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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플랜지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이란에 수출... 원산지 가장은 유죄, 상황허가 위반은 무죄?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수출, 그러나 대 이란 제재 위반은 무죄?

최근 국제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기업들의 수출입 업무에 있어 전략물자 및 국제 제재 준수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 북한 등 특정 국가와의 거래는 면밀한 법적 검토를 요구합니다.


오늘 소개할 판례(부산지방법원 2012고단10276)는 중국산 물품의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가장하여 수출한 기업이 대외무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었으나,

핵심 쟁점이었던 '대이란 제재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은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법원이 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사건의 개요부터 법원의 판단, 그리고 시사점까지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밸브류 수출입 업체인 B사와 그 대표이사 A는 이란으로 기계 부품 등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가. 유죄로 인정된 혐의

  • ​국산가장수출 (대외무역법 위반):

    2011년 10월부터 약 5개월간, 총 6회에 걸쳐 중국산 플랜지, 파이프 등(시가 약 24억 원)을 이란으로 수출하면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원산지가 '대한민국'이라는 허위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아 원산지를 가장하여 수출하였습니다.


  • ​허위신고 (관세법 위반):

    위와 같이 원산지를 가장한 물품을 세관에 수출신고하면서 원산지를 대한민국으로 허위 신고하였습니다.



​나. 무죄로 판단된 혐의

  • ​상황허가 위반 (대외무역법 위반):

    검찰은 피고인들이 이란의 'AZAR AB'라는 회사에 물품을 수출했다고 보았습니다.


    이 회사는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우려거래자'(대량파괴무기 개발 등에 연루될 우려가 있는 거래자)였으므로, 이러한 업체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지식경제부장관의 '상황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를 다른 회사(MISAGH 등)인 것처럼 꾸며 허가 없이 수출했다는 혐의입니다.


  • ​외국환거래법 위반:

    위와 같이 금융제재대상자인 'AZAR AB'로부터 수출 대금을 수령하면서 한국은행총재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혐의입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들의 혐의를 나누어 판단했습니다.


​가. 유죄 판단 (벌금 5,000만 원)

'국산가장수출' 및 '허위신고'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였고, 관련 증거도 명백하여 유죄로 판단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나. 무죄 판단

그러나 검찰이 제기한 핵심 혐의였던 '상황허가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 ​거래 당사자가 'AZAR AB'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검찰은 두 회사의 공장 주소와 연락처가 동일하다는 점 등을 들어 실질적 거래 상대방이 제재 대상인 'AZAR AB'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은 'AZAR AB'가 우려거래자로 지정되자 다른 회사를 물색해달라고 요청했고, 그에 따라 다른 회사 명의로 계약을 진행한 점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 확인 결과, 'AZAR AB'와 'MISAGH'는 본사 소재지, 설립일, 대표가 모두 다른 별개의 법인인 점

    'MISAGH'는 현재까지 우려거래자로 지정된 바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거래 상대방이 실질적으로 'AZAR AB'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2. ​수출 물품이 대량파괴무기 전용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설령 거래 상대방이 'AZAR AB'가 맞다고 가정하더라도, 수출된 물품 자체가 상황허가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수출한 물품은 공장이나 가정의 '보일러'에 사용되는 파이프, 플랜지 등이었던 점

    해당 물품들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상 상황허가 대상 품목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점

    검사는 물품 자체가 대량파괴무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구체적인 증명을 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수출품의 전용 가능성을 알았거나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 와 ​'무죄 추정의 원칙'​ 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범죄가 증명되지 않은 이상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3. 핵심 쟁점 정리

이 판결의 법적 쟁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거래 당사자의 동일성 판단:​

    외형상 주소나 연락처가 같다는 사정만으로 두 회사를 동일한 실체로 볼 수 있는가?

    법원은 ​법인격의 독립성​을 존중하여,

    명확한 증거 없이는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상황허가'의 요건:​

    대외무역법상 '상황허가'는

    ① 거래 상대방이 우려거래자이고,

    ② 수출하려는 물품이 대량파괴무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두 가지 요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두 요건 모두에 대한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 ​형사소송의 입증책임:​

    범죄 혐의에 대한 입증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으며,

    의심스러운 정황만으로는

    유죄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4. 시사점 및 교훈

이 판례는 수출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1. ​원산지 관리의 중요성:

    국산 가장 수출과 같은 원산지 규정 위반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입증이 쉬워 유죄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수출 기업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 ​제재 대상(우려거래자) 스크리닝의 생활화:

    수출거래 전 상대방이 제재 대상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제재 대상임을 인지하고 거래처 변경을 시도했는데, 비록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시도 자체가 '제재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의 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거래의 형식과 실질 모두 관리 필요:

    주소나 연락처가 같은 회사를 대체 거래선으로 이용하는 것은 상당한 법적 리스크를 야기합니다.

    거래 상대방을 변경할 시에는 계약서, 대금 지급 등 모든 거래 관계를 새로운 상대방과 독립적으로 명확하게 수행하여 실질적인 거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4. ​수출 품목에 대한 명확한 이해:

    자사가 수출하는 물품이 전략물자나 상황허가 대상에 해당하는지 상시적으로 검토하고,

    애매할 경우 관계 기관(전략물자관리원 등)에 문의하여 근거를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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