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세금계산서와 법인의 운명: 포괄일죄인가, 개별 범죄인가? 판례 변천사로 본 법리의 확립
- barristers0
- 1월 10일
- 5분 분량

허위 세금계산서와 법인의 운명:
포괄일죄인가, 개별 범죄인가? 판례 변천사로 본 법리의 확립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는 기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범죄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행위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되었다면,
법원은 이를 어떻게 처벌할까요?
전체를 '하나의 큰 범죄'로 볼까요, 아니면 각각을 '여러 개의 작은 범죄'로 볼까요?
특히 행위를 한 개인과 그가 속한 법인에 대한 처벌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몇 년간의 주요 판례들은 이 질문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립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하급심의 초기 판단부터 대법원의 최종 확정, 그리고 그 법리가 실제 사건에 적용된 구체적인 사례까지, 일련의 판결들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허위 세금계산서 범죄, 특히 법인(회사)의 형사 책임에 대한 법리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시작: 포괄일죄 적용과 공소기각 (2014년 하급심)
이야기는 2014년 한 하급심 판결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법원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여러 차례 발급·수취한 대표이사와 법인에 대해, 동일한 범죄로 이미 다른 사건에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대표이사 A와 그가 운영하는 법인(주식회사 B)이
수십억 원대의 허위세금계산서를 주고받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대표이사 A는 이미 2009~2011년 사이의 거액의 허위세금계산서 혐의로
재판(선행 사건)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2011년 3월~6월 분의 추가 허위세금계산서 혐의를 포착하여
A와 법인을 별도로 또 기소(이 사건)했습니다.
법원은 "동일한 영리 목적으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이루어진 일련의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행위는 법적으로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묶인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미 한 번 기소된 이상, 아직 기소되지 않은 다른 기간의 같은 행위에 대해서도 기소의 효력이 미치므로, 새로운 기소는 동일 사건에 대한 이중기소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과 법인의 죄수를 구분하지 않고 포괄일죄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2. 법리의 분기점: 개인과 법인의 책임 분리 (2014년 항소심)
그러나 다른 유사 사건의 항소심에서 법리는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합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복잡하게 얽힌 허위 세금계산서 사건에서, 범죄를 저지른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법인'의 책임을 분리하여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행위자인 개인 대표이사 등의 범행에 대해서는 포괄일죄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는 법인에 대해서는 "각 세금계산서를 위조·수수하는 행위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한다"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즉, 10장의 허위 세금계산서가 있다면, 법인은 10개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법인에 대한 처벌이 행위자인 개인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 중요한 판결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중요한 구분을 했습니다.
대표이사(개인):
특가법이 적용되어 전체가 '하나의 죄(포괄일죄)'가 맞다.
법인(회사):
특가법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
법인은 '조세범 처벌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는데,
이는 세금계산서 한 장 한 장마다 '별개의 죄(경합범)'가 성립한다.
결론:
대표이사는 포괄일죄라 이중기소가 안 되지만,
법인은 별개의 죄들이므로 이번에 기소된 건은 따로 재판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대법원의 확정: 개인과 법인에 대한 '이중적 법리'의 확립 (2014년 대법원)
이러한 법리적 논쟁은 마침내 대법원에서 정리됩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확정하며, 허위 세금계산서 범죄의 죄수(범죄의 개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개인(대표이사 등 행위자):
영리 목적으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일정 기간 계속하여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행위를 했다면, 그 행위 전체를 묶어 포괄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의 '1죄(하나의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법인(회사):
반면,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을 처벌할 때는 원칙으로 돌아가, '개별 세금계산서 등 문서마다 1개의 죄'가 성립한다.
이로써 대법원은 행위자인 개인과 처벌받는 법인에 대해 각기 다른 법리를 적용하는 '이중적 접근법'을 최종적으로 확립했습니다.
대법원은 법인의 책임은 대표자의 포괄적 책임과 연동되지 않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4. 헌법재판소의 확인: 가중처벌 규정의 합헌성 (2015년 헌법재판소)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흐름 속에서,
처벌의 근거가 되는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2 자체의 위헌성 시비도 있었습니다.
청구인들은 ' 공급가액 합계액을 기준 '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이
불명확하고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영리의 목적", "공급가액 등의 합계액" 등의 개념이 불명확하지 않으며, 여러 행위를 포괄일죄로 보아 그 공급가액을 합산하여 가중처벌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은 대법원이 확립한 포괄일죄 법리의 헌법적 정당성을 다시 한번 뒷받침해주었습니다.
