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의 자살, 보험금 청구 승소전략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단서의 중요성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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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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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7시간 전

I. 개요
이 사건은 우울증 환자의 자살에 대해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에 대해 유족이 소송을 제기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서를 중요한 증거로 인정하여 보험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이 판결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사건에서 전문의의 진단과 의견이 법적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법원 뿐만 아니라, 하급심 법원에서도 정신질환자의 자살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을 인정하는 판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례입니다.
II. 원고와 피고
원고: 사망한 보험계약자의 유족 A
피고: 보험회사 B
III. 사건의 경위
2009년 3월 3일: 망인이 피고 보험회사와 일반상해사망보험 계약 체결
2019년 2월 ~ 7월: 망인, J병원에서 16차례 우울증 치료
2019년 10월 23일: 망인, J병원 마지막 진료
2019년 11월 ~ 2020년 2월 19일: 망인, K병원에서 7차례 우울증 치료
2020년 3월 9일: 망인, 모텔에서 사망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2020년 9월 15일: 피고 보험회사, 손해사정 의뢰
2020년 11월경: 원고, 보험금 청구 소송 제기
IV.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유족)의 주장
망인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으므로, 피고는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2) 피고(보험회사)의 주장
망인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자살했으므로, 이는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습니다.
V. 각 심급별 법원의 판단
(1)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에게 보험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2) 항소심 법원의 판단
법원은 망인이 중증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의 자살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간주되어, 보험계약상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심신상실 등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어떠한 상태이고, 이러한 상태에 있다고 하는 판단기준이 무엇인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심신상실 등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인지 여부는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경과와 정도
자살 시점의 구체적인 상태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자살의 동기, 경위, 방법 및 태양 등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했다는 의학적 견해가 제출된 경우
이를 함부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자살 수단을 선택하고 실행한 것이
사망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신상태였다고 해서,
반드시 자살의 의미와 영향을 숙고하여 진지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망상, 환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어
정상적인 사리분별이나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로
한정하여 해석할 근거가 없습니다.
우울증과 자살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고려하되,
사망 당시 망인의 행태, 자살의 방법 및 태양 등 다양한 요소를 균형 있게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항소심 법원은
의학적 소견을 중요하게 고려하면서도,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의 상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VI. 시사점
이 판결은 우울증 환자의 자살에 대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서가 매우 중요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당사자들은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세한 진단서 확보:
우울증의 진단 시기, 증상의 심각도, 치료 경과 등을 상세히 기술한 진단서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자살 시점에 가까운 시기의 진료 기록과 의사의 소견이 중요합니다.
우울증과 자살의 인과관계 입증:
전문의의 의견서를 통해 우울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저해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DSM-5나 KCD 등 공인된 진단 기준을 근거로 한 의학적 소견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울증의 지속성과 심각성 입증:
장기간의 진료 기록, 약물 처방 내역, 심리 검사 결과 등을 통해 우울증의 지속성과 심각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자살 전 상황에 대한 구체적 증거 수집:
유서, 주변인의 증언, CCTV 영상 등을 통해 자살 직전 망인의 정신 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보험회사의 면책 주장에 대한 반박:
자살 방법의 계획성이 있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유사 판례 활용:
본 판결과 같은 유사 판례를 적극적으로 인용하여 법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각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전략은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실제 소송을 준비할 때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개별 사안에 맞는 최적의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의학적 소견을 법적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 법리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신체적 및
정신적,
행동적인
변화로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는
기분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는 우울장애라고 할 수 있고,
정신의학에서는 우울한 상태란
사고의 형태나 흐름,
사고의 내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이렇게 기분의 변화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우울삽화(Depressive episode)라고 하며,
정도가 심한 삽화를 주요우울삽화라고 하여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한다.
I협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매뉴얼 제5판(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은
주요우울장애에 대해서,
①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될 것,
②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등을 포함한 9개의 인지, 행동, 신체적 증상을 제시하면서,
‘① 또는 ②가 포함된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비교할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라고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하나의 증상으로 포함되어 있고,
한편 계절성 동반의 주요우울장애에 대해 주요우울장애에서 주요우울삽화의 발병과 한 해의 일정한 기간 사이에 규칙적인 시간관계가 있을 것 등의 진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는
DSM-5에서 언급한 증상의 개수 등을 고려하여
우울장애를
경도,
중등도,
고도(중증)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울병 에피소드가 뚜렷하며
의기소침, 특히 자부심의 소실이나 죄책감을 느끼고
자살충동이나 행위가 일반적이며
많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고도(중증)로 보고 있다.
위와 같이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ㆍ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사안의 경우
앞서 든 증거들에 더하여 갑 7, 10, 11, 13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중증의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할 것인바,
이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 사망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하고 보험자가 면책되는 경우라 할 수 없으므로 피고는 망인의 법정상속인인 원고에게 그 상속지분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① 망인은 2019. 2. 25.부터 같은 해 7. 22.까지 16차례에 걸쳐 J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그 후 2019. 10. 23. 위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진료받은 적이 있다. 망인을 진료하였던 J병원 전문의는 “마지막 진료 당시 망인이 어머니와의 사별 후 큰 심리적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슬픔과 애도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 어려움을 호소, 자살사고를 표현하였다”, “망인의 위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거나 더 악화되었다면 우울증이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② 망인은 2019. 11.경부터 2020. 2. 19.까지 K병원에서 7차례 우울증 치료를 받았는데, K병원 전문의는 망인의 상태를 심한 우울증으로 진단하였고, 최종 진료 당시 망인의 상태에 대해 “불면 증상을 호소, 우울 기분과 자살 생각이 있었다”고 회신하였다. ③ 망인은 2019. 2. 25. J병원에서 시행한 우울증검사(BDI)에서 “나는 너무 슬프고 불행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나는 항상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기회만 있으면 자살하겠다”고 답변하였고, 그 이후 K병원에서 시행한 신체 및 심리상태 검사(SCL)에서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에 대해 “아주 그렇다”고 답변하는 등 우울감과 자살 충동성을 보였다.
④ J병원 전문의는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한 감정, 비관적 사고, 절망감 등으로 인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판단이 어려울 수 있고, 부정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게 되어 그로 인해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있다. 순간적인 자살 충동을 행동에 옮겨 감행하거나 계획을 세워서 자살을 실행할 수도 있다”는 의학적 견해를 밝혔다.
⑤ 망인이 주거지에서 떨어진 모텔에 투숙, 번개탄을 소훼하고 모텔의 객실 출입문과 창문 안쪽 틈을 테이프로 붙이는 등 자살수단을 선택, 실행하였고, 망인이 가족들에게 유서를 작성하였던 것으로 보아
사망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신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태가 자살의 의미와 그 영속적인 영향을 숙고하여 진지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와 같은 의미라고 보기 어렵고,
’심신상실 등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망상, 환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어 정상적인 사리분별이나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로 한정하여 해석할 근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