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등록됐지만 한국엔 없는 특허, 사용료 냈다면 세금 내야 할까요? 대법원 판례 변경에 따른 대응전략입니다. [대법원 2021두59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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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2월 19일
- 6분 분량

물 건너온 특허 기술, 이제는 사용료에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판결 분석 및 기업의 승소전략을 제시합니다.
I. 개요
최근 대법원은 미국에만 등록되고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 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한 경우, 해당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여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대법원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판결).
이는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의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다’라는 기존의 오랜 판례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해외 특허 기술을 도입하여 사용하는 우리 기업들의 세무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 글에서는 관련 1심부터 대법원 판결까지의 전체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기업의 입장에서 어떠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에 대한 실무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II. 원고와 피고
원고: ○○○ 주식회사 (반도체소자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내국법인)
피고: 이천세무서장
III. 사건의 경위
미국의 특허관리전문회사(이하 ‘미국법인’)는 2011년 6월경, 원고가 자신들의 미국 특허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미국 연방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송 계속 중이던 2013년 12월 23일, 원고와 미국법인은 원고가 미국법인에 특허사용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료하고, 미국에 등록된 40개의 특허권(이하 ‘이 사건 특허’)에 대해 전 세계를 범위로 하는 라이선스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4년, 미국법인에 사용료 미화 16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한미조세조약에 따라 법인세 약 3.1억 원을 원천징수하여 피고에게 납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2015년 6월 9일, 이 사건 사용료가 ‘국외에 등록되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에 대한 대가이므로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미 납부한 원천징수 법인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습니다.
피고(이천세무서장)는 2019년 2월 25일, ‘국외 등록 특허권이라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을 근거로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IV. 당사자의 주장
원고(○○○ 주식회사)의 주장
한미조세조약 및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이 미친다’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른 기존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미국에만 등록되고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이 사건 특허의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으므로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피고의 경정거부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합니다.
피고(이천세무서장)의 주장
한미조세조약은 사용료 소득의 원천지를 ‘사용지’로 규정하면서도 ‘사용’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는 국내법인 법인세법에 따라 해석해야 합니다. 개정된 법인세법은 국외 등록 특허라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다면 국내 사용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특허 기술이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된 이상, 그 대가인 이 사건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며 기존 대법원 판례는 변경되어야 합니다.
V. 각 심급별 법원의 판단
(1) 1심 법원의 판단 (수원지방법원 2019구합72985) : 원고 승소
1심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조세조약이 국내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원칙(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8조)을 전제로, 국외 등록 특허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는 한미조세조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판단 이유
1심 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즉, 한미조세조약의 문맥과 문언의 의미를 고려할 때, 조약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독점적 효력이 미치므로, 미국법인이 국내에 특허권을 등록하여 국내에서 특허실시권을 가지는 경우에 그 사용대가로 지급받는 소득만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에만 등록되고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이 사건 특허와 관련하여 지급받는 소득은 국내에서의 사용 대가가 될 수 없으므로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판단의 근거가 된 법규 및 판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 권리·자산 또는 정보를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그 대가를 국내에서 지급하는 경우 그 대가 ... 다만,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 방지협약에서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그 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외에서 사용된 권리 등에 대한 대가는 국내 지급 여부에도 불구하고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지 아니한다. 이 경우 특허권 ... 등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는 해당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되었고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8조: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의 구분에 관하여는 소득세법 제119조 및 법인세법 제93조에도 불구하고 조세조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한미조세조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에 규정된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동 조항에 규정된 사용료는 어느 체약국 내의 동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지급되는 경우에만 동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
인용 판례: "한·미 조세협약의 해석상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외에서는 특허권의 침해가 발생할 수 없어 이를 사용하거나 그 사용의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을 관념할 수도 없다. 따라서 미국법인이 특허권을 국외에서 등록하였을 뿐 국내에는 등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미국법인이 그와 관련하여 지급받는 소득은 그 사용의 대가가 될 수 없으므로 이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두18356 판결,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두42883 판결 등)
(2) 2심 법원의 판단 (수원고등법원 2021누10237) : 원고 승소 (피고 항소 기각)
2심 법원 역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2심은 별도의 상세한 이유를 설시하지 않고, 제1심 판결의 이유가 타당하다며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이는 당시까지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여전히 유효했기 때문입니다.
(3) 3심 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1두59908 전원합의체) : 파기환송 (기존 판례 변경)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심리를 통해, 1,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는 약 30년간 유지되어 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공식적으로 변경하는 역사적인 판결이었습니다.
