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무죄’면 관세도 ‘환급’될까? — 구매대행·전자상거래 수입의 납세의무자와 ‘후발적 경정청구’ 12년 소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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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무죄’면 관세도 ‘환급’될까? — 구매대행·전자상거래 수입의 납세의무자와 ‘후발적 경정청구’ 12년 소송기
1. 들어가며
해외에서 물건을 사서 국내 소비자에게 보내주는(구매대행·전자상거래) 비즈니스는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런데 통관 단계에서 “누가 수입한 사람(수입화주)인가”가 흔들리면, 관세·부가세뿐 아니라 가산세까지 한꺼번에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소액면세 통관, 관세 납세의무자, 형사 무죄와 세금환급(경정청구)를 두고 1심·2심·대법원(파기환송)·환송심·재상고·헌법재판까지 다툰 일련의 판결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사례 리뷰입니다.
: 대구지방법원-2017구합21908, 대구고등법원-2018누3111, 대법원-2018두61888, 대구고등법원-2020누2104, 대법원-2020두50362,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 2020헌바521
2. 사건 한눈에 보기
사업모델: 영국 현지에서 의류·신발·가방 등을 구입해 국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
통관 방식: 국내 소비자들을 납세의무자로 기재해 관세법상 소액물품 감면(면세) 대상처럼 수입신고(총 12,140회)
세관 조치: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법 위반”을 이유로 관세·부가세 및 과소신고가산세 등을 부과
핵심 갈등: 형사사건에서는 무죄 확정(‘수입한 실제 소유자’가 국내 소비자라는 취지로 판단) → 이를 근거로 “세금이 과다하니 경정(환급)해달라”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했으나 세관이 거부
3. 쟁점 1: ‘형사 무죄’가 나오면 관세도 자동으로 다시 계산되나
이 사건의 출발점은 직관적으로는 단순합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면, 세금도 잘못 매겨진 것 아닌가?”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최종적으로 경정청구 거부가 유지되었습니다(대법원 상고기각).
4. 쟁점 2: 후발적 경정청구에서 말하는 ‘판결’에 형사판결이 들어가나
관세법은, 일정한 사유가 “나중에” 발생해 이미 낸 세금이 과다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기간이 지난 뒤에도 일정 기간(사유를 안 날부터 2개월) 내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그중에서도,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소송의 판결로 다른 내용으로 확정된 경우”라는 요건에서 말하는 ‘판결’에 형사판결(무죄)이 포함되는지였습니다.
5. 법원들의 결론이 엇갈린 이유
(1) 1심(대구지방법원): “형사 무죄만으로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보기 어렵다”
1심은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의 취지와 ‘판결’ 요건의 의미를 설명하면서도, 이 사건의 형사 무죄가 당초 부과의 과세근거(거래/행위)가 다른 내용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무죄는 ‘공소사실이 없다는 확정’이라기보다 ‘엄격한 증명 부족’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경정청구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2심(대구고등법원): “이 사건에서는 형사판결이 과세근거를 ‘다르게 확정’했다”
반대로 2심은, 이 사건 형사판결이 단순히 “증명 부족”을 넘어서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국내 소비자라는 취지로 인정했고, 그것이 곧 당초 부과처분의 과세근거(원고가 수입해 국내에 판매했다는 전제)와 배치된다고 보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된다고 판단하여 경정거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3) 대법원(2018두61888): “원칙적으로, 형사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아니다”
대법원은 2심을 파기환송하면서, 핵심 기준을 분명히 했습니다. 형사소송은 본질적으로 형벌권 확정이 목적이고, 과세표준·세액의 근거가 된 거래/행위의 존부·법률효과를 확정하는 구조가 아니며, 무죄판결은 ‘부존재 확정’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 배제 정도의 증명 부족’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 확정판결만으로 관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판결로 다른 내용 확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정리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정확한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하시면, 다음 네모 안의 판결요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대법원 2020. 1. 9. 선고 2018두61888 판결 : 판결요지 [1]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에서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중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의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는 최초의 신고 등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최초의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 [2]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말하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는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를 규정하면서 소송의 유형을 특정하지 않은 채 ‘판결’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해 발생한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사건의 확정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 또는 행위가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의 판결은 그에 의하여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② 과세절차는 실질과세의 원칙 등에 따라 적정하고 공정한 과세를 위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확정하는 것인데 반하여, 형사소송절차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기소된 공소사실을 심판대상으로 하여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설사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 및 범칙소득금액을 확정하기 위한 형사소송절차라고 하더라도 과세절차와는 목적이 다르고 그 확정을 위한 절차도 별도로 규정되어 서로 상이하다.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의 취소 또는 무효 여부에 관하여 항변, 재항변 등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통하여 이를 확정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③ 더욱이 형사소송절차에는 엄격한 증거법칙하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만 유죄의 인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의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
(4) 환송 후 2심(대구고등법원 2020누2104)과 재상고심(대법원 2020두50362): 대법원 기준을 따라 “경정거부 적법”
환송심은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해, 이 사건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항소기각),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6. 쟁점 3: 헌법재판소는 왜 각하했나
당사자는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자체가 위헌이거나, 최소한 “형사판결을 ‘판결’에서 배제하는 해석”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이 실질적으로는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이라기보다, 대법원이 그 조항을 어떻게 해석·적용했는지(재판 결과)를 다투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아 부적법 각하했습니다.
