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의 대출계약 무효 여부, 대법원 판결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다21334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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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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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개요
이 사건은 지적장애 3급인 피고가 원고 회사와 체결한 굴삭기 구입자금 대출계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고의 의사능력을 인정하여 대출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II. 원고와 피고
원고는 신용대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A 주식회사이고, 피고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C입니다.
III. 사건의 경위
2015년 7월, 피고는 원고와 굴삭기 구입자금 8,800만 원을 대출받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대출금 상환을 연체하자 원고는 대출원리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대출계약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대출계약의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IV.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대출계약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으므로 대출계약이 유효하며, 따라서 피고는 대출원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 피고의 주장
피고는 지적장애 3급으로 대출계약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으므로 대출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통정허위표시, 제3자의 사기에 의한 취소 가능성, 원고의 신의칙 위반 등을 주장했습니다.
VI. 법원의 판단
A.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의 의사무능력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인지·판단능력이 현저히 결여되어 독자적으로 자기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6가단353926).
B.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도 1심 판결과 같은 입장을 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 사건 대출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직원과 직접 만나 대출 관련 문서를 작성하고 통화를 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의 의사능력을 인정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8나41754).
C.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 판단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의사능력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해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다213344 판결).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 판단 시 고려사항
대법원은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단순히 그 외관이나 피상적인 언행만을 근거로 의사능력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되고,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확인되는 지적장애의 정도를 고려해서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난이도, 그에 따라 부과되는 책임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과연 법률행위의 일상적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지,
법률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다213344 판결).
본 사건에 대한 판단
대법원은 피고의 지적장애 정도, 대출금액의 규모, 대출 구조와 내용의 복잡성, 대출계약 체결 경위의 불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적장애인인 피고가 이 사건 대출약정의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다213344 판결).
VII. 시사점
이 판결은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 판단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지적장애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의 주의사항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지적장애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단순히 외관상의 모습이나 피상적인 언행만으로 의사능력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의 내용과 효과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 그 계약이 지적장애인에게 합리적인 결정인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지적장애인에게 대출을 해줄 때는 단순히 대출 신청서에 서명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능력을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대출의 금액, 이자율, 상환 방식 등 복잡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 그 대출이 지적장애인에게 실제로 필요하고 이익이 되는 것인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지적장애인의 권리 보호
이 판결은 지적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적장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을 때, 단순히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그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계약의 의미와 효과를 이해했는지를 따져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판단의 중요성
그러나 이 판결이 모든 지적장애인의 계약을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의사능력을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같은 지적장애인이라도 계약의 내용과 상황에 따라 의사능력이 인정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적장애인과 관련된 법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법적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판결의 내용은 참고사항일 뿐이며,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VIII. 첨부된 파일의 판결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말한다.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해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다29358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