5. 새로운 기준의 적용: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2727 판결 상세 분석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해 법리가 명확히 확립된 이후, 하급심 법원들은 이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2727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앞서 확립된 법리가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1) 사건 개요
피고인: 특수코팅제 제조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혐의: 대표이사 A가 법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2011년 3월부터 6월까지 총 12회에 걸쳐 실물 거래 없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수취함 (조세범 처벌법 위반)
결과: 법인에 대하여 벌금 1,000만 원 선고
(2) 구체적인 범죄사실
피고 법인의 대표이사 A는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총 12장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수했습니다.
허위 발급 (6회): 2011. 3. 2.부터 2011. 6. 23.까지 실제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공급가액 합계 약 3억 1,570만 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 6장을 발급했습니다.
허위 수취 (6회): 2011. 3. 24.부터 2011. 6. 30.까지 실제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공급가액 합계 약 3억 2,523만 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 6장을 수취했습니다.
(3) 피고인(법인)의 주장: "이중기소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
피고인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대표이사와 우리 법인은 이미 다른 법원에서 2009년~2011년 사이의 '거짓 세금계산서 합계표 제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개별 세금계산서 수수)도 그 기간 내에 동일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전체가 하나의 범죄(포괄일죄)입니다.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을 또 기소하는 것은 이중기소이므로 무효입니다."
(4) 법원의 판단: "대표이사와 법인의 죄수는 별개, 이중기소 아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단호히 배척했습니다. 대법원 판례(2014도16273)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원칙: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수하거나 거짓 합계표를 제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각 문서마다 1개의 죄가 성립한다.
행위자(대표이사)의 예외: 법인의 대표자가 여러 번 위반행위를 한 경우, 특가법에 따라 공급가액을 합산하여 하나의 죄(포괄일죄)로 가중처벌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대표자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특례이다.
법인의 원칙 적용: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받는 법인에게는 이러한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인에게는 원칙대로 각각의 허위 세금계산서 문서마다 1개의 죄가 성립하며, 이는 대표이사가 포괄일죄로 처벌받는지 여부와 무관하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 법인에 대한 이전 사건과 이 사건은 별개의 범죄(경합범) 관계이지, 포괄일죄 관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중기소가 아니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 법인에 대해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는 서두에서 보았던 2014년의 초기 판결(공소기각)과는 정반대의 결론으로, 그 사이 법리가 얼마나 명확하게 정립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핵심 쟁점 정리
일련의 판례들을 통해 확립된 허위 세금계산서 관련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대표 등)의 죄수: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반복된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행위는 전체를 묶어 '포괄일죄'로 보고, 공급가액 합계액에 따라 특정범죄가중법으로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법인(회사)의 죄수: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을 처벌할 경우, 포괄일죄가 적용되지 않고 원칙적으로 '개별 세금계산서마다' 별개의 범죄가 성립합니다. 즉, 경합범으로 처벌됩니다.
처벌의 합헌성: 여러 행위를 포괄하여 공급가액을 합산하고, 그 합계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시사점 및 대응 방안
이러한 법리의 확립은 기업과 임직원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개인(대표이사, 임원)의 중대 책임:
여러 번에 걸친 소액의 허위 거래라도,
" 단일한 범의 등이 인정되면 "
전체가 하나의 범죄로 묶여
공급가액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무거운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법인의 막대한 재정적 리스크:
법인의 경우, 위반 행위 하나하나가 별개의 범죄로 카운트됩니다.
이는 수십, 수백 장의 허위 세금계산서가 있다면 그만큼 많은 벌금형이 누적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미 한 번 처벌받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으며, 누락된 건이 발견될 때마다 계속해서 기소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내부통제 및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권고했듯, 기업은 무거래 세금계산서 수수 위험을 철저히 점검하고, 거래 자료 관리 및 내부 회계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개인의 일탈이 법인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입니다.
결론적으로, 허위 세금계산서 범죄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개인'에게는 포괄일죄의 엄중함을, '법인'에게는 개별 범죄의 누적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방향으로 명확히 정리되었습니다. 모든 기업과 임직원은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준법 경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판례분석] 억울한 세관 벌금 통지서, 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을까?— 관세법상 ‘통고처분’의 특수성과 헌법재판소의 결정(96헌바4)을 중심으로](https://static.wixstatic.com/media/b1f6e4_a45b8860f7d24e979238639e295dd9f4~mv2.png/v1/fill/w_669,h_664,al_c,q_90,enc_avif,quality_auto/b1f6e4_a45b8860f7d24e979238639e295dd9f4~mv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