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적 컨테이너도 수출입 컨테이너에 포함되는지? :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고시에서 환적 컨테이너를 규정한 것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21두6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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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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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이 글은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61079 판결의 내용을 다룹니다. 이 사건에서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고시에서 '환적 컨테이너'에 대한 안전운임을 규정한 것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조의4 제2항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와 피고
원고: 해상 운송사업을 하는 13개 회사
피고: 국토교통부장관
사건의 경위
피고는 2019. 12. 30. 2020년 적용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고시를 공표하였는데, 이 고시에는 '환적 컨테이너' 운송에 대한 안전운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환적 컨테이너'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조의4 제2항의 '수출입 컨테이너'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위 고시 중 환적 컨테이너 부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원고의 주장
원고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조의4 제2항은 '수출입 컨테이너'에 대해서만 안전운임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을 뿐 '환적 컨테이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고시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환적 컨테이너에 대한 안전운임을 정하고 있어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입니다.
안전운임 태스크포스 구성 및 안전운임위원회 구성 시 원고들과 같은 선사들의 참여가 배제되었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으며 공청회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화물자동차법에서 정한 기한을 지키지 않고 고시를 공표하였습니다. 이는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입니다.
설령 피고에게 재량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고시의 환적 컨테이너 안전운임은 비합리적인 방식과 수치를 적용하여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었습니다.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입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환적 컨테이너'는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송형태에 불과하고, 화물자동차법상 '수출입 컨테이너'는 '수출입 용도의 컨테이너'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환적 컨테이너'도 포함됩니다.
1990년대부터 신고 운임의 형태로 사용되어 온 컨테이너 요율표에도 환적 컨테이너 운임이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실무상 수출입 컨테이너 운송시장에 환적 컨테이너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1심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화물자동차법의 개정 경과, 문언과 체계, 관련 법령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환적 컨테이너'가 '수출입 컨테이너'에 포함된다고 보고 이 사건 고시를 공표한 것은 법률의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하였습니다. 재판부는 모법 규정의 입법 목적과 내용, 체계,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환적 컨테이너'가 모법 규정의 '수출입 컨테이너'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와 달리 해석하는 것은 모법 규정의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수출입 컨테이너'의 의미를 확장한 새로운 입법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사점
이 판결은 행정입법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고시는 위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행정기관이 법률의 위임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수출입'과 '환적'이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환적'을 '수출입'에 포함시킨 것이 문제되었습니다. 행정기관은 법률용어의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그 의미를 벗어나 확장 또는 유추해석하여서는 안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정부기관의 고시로 인해 자신의 자유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받는 경우라면, 그 고시가 모법의 위임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제정된 것인지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사한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고자 할 때에는 관련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판결의 주요 내용 발췌
"화물자동차법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건전하게 육성하여 화물의 원활한 운송을 도모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중략) 모법 규정은 안전운임제의 대상인 운송품목을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한정하면서, 피고(국토교통부장관)가 위원회(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안전운임을 공표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모법 규정은 피고가 안전운임의 액수를 결정하여 공표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피고에게 위임하고 있을 뿐이고, 피고가 운송품목인 "수출입 컨테이너"의 의미에 관하여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특정 고시가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률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고, 법률의 위임 규정 자체가 의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고시에서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다든지, 위임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함으로써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는 위임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