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가스 용기 재수출면세, 세관의 '합리적 의심'만으로 과세할 수 있을까? (조심-2023-68 결정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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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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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출 면세의 함정: 수백억 관세 폭탄, 입증책임과 근거과세가 핵심
최근,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수입하며 용기에 대해 재수출 조건부 관세 면제를 받아온 한 기업이 수백억 원대의 관세, 부가세 및 가산세를 부과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수출입 기업, 특히 재수출 면세 제도를 활용하는 담당자에게 중요한 법적 쟁점과 실무적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본 블로그 글에서는 이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고, 핵심 쟁점 및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경우의 법적 전략까지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청구 경위)
청구법인은 반도체용 특수가스와 그 전용 용기를 수입하면서, 용기에 대해 관세법 제97조에 따른 재수출 조건부 면세를 적용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서울세관(처분청)은 2017년 5월부터 2022년 4월까지의 수입분에 대해 관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구법인이 재수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처분청은 ①감면 부적정, ②용도 외 사용, ③부정 감면 등을 이유로, 2023년 4월부터 5월에 걸쳐 총 세 차례에 걸쳐 관세,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 수백억 원을 경정·고지했습니다.
또한, '부정 감면'에 해당한다며 청구법인의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신청을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청구법인은 2023년 6월과 9월, 조세심판원에 불복하여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2. 양측의 주장
가. 청구법인의 주장
절차적 위법성: 재수출 이행기간(2년)이 아직 남아있는 건까지 과세대상에 포함했으며, 이는 위법하다. 또한, 처분청이 '합리적 의심'만으로 과세하여 근거과세 원칙을 위반했다.
방어권 침해: 처분청이 어떤 용기가 재수출되지 않았는지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했다.
가산세 적용 오류: 이 사건은 단순 재수출 불이행이므로 관세법 제97조의 재수출불이행 가산세(20%)가 적용되어야 함에도, 관세법 제42조의 과소신고 가산세(10% 또는 40%)를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
부정행위 불인정: 용기 관리 시스템(MIS)의 미흡으로 발생한 오류일 뿐, 수입신고 시점부터 관세를 포탈하려는 '부정한 의도'는 없었으므로 부정감면에 따른 중가산세(40%) 부과는 위법하다. 또한, 이는 역외거래가 아니므로 부가가치세에 중가산세(60%)를 적용한 것도 위법하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위와 같이 가산세 부과가 위법하므로,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거부처분 역시 위법하다.
나. 처분청의 주장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재수출면세의 적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청구법인에게 있다. 청구법인이 허위로 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사후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등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므로 과세는 정당하다.
충분한 소명기회 제공: 약 1년간 청구법인과 협력하며 선별작업을 했고, 18차례 이메일을 주고받는 등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했다. 청구법인의 용기 관리 시스템이 매우 미흡하여 구체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책임은 청구법인에게 있다.
가산세 적용의 정당성: 단순 재수출 불이행을 넘어 허위신고 등 '부정한 행위'가 있었으므로 관세법 제42조에 따른 부정과소신고가산세(40%)를 적용한 것은 정당하다. 또한, 청구법인의 수출입 거래는 국세기본법상 역외거래에 해당하므로 부가가치세 중가산세(60%) 부과도 적법하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불가: 청구법인의 행위는 부가가치세법 제35조 제2항 제2호 나목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대상이 아니다.
3. 심판부의 판단 및 쟁점 정리
조세심판원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판단했습니다.
