질적 특성과 용도가 동일하다면 같은 품목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경정청구 시에는 '해당 물품의 특성과 용도'가 분류하고자 하는 '품목의 본질적 특성과 일치함'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품목분류를 할때는 그 '제조공정'을 잘 살펴야 합니다. '제조공정' 품목분류의 직접적이 기준이 되기도 하고, 해당 물품의 성질과 용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실무적 유의사항
관세품목분류는 각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사한 사례라도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품목분류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관세청의 사전심사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판결의 내용은 참고용이며, 구체적인 적용은 반드시 관세법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이하에서는 해당 판결문의 원문을 인용하며, 관세법에 따른 품목분류의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 더 깊이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관세법에 따른 품목분류 기준과 방법
관세법 제50조 제1항 [별표] 관세율표에서는
‘관세율표의 해석에 관한 통칙’(이하 ‘관세율표 통칙’이라 한다) 부분에서 수출입물품에 대한 품목분류의 원칙을,
그 이하 부분에서 기본적인 6단위 품목번호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다.
관세법 시행령 제98조 제1항은,
기획재정부장관으로 하여금
「통일상품명 및 부호체계에 관한 국제협약」(이하 ‘HS협약’이라 한다) 및 관세법 별표의 관세율표를 기초로 하여 품목을 10단위로 세분한 HSK를 고시하게 했다.
아울러 관세법 시행령 제99조 제2항은
관세청장으로 하여금
수출입물품의 품목분류 적용기준을 고시의 형태로 규정할 수 있도록 했고,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품목분류 적용기준에 관한 고시」는 HS협약 부속서인 ‘HS해설서(Harmonized Commodity Description and Coding System Explanatory Notes)’를 그대로 품목분류 적용기준으로 삼았다(제3조).
위 고시는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592 판결 참조)
관세율표 통칙은
품목분류를 일차적으로 각호(號)의 용어와 관련 부(部), 류(類)의 주(註)에 따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1호),
수입신고 시를 기준으로
물품의 주요 특성, 기능, 용도, 성분, 가공 정도 등 여러 가지 객관적인 요소에 따라 물품을 확정한 다음
그에 해당하는 품목번호를 관세율표가 정하는 바에 따라 결정해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물품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주관적인 용도나 수입 후의 실제 사용 용도를 고려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7두53767 판결 참조).
HSK의 관련 규정과 해석
메주(HSK 제2103.90-9040)는,
‘각종 조제식료품’이 속한 제21류 중
“소스와 소스용 조제품, 혼합조미료, 겨자의 고운 가루·거친 가루와 조제한 겨자”를 분류한 제2103호의
‘기타’ 소호(제2103.90)의
‘기타’ 품목(90)에
마요네스(9010), 인스턴트 카레(9020), 혼합조미료(9030)와 함께 등재되어 있다.
같은 ‘기타’ 소호에는 ‘장류’로 된장(1010), 춘장(1020), 고추장(1030)이 속해 있다.
HS해설서 중 제2103호에 관한 주(註)는 메주의 정의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제2103호로 분류된 물품은 공통적으로 8%의 기본세율을 적용받는다.
앞서 보았듯이 HSK는 법령의 한 부분을 구성하므로, 거기에서 사용한 용어인 ‘메주’의 의미는 통상적인 법령을 해석할 때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새겨야 한다.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0두50348 판결 등 참조).
메주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식재료로써 널리 흔하게 사용되는 물건이므로, 입법자는 그 단어를 별다른 부연이나 해설 없이 관세법령에서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수범자가 어려움 없이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 것이다.
