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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결을 바꾸는 ‘데이터’,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의 증거 활용



법원의 판결을 바꾸는 ‘데이터’,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의 증거 활용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의뢰인분들께서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변호사님, 저 사람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에요. 판사님이 그걸 아셔야 하는데…"


하지만 법정은 감정을 호소하는 곳이 아니라, 증거로 입증하는 곳입니다. 상대방이 '이상하다'는 것을, 혹은 내가 '정상적이고 억울하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이때 법원에서 강력한 객관적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입니다. 오늘은 이 검사가 실제 재판에서 어떻게 ‘승패를 가르는 무기’로 쓰이는지, 변호사의 시각에서 분석해 드립니다.




1. 가사 소송: 양육권 다툼의 ‘게임 체인저’


이혼 소송에서 양육권 다툼이 치열할 때, 법원은 부모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최근 법원은 '자녀의 정서적 복리'를 최우선으로 봅니다.


이때 종합심리검사는 부모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현미경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MMPI-2(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 단순히 "성격이 나쁘다"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편집증(의처증/의부증), 반사회성(폭력성), 혹은 심각한 정서적 불안정이 있음을 수치(T점수)로 증명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준화된 심리검사로, 총 567개의 문항에 대해 '그렇다/아니다'로 응답하게 하여

개인의 성격 특성과 정신병리적 상태를 평가합니다.

MMPI는 1943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병원의 Hathaway와 McKinley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MMPI는 양과 다양성의 측면에서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왔으며, 개인의 성격 특성 및 정신병리적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검사라 할 수 있습니다.

진단 및 상담 뿐 아니라 학교, 인사선발 및 관리, 교정이나 법정 장면 등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SCT(문장완성검사) & 로샤(Rorschach): 피검자가 숨기려 해도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자녀에 대한 애착 관계나 양육 태도를 포착합니다.



MMPI-2가 객관적인 '수치'를 보여준다면,

SCT는 그 수치 이면에 숨겨진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검사입니다.

법적 분쟁에서 수검자의 무의식적인 생각과 태도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한 보조 자료로 활용됩니다.

SCT는 미완성된 문장의 앞부분(예: "나의 아버지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을 제시하고,

수검자가 뒷부분을 자유롭게 채워 문장을 완성하게 하는 투사적 심리검사입니다.​


정해진 답이 없으므로 수검자의 내면 심리, 갈등, 대인관계 패턴이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MMPI-2와 함께 실시하여(Full Battery),

MMPI 그래프가 보여주는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는 단서가 됩니다.





2. 형사 소송: 감형을 위한 ‘심신미약’의 입증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거나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진단서 한 장으로는 재판부를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Full Battery는 피고인의 주장이 '과학적 사실'인지 '비겁한 변명'인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지능검사(WAIS): 피고인의 지적 능력이 범죄의 계획성을 수립할 수 있는 수준인지 판단합니다.


법정에서 "지능검사"라고 하면 단순히 IQ 점수를 떠올리기 쉽지만,

변호사에게 WAIS는 피고인이나 사건 본인의 '인지적 책임 능력'을 판단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4판인 K-WAIS-IV가 주로 사용됩니다.

WAIS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개별 지능검사로, 인지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표준화된 도구입니다.​

단순히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언어 이해, 지각 추론, 작업 기억, 처리 속도의 4가지 주요 영역을 측정하여 뇌 기능의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합니다.​


IQ 70 이하는 '지적 장애' 범주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의 IQ가 50~60대라면, 복잡한 범죄 계획을 수립하거나 범죄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했음을 변론하여 형사 책임 능력 감경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전체 IQ는 정상이더라도, '이해''판단력' 관련 소검사 점수만 유독 낮다면,

"지능은 높지만 사회적 상황 판단 능력이 결여된 상태"임을 입증하여

우발적 범행이었음을 주장하는 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 병전/병후 성격 구조 분석: 범행 당시 충동 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는지를 입증하거나, 반대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성향)'가 있어 재범 위험이 높다는 불리한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3. 성년후견 심판: 의사결정능력의 ‘객관적 척도’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모님의 재산 관리나 신상 보호를 위한 성년후견 사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때 핵심 쟁점은 "사건 본인(부모님)의 인지 기능이 어느 정도인가?"입니다.