(쟁점 ①, ②) 부정감면 등 과세 처분의 당부 및 근거과세원칙 위반 여부
판단: 심판부는 청구법인의 사후관리 미흡과 허위신고 사실 등은 인정되나, 처분청이 재수출 기간이 남은 물품까지 과세하는 등 조사내용이 불명확하고 불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처분청에 재조사하여 세액을 다시 경정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다만, 과세 근거자료 미비로 방어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쟁점 ③, ④) 가산세 부과의 당부
판단: 심판부는 관세법 제42조(과소신고가산세)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재조사 결과에 따라, ① 단순히 기간 내 재수출하지 않은 경우는 관세법 제97조 제4항의 재수출불이행 가산세(20%, 500만원 한도)를, ② 용도 외 사용의 경우는 관세법 제97조 제3항에 따라 면제된 관세만 징수(별도 가산세 없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수입 당시에는 면세 요건이 충족되었으므로 부가가치세 가산세 부과는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쟁점 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거부처분의 당부
판단: 위 쟁점들과 마찬가지로, 재조사 결과에 따라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여부를 결정하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세심판원은 처분청의 조사가 불충분함을 지적하며 청구법인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용하는 '재조사'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사실상 원처분이 위법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4. 기업의 수출입 담당자에 대한 시사점
이 사례는 재수출 면세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에 다음과 같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완벽한 사후관리 시스템은 필수: 재수출 면세 물품, 특히 개별 관리가 필요한 용기 등은 수입부터 재수출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완벽한 전산 시스템(ERP, MIS 등)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주장은 과세관청이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입증책임은 기업에게: 재수출 의무를 이행했다는 입증책임은 전적으로 납세자인 기업에 있습니다. 조세심판원-심판결정례-조심2023관0112, 조세심판원-심판결정례-조심2023관0082 평소 관련 서류(수출신고필증, 재수출이행보고 내역 등)를 철저히 관리하고, 과세관청의 요청 시 즉시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기간 연장 신청은 신중하게: 재수출 기간 연장 신청 시, '거래처 미회수' 등 일률적이고 형식적인 사유를 기재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실제 상황에 맞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유를 명시하고, 허위로 기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불이행 시 자진신고 및 '용도 외 사용 승인' 활용: 재수출이 불가능해진 경우, 관세법 제97조 제2항에 따라 미리 세관장의 '용도 외 사용 승인'을 받는 절차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이는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5. 행정소송 제기 시 소송전략 분석
만약 위 사례의 청구인이 재조사 결과에도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특히 청구인에게 유리한 판례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가. 핵심 인용 판례
인천지방법원 2016. 1. 28 선고 2015구합52344 판결:
이 판결은 재수출 조건부 면세 후 기한 내 재수출을 이행하지 못한 사안에서, 수입 당시 허위신고가 없었다면 부가가치세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해야지, 제2항의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조세심판원 2015. 7. 7 결정 (조심2015관0007):
이 결정례는 과세관청의 과거 심사 결과를 신뢰하여 협정관세를 적용받았다가 추징된 사안에서, 납세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한 경우로 보아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납세자의 '귀책사유 없음'을 주장할 때 유용한 근거가 됩니다.
나. 소송 전략
(1) 과세처분의 법적 성격 오류 및 관세법 제42조 가산세 적용 배제
논리: 이 사건의 본질은 '수입신고 시점의 허위신고'가 아니라, '수입 이후의 조건 불성취'라는 점을 강력히 주장해야 합니다. 인천지방법원 판례(2015구합52344)를 핵심 근거로 삼습니다.
세부 전략:
청구법인은 수입 당시 실제로 용기를 재수출할 의도로 '재수출 조건부 면세'를 신청했으며, 이는 허위신고가 아닙니다. 실제로 97%에 달하는 높은 재수출 이행률이 이를 방증합니다.
따라서, 재수출 기간 내에 수출하지 못함에 따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은 '수입 시'가 아닌 '재수출 불이행이 확정된 시점'입니다.
이는 당초 신고가 잘못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경정' 사유가 아니며, 관세법 제42조의 과소신고가산세(특히 부정행위에 따른 40% 중가산세)는 적용될 수 없습니다.
적용 가능한 가산세는 오직 관세법 제97조 제4항의 재수출불이행 가산세(최대 500만원) 뿐이라는 점을 조세심판원 결정(조심2023관0112)을 근거로 강조합니다.
(2) '귀책사유 없음'을 통한 가산세 면제 및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주장
논리: 만약 법원이 이 사건을 '경정' 사유로 보더라도, 청구법인에게는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 또는 '귀책사유 없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부 전략:
용기 관리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 대부분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온 점, 불가피하게 재수출이 어려운 경우 용도 외 사용신청 및 자진납부를 해 온 전례 등을 들어 '부정한 의도'가 없었음을 적극 소명합니다.
따라서 관세법상 가산세 면제 사유에 해당하며, 부가가치세법상으로도 '귀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수정수입세금계산서가 발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3) 처분청의 '근거과세 원칙' 위반 집중 공격
논리: 조세심판원이 '조사내용 불명확·불충분'을 이유로 '재조사' 결정을 내린 것은, 처분청의 당초 처분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세부 전략:
재수출 이행 기간이 남은 건까지 일괄 과세한 오류, 개별 용기의 불이행 내역을 특정하지 못하고 '합리적 의심'에 근거해 과세한 점 등 처분청의 절차적 하자를 집중적으로 부각합니다.
이는 조세 행정의 대원칙인 '근거과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처분 자체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사건은 행정소송에서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으며, 특히 과세처분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인천지방법원 판례(2015구합52344)를 중심으로 법리를 구성하고,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과 처분청의 절차적 미흡함을 근거로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