HSK 제2103.90-9040호에 해당하는 ‘메주’의 해석은 이 같은 일상용어로서의 의미에서 출발하되,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뜻이 변화될 수 있는 것이므로 식품제조기술의 발전에 따른 외연(外延)의 확장 가능성도 고려해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 메주의 물성(物性)과 용도에 관한 상식이 있는 사람에게 메주로 칭하는데 위화감이 들지 않는 물건이라면, 반드시 전통방식으로 만들지 않았더라도 HSK 제2103.90-9040호로 포섭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판례가 위 품목분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물품을 어떻게 분류하였는지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메주에 관한 각종 정의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7, 15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인정할 수 있다.
1) 국립국어원은 ‘메주’를 “콩을 삶아서 찧은 다음, 덩이를 지어서 띄워 말린 것. 간장, 된장, 고추장 따위를 담그는 원료로 쓴다.”고 정의한다.
2)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식품위생법의 위임에 따라 국민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등에 관해 기준과 규격을 고시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이하 ‘식품공전’이라 한다)은 ‘장류’에 속하는 식품유형의 일종으로 한식메주와 개량메주를 나누고, 한식메주는 ”대두를 주원료로 하여 찌거나 삶아 성형하여 발효시킨 것“, 개량메주를 ”대두를 주원료로 하여 원료를 찌거나 삶은 후 선별된 종균을 이용하여 발효시킨 것“이라고 정의한다.
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이 식품산업진흥법의 위임에 따라 전통식품의 상품화 촉진과 품질인증제도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품질인증대상품목의 표준규격을 고시한 「전통식품 표준규격」은, ”국산 대두를 원료로 하여 불림, 증자, 파쇄, 성형, 건조, 발효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조한 메주“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품질기준으로 “수분 20% 이하(분쇄시 10%), 조단백질 35% 이상(건조물 기준), 조지방 15% 이상, 아미노산성 질소 110mg/100g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4)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마련된 메주에 관한 국가표준(KS H 2502)은, “콩 또는 콩 및 전분질원료(쌀, 보리쌀, 밀 등)를 사용하여 발효시킨 메주”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품질기준으로 “수분 10% 이하, 조단백질 35% 이상, 조지방 15% 이상, 아미노태질소 110mg 이상, 암모니아태질소 400mg 이하”라고 규정했다.
이 사건 물품의 성질과 용도
품목분류를 할때는 그 '제조공정'을 잘 살펴야 합니다. '제조공정' 품목분류의 직접적이 기준이 되기도 하고, 해당 물품의 성질과 용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이 사건 물품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제조된다.
① 대두를 20℃ 물에 4시간 동안 담근다.
② 125℃에서 20~25분간 0.1MPa의 압력으로 찐다.
③ 찐 대두를 50℃에서 냉각한다.
④ 찐 대두에 고초균(학명 Bacillus subtilis)을 접종하여 고루 섞는다.
⑤ 40~45℃에서 순환풍과 증기를 24시간 공급하여 발효시킨다.
⑥ 대두를 섞고 15~20시간 동안 60℃의 열풍으로 건조한다.
위와 같은 공정을 거친 이 사건 물품은 대두의 낟알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갈색이고 발효취가 있으며 건조된 상태이다. 수분 약 7%, 단백질 약 36.8%~43.5%, 지방 약 15.5%, 아미노산성 질소 120mg/100g을 함유하고 있다.
이 사건 물품은 수입된 후 B 주식회사에 납품되어 콩곡자(파쇄하여 볶은 대두알갱이에 누룩곰팡이를 번식시킨 것), 찐 대두, 정제소금, 소금물 등과 섞은 뒤 숙성시켜 ‘0창’이라는 상표가 붙은 된장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 사건 물품을 HSK 제2103.90-9040호에 포섭할 수 있는지
언어학적 정의에 따른 메주의 내포(內包)는
① 대두류 등의 곡물이 원료인 것,
② 열을 가해 만든 것,
③ 덩어리로 만들어 말린 것,
④ 된장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다.
여기에 식품공학적으로 ⑤ 발효된 것이라는 속성을 추가할 수 있다.