판단 이유 (기존 판례를 변경한 새로운 법리)
대법원은 ‘특허의 사용’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조약 해석의 원칙 재확인:
한미조세조약은 사용료 소득의 원천지를 ‘사용지’로 정하지만(사용지주의), ‘사용’의 의미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조약 제2조 제2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조세가 결정되는 국가, 즉 대한민국의 법(법인세법)에 따라 그 의미를 해석해야 합니다.
다만, 조약의 ‘문맥’상 달리 해석해야 할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내법 적용이 배제됩니다.
‘특허권 속지주의’는 조약의 ‘문맥’이 아니다:
기존 판례는 ‘특허권 속지주의’를 조약의 문맥으로 보아, 국내 미등록 특허의 국내 사용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대법원 판결은,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권의 ‘효력’과 ‘침해’가 문제 되는 특허법상 원칙일 뿐,
조세조약상 소득의 원천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국내에서 특허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사자들이 계약을 통해 그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것까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특허권의 사용’과 ‘특허기술의 사용’ 구분:
대법원은 ‘특허권’이라는 법적 권리의 사용과 그 보호대상인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을 구분했습니다.
한미조세조약 제14조 제4항에 열거된 사용료 대상에는 특허권뿐만 아니라 등록이 필요 없는 ‘지식, 경험, 기능’ 등도 포함되는데,
이들 모두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용’의 의미는 권리 자체의 법적 사용이 아니라 그 내용을 이루는 기술이나 정보의 ‘사실상 사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했습니다.
결론:
따라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라도 그 대상인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다면, 이는 한미조세조약상 ‘국내에서의 사용’에 해당하고 그 대가로 지급된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습니다.
파기환송 이유:
원심(1, 2심)은 이 사건 사용료가 국내 미등록 특허에 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
정작 핵심 쟁점인 ‘이 사건 특허 기술이 실제로 국내 제조·판매 과정에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실관계를 다시 심리하고 판단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낸 것입니다.
VI. 시사점 및 대응전략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 과세에 대한 법적 기준을 ‘권리의 등록 여부’라는 형식적 기준에서 ‘기술의 실질적 사용 장소’라는 사실적 기준으로 완전히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해외 특허 라이선스 계약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드시 유의하고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납세자(기업)의 대응전략
사용실태에 대한 철저한 입증자료 준비:
향후 과세 여부는 ‘해당 기술이 국내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만약 과세를 피하고자 한다면,
라이선스한 해외 특허 기술이 오직 국외 공장에서의 생산에만 사용되었다거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는 전혀 다른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제품 설계도, 생산공정도, 내부 연구개발 보고서, 전문가 의견서 등)를 평소에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라이선스 계약서의 정교화:
‘전 세계(Worldwide) 사용권’과 같이 포괄적인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세무상 매우 위험해졌습니다.
계약 협상 단계부터 사용료의 대가관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① 지역별(미국 내 판매, 유럽 내 생산 등)로 사용료를 명확히 안분하여 계약서에 명시하거나,
② 실시 행위별(제조, 판매, 수입 등)로 로열티를 구분하여 지급 근거를 남기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사용료 지급액이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가 불분명할 경우, 과세관청은 전체 사용료를 국내 사용분으로 보고 과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가의 성격 명확화:
만약 지급하는 대가가 특허기술의 사용이 아닌, 별도의 기술자문, 노하우 전수, 기술인력 파견 등에 대한 것이라면 계약서상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사용료소득’이 아닌 ‘인적용역소득’ 등 다른 소득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소득 구분에 따라 과세 요건과 세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세관청의 대응전략
과세관청은 이제 법리적 다툼보다는 사실관계 입증에 집중할 것입니다.
세무조사 시 납세자가 라이선스한 해외 특허 기술과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 간의 기술적·사업적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납세자의 핵심 기술 자료, R&D 인력에 대한 심문 등을 통해 국내 사용 사실을 입증하려 할 것입니다.
결론 및 유의사항
이번 판결로 인해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한 조세 리스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동일한 라이선스 계약이라도 기술의 사용 실태라는 사실관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입증되는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판례 분석 내용은 기업의 세무 전략 수립을 위한 일반적인 참고자료이며, 개별 기업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해외 특허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거나 기존 계약에 따른 세무 리스크 진단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조세 및 지식재산권 분야의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본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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