치매 진단서만으로는 부족할 때, 종합심리검사(특히 신경심리검사 영역)가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 인지기능 평가: 기억력, 판단력, 실행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으로 저하되었는지 수치화합니다.


  • 활용: 이를 통해 후견 개시 여부뿐만 아니라, 특정후견(일부 권한만 제한)이 필요한지 성년후견(포괄적 권한 제한)이 필요한지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해석'할 수 있는 변호사를 만나야 합니다.

종합심리검사 결과지는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복잡한 데이터의 집합입니다. 많은 변호사들이 심리학자가 작성해 준 '요약 보고서'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의 행간을 읽고, 데이터 뒤에 숨겨진 의뢰인의 진짜 상태나 상대방의 허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때로는 결정적인 증거(Smoking Gun)가 되어 소송의 흐름을 바꿉니다.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의 결과가 활용된 판례를 찾아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핵심 요약: 종합심리검사 결과의 사법적 활용​


법원은 종합심리검사(Full Battery) 결과를 포함한 심리평가 자료를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정신 상태 및 책임능력​을 판단하고, 특히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며, 범죄로 인한 ​정신적 손해(상해)를 인정​하는 데 중요한 증거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33조 등에 근거하여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조회하며(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33조 전문가의 의견 조회),

지능지수(IQ), 사회성숙도(SQ), 진술분석(CBCA) 결과 등을 판결 이유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법리 적용 및 양형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광주고등법원전주-2023노184, 대전고등법원-2021노61, 수원지방법원-2021노379).



다만, 법원은 "전문가 감정에 구속되지 않으며",

다른 증거들과 "종합"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그 신빙성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임상심리사 등을 통해, 종합심리검사를 받아 그 결과를 제출하는 것 만으로는 절대 법정에서 유리한 자료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가 전체적인 변론방향 등과 조화시켜 미리 검토하고 판단하여 제출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2. 관련 법규범​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전문가의 의견 조회)

    법원과 수사기관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학자 등 전문가에게 피해자나 행위자의 정신·심리 상태, 진술 내용의 신빙성에 관한 의견을 조회할 수 있으며,

    특히 13세 미만 또는 심신미약 피해자의 경우 전문가 의견 조회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 ​자유심증주의와 전문가 감정의 증명력

    형사소송법상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르지만(자유심증주의),

    이는 논리와 경험법칙에 부합해야 합니다.

    감정인의 감정 결과가 높은 신뢰성을 가질 경우 법원은 이를 쉽게 배척할 수 없으며,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판단이 될 수 있습니다.





​3. 판례 법리: 종합심리검사 결과의 활용 유형​


판례는 종합심리검사 결과를 주로 아래 세 가지 영역에서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합니다.


​가. 심리상태 및 책임능력 판단

법원은 종합심리검사에 포함된 지능검사(예: 웩슬러 지능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피해자의 항거불능·항거곤란 상태나 피고인의 책임능력 수준을 판단합니다.


  • ​지적장애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 인정​:

    재판부는 피해자의 전체지능지수(FSIQ)가 43, 적응행동 조합점수(ABC)가 60으로 '낮음' 수준으로 평가된 임상심리평가 결과를 근거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인정했습니다(광주고등법원전주-2023노184).

    마찬가지로, Full Scale IQ 44, 사회성숙도 지수(SQ) 31로 평가된 피해자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 판단하여 장애인 강간죄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공주지원-2023고합25).


  • ​지적장애 피고인의 책임 감경 (양형 참작)​:

    피고인 역시 지적장애인인 경우, 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심리평가 결과를 비교하여 책임의 정도를 판단합니다. 한 판례에서는 피고인의 지능지수(FSIQ 55)와 피해자의 지능지수(FSIQ 43)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의 책임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정도로 확정적이거나 일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양형에 참작하였습니다(광주고등법원전주-2023노184).




​나. 진술 신빙성 판단

특히 아동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나 구체성이 부족할 수 있어, 법원은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거나 배척하는 근거로 삼습니다.