이 사건 물품은 된장의 재료로 쓰기 위해 그에 걸맞은 성질을 갖도록 제조되었고(다시 말해, 된장 제조 용도로의 사용이 주관적이라거나 수입 후에 결정된 것이 아니다),
앞서 본 정의에 따른 메주의 속성 중 이 사건 물품이 갖추지 못한 것은 ‘덩어리로 만든 것’ 뿐이다.
그러나 메주가 덩어리 모양이라는 속성을 취한 것은 자연적으로 건조와 발효를 시키는 전통적 제조방식 때문이고, 된장 등의 재료라는 기능적 속성과는 관련이 없다.
그 자체가 섭취의 대상이 아닌 메주는 외형보다 기능이 핵심적 속성이고, 일반인의 관점에서 콩을 재료로 만들고 건조되어 있으며 발효 냄새를 풍기고 된장을 만드는 데 쓰인다면 메주로 부른다 해도 부자연스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공전 또한 제조방식의 발전에 따른 메주의 변화를 개량메주라는 용어로 수용하고 있다[이 사건 물품을 납품받는 B 주식회사는 ‘C’이라는 특허(출원번호 D)가 있고(갑 제1호증), 이 사건 물품의 제조공정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발효 현상은 다양한 미생물에 의해 생길 수 있고, 특정 미생물로 발효시켜야 메주로 부를 수 있다고 단정한 규범이나 문헌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는다[피고는 황국균(Aspergillus oryzae)이 메주의 핵심요소라고 주장하나,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미생물 중 하나로 보일 뿐 메주인지를 좌우한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 피고는 삶은 대두를 리조푸스 올리고스포러스균(Rhizopus oligosporus)으로 발효시켜 소금을 첨가한 다음 건조한 낟알 모양의 물품을 HSK 제2103.90-9040호로 분류하기도 했다(갑 제5호증)].
관세평가분류원이 이 사건 물품을 관세율 45%인 HSK 제2008.19-9000호(그 밖의 방법으로 조제하거나 보존처리한 과실ㆍ견과류와 그 밖의 식용에 적합한 식물의 부분)이라고 본 주된 이유는, 식품공전에 따르면 삶은 대두를 고초균으로 발효시킨 것은 ‘청국장’이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질의 회신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식품공전상 청국장의 정의(을 제7호증)에 ‘두류를 주원료로 하여 바실루스(Bacillus) 속균으로 발효시켜 제조한 것’이라는 부분이 있으나, 콩을 고초균으로 발효시키기만 하면 모두 청국장이 된다고는 볼 수 없고 다른 속성도 갖추어야 한다. 식품공전의 청국장에 관한 정의 뒷부분에는 ‘페이스트, 환, 분말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어, 수입신고 시 기준 대두 낟알 모양으로 건조된 상태인 이 사건 물품과는 맞지 않는다. 모두 콩을 발효시켜 만들었기는 하나 메주와 청국장을 구분 짓는 중요한 특성은, 통상의 용법상 그 자체로 취식의 대상이 되는 지이다. 이 사건 물품을 청국장이라는 용어로 포섭하려면 조리해 먹기에 적합한 속성을 갖추었음이 증명되어야 하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이 사건 물품의 영양학적 성분 역시 국가가 제정한 메주의 품질기준에 들어맞는다. 「전통식품 표준규격」에서 정한 청국장의 품질기준은 수분 55% 이하, 조단백질 12.5% 이상, 조지방 4% 아미노산성 질소 270mg/100g 이상으로(을 제15호증), 수분을 상당량 함유하고 있고 이 사건 물품보다 아미노산성 질소가 훨씬 많아야 한다.
메주의 관세율을 각종 장류 등과 함께 8%로 정한 것은,
국민의 일상적 식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물건이므로
관세의 전가를 통해 생기는 최종 소비자의 부담이 적정한 선에 머물도록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래적 용도가 된장 제조용인 이 사건 물품을 메주로 보지 않고 4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매길 공익상 필요성이 분명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