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권 라이선스료도 관세 과세가격에 포함된다? -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8두57599 판결입니다.
- barristers0
- 2024년 9월 5일
- 4분 분량
개요
이 사건은 해외 애니메이션 등 영상물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방영하는 TV채널 사업자가 해외 제작사에 지급한 방영권 라이선스료를 관세 과세가격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분쟁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라이선스료가 과세가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방영권 라이선스료는 과세가격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원고는 미국 A가 100% 지분을 소유한 TV채널 사업자인 B 유한회사입니다. 피고는 서울세관장입니다.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10년 8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해외 제작사로부터 애니메이션 등 영상물이 수록된 마스터 비디오테이프를 수입하면서, 해외 제작사에 지급한 방영권 라이선스료를 과세가격에 포함시키지 않고 수입신고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서울세관장은 2015년 8월 원고에 대한 관세조사를 실시한 후, 라이선스료가 수입물품과 관련되고 거래조건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아 과세가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관세,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 총 531,094,790원을 경정·고지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7구합53194).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방영권 라이선스료는 관세법상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재현생산권의 사용대가에 해당합니다.
라이선스료는 수입물품과 관련이 없고, 수입물품의 거래조건으로 지급하는 것도 아닙니다.
라이선스 계약에 따르면 영상물을 반드시 마스터 테이프로 제공받을 필요가 없으며, 파일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전송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라이선스료를 지급해야 하므로, 라이선스료와 수입물품 사이에 관련성이 없습니다.
유럽연합 공동체 관세법 해설자료,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의결사항, 그리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하면 라이선스료를 과세가격에 포함시킬 수 없습니다.
피고의 주장
피고인 서울세관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라이선스료는 수입물품인 마스터 테이프에 수록된 영상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원고는 라이선스료를 지급하지 않고서는 해외 제작사로부터 마스터 테이프를 수입할 수 없으므로, 라이선스료는 수입물품의 거래조건으로 지급된 것입니다.
방영권은 저작권이 있는 영상물을 TV 등 영상매체를 통해 방송할 수 있는 권리일 뿐, 재현생산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라이선스료는 수입물품인 마스터 테이프에 수록된 영상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 쟁점 물품은 관세법 제50조 제1항 [별표] 관세율표 제85류 제8523.29호의 2. 나. 3). 가)목에 의한 '자기식 매체(기타)'의 '기록된 매체' 중 '그 밖의 마그네틱테이프(폭 6.5mm 초과, 비디오 녹화된 것)'에 해당한다."(서울행정법원 2017구합53194)
라이선스료는 수입물품의 거래조건으로 지급된 것입니다. "원고는 이 사건 라이센스료를 지급하지 않고서는 해외 제작사로부터 이 사건 쟁점 물품을 수입할 수 없으므로 거래조건성 역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서울행정법원 2017구합53194)
방영권은 재현생산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방영권'은 일반적으로 저작권 있는 영상물을 TV 등 영상매체를 통하여 방송할 수 있는 권리만을 의미하므로, 위와 같은 권리가 수입 물품에 담긴 특정한 고안이나 창안을 사용하여 새로운 '다른 물품'을 생산하는 재현생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원고가 이 사건 쟁점 물품에 수록된 영상물을 국내화 작업을 거쳐 다른 방송사업자를 통하여 방영하는 것 역시 이 사건 라이센스 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부여된 방영권의 행사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라이센스료가 재현생산권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서울행정법원 2017구합53194)
항소심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으며, 추가적인 논리를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7누70931).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의 주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세의 부과를 위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및 이와 유사한 권리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이하 ‘권리사용료’라고 한다) 등을 더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관세법 제30조 제1항 제4호).
다만 ‘특정한 고안이나 창안이 구현되어 있는 수입물품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에서 그 고안이나 창안을 다른 물품에 재현하는 권리’(이하 ‘재현권’이라고 한다)를 사용하는 대가는 거래가격에 가산되는 권리사용료에서 제외된다(관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괄호 부분 참조, 이하 ‘이 사건 괄호 규정’이라고 한다).
재현권의 범위: "수입물품에 구현되어 있는 특정한 저작물을 우리나라에서 공연이나 방영 등의 방법으로 재현하는 권리에 대한 사용 대가는 이 사건 괄호 규정에 따라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포함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8두57599)
관세법의 취지: "관세는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물품의 성질과 수량에 따라 부과함이 원칙인데(관세법 제16조 본문), 재현권은 수입신고 이후 문제 되는 것이고 수입신고 당시의 수입물품 자체와는 관련이 없으므로 그 사용 대가는 수입물품의 가치와 별도로 취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8두57599)
원심판결의 오류: "원심은 수입물품에 담긴 특정한 고안이나 창안을 사용하여 새로운 유체물을 생산하는 권리만이 재현권에 해당한다고 잘못 전제한 다음, 이 사건 라이선스료는 재현권의 사용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괄호 규정에 따른 재현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대법원 2018두57599)
시사점
이 판결은 수입물품에 구현된 저작물의 방영권 라이선스료에 대한 과세 문제를 다루고 있어, 미디어 콘텐츠 수입 업체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재현권의 범위 확대: 대법원은 재현권을 단순히 유체물을 생산하는 권리로 한정하지 않고, 공연이나 방영 등의 방법으로 재현하는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좁은 해석에서 벗어나 재현권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세 시점의 중요성: 대법원은 관세가 수입신고 시점의 물품 성질과 수량에 따라 부과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수입 후 발생하는 권리 사용에 대한 대가는 수입물품의 가치와 별도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미디어 콘텐츠 수입 업체들의 세금 부담 경감: 이 판결로 인해 해외 영상물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방영하는 업체들은 방영권 라이선스료에 대해 관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는 해당 업체들의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관세 행정의 변화 필요성: 이 판결은 기존의 관세 행정 관행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관 당국은 수입물품에 구현된 저작물의 사용 대가를 과세가격에 포함시키는 기존 관행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유사 사례에 대한 영향: 이 판결의 논리는 영상물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저작물(예: 음원, 소프트웨어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콘텐츠를 수입하는 업체들은 이 판결의 논리를 참고하여 자사의 상황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급 적용 가능성: 이미 납부한 관세에 대해 환급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있는 기업들은 과거에 납부한 관세에 대해 환급 청구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의 적용에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모든 라이선스료가 자동으로 과세가격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각 사례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선스료가 수입물품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수입 거래의 조건으로 지급되는 경우에는 여전히 과세가격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 판결을 참고하되, 자사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관세법 전문가나 변호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향후 관련 법령이나 행정지침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