  • ​진술분석(CBCA)을 통한 신빙성 인정​:

    법원은 '준거기반 내용분석(CBCA)'을 활용한 진술분석전문가의 의견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피해 아동의 진술이 일관되고, 상호작용 및 감정, 생각을 잘 표현하며, 타인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 분석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대전고등법원-2021노61).


  • ​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신빙성 판단​:

    지적장애 1급(IQ 34 이하) 피해자의 진술에 시간 개념 혼동 등 모순점이 있었으나, 전문심리위원은 "경험을 시간 경과에 따라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인지적 특성을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진술의 비일관성이 장애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핵심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2012노3799).


  • ​부적절한 조사방식을 지적하며 신빙성 배척​:

    반대로, 법원은 수사관의 유도적·반복적 질문이 지적장애 피해자의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술분석 결과가 전체 조사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제주지방법원-2016고합158).




​다. 정신적 손해 및 인과관계 판단

심리검사는 범죄로 인한 정신적 피해, 즉 정서적 학대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상해'를 입증하는 데 활용됩니다.


  • ​정서적 학대행위의 증거​:

    피해아동에 대한 심리검사 결과, '외삼촌(피고인)의 폭행 목격 및 언어적 폭력(죽이겠다 등)으로 불안을 보인다'는 내용이 확인되자, 법원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의 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2021노379).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상해 인정의 어려움​:

    강간 피해자가 불면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더라도, 범행 시점과 증상 발현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법원은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전문심리위원이 '사건 발생과 치료의 시간적 간격이 커서 직접적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법원은 이를 참고하여 강간치상죄의 '상해'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2023노2146).





​4. 검토 및 적용​

종합심리검사 결과는 법원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증거입니다.


  1. ​피해자의 심리 상태 판단​: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지적장애를 가진 경우, 웩슬러 지능검사(K-WISC, WAIS) 결과 등을 통해 확인된 ​지능지수(IQ)​와 ​사회연령(SA)​은 피해자가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핵심 자료로 사용됩니다(대구고등법원-2019노519, 서울고등법원-2016노2442).

    이는 장애인 대상 성범죄 구성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2. ​진술의 신빙성 판단​:

    특히 진술 능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아동·장애인 피해자의 경우, 법원은 ​진술분석전문가​나 ​임상심리전문가​의 분석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검토합니다.

    진술의 구체성, 일관성, 정서적 반응 등을 분석한 '준거기반 내용분석(CBCA)' 결과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서울고등법원-2021노909, 대전고등법원-2021노61).

    또한, 난민 인정 소송에서 박해 경험에 따른 정신적 외상이 기억 회상과 일관적 진술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소견​이 신청자 진술의 신빙성을 보강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2022구단69271).


  3. ​정신적 손해의 정도 판단​:

    아동학대 사건에서 피해 아동의 불안, 공포 등 정서적 반응이 기재된 ​심리검사서​는 그 자체로 '정서적 학대'라는 범죄 성립의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2021노379).

    다만, 범죄행위와 정신적 상해(PTSD 등)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여전히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시간적 간격이 크거나 다른 요인이 개입될 여지가 있을 경우 전문가 의견이 있더라도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2023노2146).





[결론] 과학적 증거와 법적 판단의 접점


종합심리검사는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를 보완하는 객관적 지표로서, 특히 성범죄 및 아동학대 사건에서 진술 신빙성을 평가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됩니다.


그러나 법원은 전문가의 감정 결과를 존중하되, 최종 판단은 "독자적"으로 결정합니다. 재판부의 "독자적인 영역"인 것입니다.

아무리 당사자의 눈"유리한 보이는" 심리검사 결과라도, "법리적 검토" 없이 제출될 경우, 좋은 증거로 작용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학적 데이터의 함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재판 단계에 맞춰 적절히 현출할 수 있는 "변호사의 전략적 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기만족을 위한 종합심리검사가 아니라, 법정에서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한 종합심리검사라면, 종합심리검사를 받기에 "앞서" 반드시 변호사의 "사전" 검토와 소송전략수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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