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현지에서 건넨 ‘현금 뭉치’, 외국환거래법 위반일까? : ‘실뱀장어 사건’이 남긴 대법원의 반전과 무역실무자가 알아야 할 생존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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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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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분석] 해외 현지에서 건넨 ‘현금 뭉치’, 외국환거래법 위반일까?
— ‘실뱀장어 사건’이 남긴 대법원의 반전과 무역 실무자가 알아야 할 생존 법칙
안녕하세요, 조길현 법률사무소입니다.
수출입 업무나 해외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현금’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급하게 물건을 확보해야 하거나, 현지 관행상 현금 결제를 요구받는 경우죠.
이때 실무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피어오릅니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현금으로 줬는데, 이거 ‘외국환거래법’ 위반 아닐까?”
오늘은 이 막연한 불안감을 명쾌하게 해소해 줄 대법원 판례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바로 ‘실뱀장어 수입 사건’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금 결제는 무죄, 밀수입은 유죄”라는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습니다.
변호사이자 관세사의 시각에서, 이 사건이 주는 교훈과 실무적인 대응 방안을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사건의 재구성: 일본으로 건너간 현금과 뱀장어
사건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무역업자 A씨는 일본에서 실뱀장어를 구매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대금인 일본 엔화(약 86만 엔)를 일본 현지에서 현금으로 직접 지급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A씨는 구매한 실뱀장어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몰래 국내로 들여오다 적발되었습니다. 검찰은 A씨에게 두 가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관세법 위반: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물건을 수입함 (밀수입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은행을 통하지 않고, 신고 없이 해외에서 대금을 지급함
1심과 2심 법원은 이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은행 없이 돈을 줬으니 불법”이라는 상식이 통한 것이죠.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2. 대법원의 반전: “현금 결제, 조건만 맞으면 신고 안 해도 된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을 깼습니다(파기환송). 특히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예외 규정’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은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구 외국환거래규정(제5-11조 제1항 제4호)’은 다음과 같은 경우 신고 의무를 면제해 줍니다.
“거주자가 ‘외국에서 보유가 인정된 대외지급수단’으로, ‘인정된 거래’에 따른 대가를 ‘외국에서 직접 지급’하는 경우”
법률 용어가 조금 어렵죠?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출국할 때 합법적으로 들고 나간 돈(미화 1만 달러 이하 등)으로, 정상적인 물건값을 현지에서 직접 치렀다면 신고할 필요가 없다.”
A씨가 일본에서 건넨 86만 엔은 당시 미화 1만 달러 이하의 금액이었고, 이를 적법하게 휴대하여 출국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돈으로 물건값을 치른 행위 자체는 적법하다는 결론입니다.
3. 실무자가 자주 빠지는 오해: “1천 달러 넘으면 신고해야 하죠?”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규정 어딘가에서 “신고는 ... 건당 1천 달러 이하인 경우만 면제된다”는 조항을 본 기억 때문입니다.
검찰 측도 이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86만 엔은 1천 달러를 넘으니까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논리였죠.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단칼에 잘랐습니다. 면제 규정은 ‘이 중 하나만 걸려도 면제’라는 뜻이지, 다른 규정을 들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이미 ‘적법하게 반출한 돈’이라는 면제 사유(제4호)에 해당한다면, 금액이 1천 달러를 넘더라도(제8호) 신고 의무는 없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함정입니다. 구 외국환거래규정에는 “건당 미화 1천 달러 이하 경상거래 대가를 직접 지급”하는 경우를 면제하는 조항(제5-11조 제1항 제8호)이 있는데, 이를 근거로 “그럼 1천 달러 넘으면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대해석이 나오곤 합니다. 대법원은 이를 명확히 차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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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의! ‘결제’는 무죄여도 ‘밀수’는 유죄입니다
이 판결을 보고 “아, 해외에서 현금 써도 아무 문제 없구나!”라고 안심하시면 곤란합니다.
대법원은 A씨의 ‘돈 준 행위(외환)’는 무죄로 확정했지만, ‘몰래 들여온 행위(관세)’는 유죄로 남겼습니다.
외환 이슈: 적법하게 들고 나간 돈으로 결제했으니 OK.
통관 이슈: 하지만 물건을 들여올 때 수입신고를 안 했으니 밀수입.
이 사건은 기업의 컴플라이언스가 ‘자금 흐름’과 ‘물류 흐름’ 양쪽에서 모두 완벽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돈은 깨끗하게 줬어도, 통관 절차를 어기면 처벌받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벌금 계산 방식에 대해서도 중요한 기준을 남겼습니다. 관세법 위반과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겹칠 때, 벌금을 퉁쳐서(?) 하나로 때리면 안 되고, 각 죄마다 따로따로 벌금을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변호사가 의뢰인을 방어할 때 형량을 다투는 매우 중요한 법리적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5. 현직 변호사의 제언: 안전한 해외 거래를 위한 체크리스트
이 판례가 우리 회사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해외 현지 결제, 무조건 불법은 아니지만 ‘증빙’이 생명입니다.
출국 시 ‘자금의 꼬리표’를 확인하십시오:
현금을 들고 나간다면 미화 1만 달러 이하인지, 초과 시 세관에 적법하게 신고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적법하게 반출된 돈’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면 모든 방어 논리가 무너집니다.
‘거래의 실체’를 입증하십시오:
현금으로 지급하더라도 영수증, 인보이스, 계약서 등 ‘인정된 거래’임을 증명할 문서를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통관은 별개입니다:
현지에서 결제를 마쳤더라도, 국내로 반입될 때는 반드시 정식 수입신고를 거쳐야 합니다. “현지에서 돈 다 줬으니 내 물건”이라며 그냥 들고 들어오면 밀수입이 됩니다.
마치며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지만, ‘규정을 정확히 아는 자’에게는 든든한 방패가 됩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위축되지 마시고, 정확한 법리와 규정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해외 거래 구조, 자금 결제 방식, 그리고 통관 이슈까지 복합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언제든 문의해 주십시오. 변호사이자 관세사로서, 법률과 세무, 통관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안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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