7. 실무자를 위한 정리: 이 사건이 주는 ‘현장형’ 시사점
(1) “형사 무죄 = 세금환급”은 공식이 아닙니다
수입·통관 관련 사건에서 형사절차와 과세절차는 목적과 판단구조가 다릅니다. 형사에서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그 판단이 곧바로 과세표준·세액의 근거를 “다른 내용으로 확정”해 주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사건 대법원 판단의 핵심입니다.
(2) 구매대행·전자상거래 수입은 “누가 수입화주인가” 입증구조가 승부처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결국 줄기처럼 반복된 쟁점은, 겉으로는 소비자 명의로 통관했더라도 실질이 “사업자 수입·재판매”인지, “소비자 직구/대행”인지였습니다. 세관조사 단계부터 계약·대금흐름·가격결정·재고위험·반품/환불 구조 등 거래 실질을 설명할 자료가 정리돼 있지 않으면, 사후 분쟁에서 방어가 매우 어렵습니다(판결문들이 반복적으로 사실관계를 길게 적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후발적 경정청구”는 만능 버튼이 아닙니다
관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는 요건이 엄격하고(‘판결로 다른 내용 확정’), 이 사건처럼 형사판결을 근거로 삼는 접근은 대법원 기준상 원칙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또한 법문상 사유를 안 날부터 2개월이라는 시간 요건도 전제됩니다.
8. 승소전략 제언
아래는 본 사건의 결론을 뒤집기 위한 “만능 해법”이 아니라, 유사 분쟁에서 실무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전략 포인트입니다(사안별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분쟁의 전장을 ‘형사’에만 두지 말고, 과세절차의 시간표를 먼저 지키는 전략
이 사건에서는 당초 부과처분에 대한 다툼이 절차상 각하(기간 도과 등)로 확정된 전력이 있었고, 이후 “경정청구”로 우회하려는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세관 처분을 다투는 경우 불복기간·제소기간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면서 행정쟁송 트랙을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글은 참고자료이므로, 구체적 기간 계산과 불복절차는 반드시 사건별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2) “형사 무죄”를 단독 카드가 아니라, 행정사건에서의 ‘증거 패키지’로 쓰는 전략
대법원은 형사판결을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사유로 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형사기록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취지는 아닙니다. 환송심 판결문도 형사판결의 성격(전단/후단, 실질은 증명 부족인지 등)을 세밀히 따졌습니다. 즉, 형사판결·진술·증거는 행정사건에서 사실인정 자료로 설계해서 제출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3) “수입화주(실제 소유자)”를 뒤집을 수 있는 객관증빙 중심 전략
가격결정 구조, 수수료 구조(구매대행 수수료의 성격), 반품·환불 주체, 재고/손익 위험 부담 주체, 해외 공급자와의 법률관계 등을 “문서로” 설계하고 남겨두는 것이 분쟁 예방과 소송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이러한 정황들을 근거로 삼아 서로 다른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9. 마무리
이 사건은 “무죄인데도 세금은 못 돌려받을 수 있다”는 불편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동시에, 수출입·통관 실무에서 거래 실질(누가 수입했고, 누가 위험을 부담했는지)과 절차(불복기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이기도 합니다.
10. 한계 및 유의사항
이 글은 특정한 판례의 내용만으로 정리한 참고자료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거래구조(대금흐름·수수료·반품/환불·인코텀즈·명의대여 여부 등), 처분의 종류, 불복 경과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동일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리스크 진단, 증빙 설계, 세관 조사 대응, 불복·소송 전략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