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고가격은 왜 의심받는가” — ‘유사물품 가격’ 한 줄로 뒤집힌 관세 추징(부산고법→대법원)
- barristers0
-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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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고가격은 왜 의심받는가”
‘유사물품 가격’ 한 줄로 뒤집힌 관세 추징(부산고법→대법원)
수입 담당자라면 한 번쯤 겪습니다. 통관도 끝났고, 서류도 냈고, 세관도 당시엔 수리했는데… 시간이 지난 뒤 “유사물품 가격과 현저히 다르다”며 관세가 다시 추징되는 상황 말입니다.
이번 글은 중국산 대두(콩나물콩)·들깨 수입 건에서, 부산고등법원(2004누4772) 승소에 이어 대법원(2005두17188) 확정으로 이어진 흐름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핵심은 단 하나, ‘유사물품의 가격’은 ‘세관이 찍어둔(범칙·사후심사) 가격’만이 아니라 ‘거래사례의 가격 전체’라는 점입니다.
1. 사건 한눈에 보기(무슨 일이 있었나)
수입업체(원고)는 1998~2000년 사이 중국산 대두(콩나물콩)와 들깨를 다수 건 수입하면서 톤당 ***달러 수준으로 신고했습니다.
세관 조사 과정에서 차량에서 찢어진 메모지가 발견되었고, 이를 근거로 저가신고를 추정하여 거액의 관세 포탈로 판단, 각 세관이 경정처분을 했습니다.
그런데 형사사건에서는 그 메모지의 증거능력/증명력이 문제되어 무죄가 확정됩니다.
이후 조세심판원 재조사 결정 등을 거쳐 세관은 과세근거를 바꾸어, 일부 수입건에 대해 ‘유사물품 거래가격’(구 관세법 제9조의5) 또는 ‘합리적 기준’(제9조의8) 방식으로 과세가격을 산정해 추징했습니다.
부산고등법원은 이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며 처분을 취소했고, 대법원은 그 법리를 확인하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2. 이번 판례의 ‘진짜’ 쟁점 3가지
쟁점 ① 세관이 신고가격을 의심할 수 있는 출발점: “유사물품과 현저한 차이”가 성립하나
세관은 ‘소수의 높은 가격(범칙조사·사후심사로 확인된 가격 등)’을 기준으로, 원고의 신고가격이 유사물품의 거래가격과 현저히 차이 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반대로, 대부분 수입업체(약 95%)가 유사한 가격으로 신고하고 있는데, 소수 사례(약 5%)만을 기준으로 “현저한 차이”라고 보는 건 부당하다고 다퉜습니다.
쟁점 ② “유사물품의 가격/거래가격”은 도대체 무엇인가(무엇을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하나)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세관은 실무상 “범칙조사나 사후심사로 ‘밝혀낸’ 가격”을 더 신뢰할 만하다고 보고 그쪽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법원은 ‘거래사례에서의 가격’ 자체를 폭넓게 봐야 한다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쟁점 ③ ‘원칙(실제 지급가격)’을 버리고 다른 방법(유사물품 등)으로 가려면 요건을 얼마나 엄격히 봐야 하나
대법원은, 실제 지급가격을 원칙으로 하는 체계에서 이를 배제하고 다른 방식(유사물품 등)으로 넘어가는 것은 요건을 “가급적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습니다.
3. 법원이 본 핵심 포인트(실무자가 꼭 기억할 문장들)
(1) “유사물품의 가격”은 ‘세관이 적발한 가격’만이 아니다
대법원은 구 시행령의 “유사물품의 가격”을 이렇게 봅니다. 세관이 범칙조사·사후심사로 인정한 가격뿐 아니라, 수입신고인이 신고한 가격으로서 세관이 수리한 가격 등 ‘거래사례’의 가격을 포함한다고요. 즉, 세관이 “우리가 확인한(적발한) 고가 사례”만으로 시장을 재단하면 안 되고, 통상적인 신고·수리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면 그것도 비교군에 들어와야 합니다.
(2) ‘대다수 신고가격’을 “허위일 수도 있다”는 의심만으로 배제할 수 없다
부산고등법원은, 다수 업체가 저가신고를 하고 있을 “의문”이 들 수는 있어도, 그 의문을 근거로 조사해 허위성을 밝혀내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의심만으로 대다수 거래신고 사례를 거래가격 산정기준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3) 특히 이 사건은 ‘형사 무죄 확정’ 이후라, 새로운 입증이 더 중요해졌다
이 사건은 이미 수입신고 허위성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상황이었고, 그런데도 세관이 새로운 입증 없이 과거에 조사한 일부 범칙사례와의 비교로 “현저한 차이”를 단정하는 것은 더욱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결론: “현저한 차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유사물품 방식' 자체가 무너졌다
결국 부산고등법원은 구 관세법 제9조의3 제4항의 요건(현저한 차이 등)이 갖춰졌다고 볼 수 없는데도 제9조의5~8을 적용해 과세가격을 산정했으니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했습니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의 법리 전개(엄격해석, 유사물품 가격의 의미)를 전제로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4. 실무형 “승소전략” (수입 담당자가 바로 써먹는 포인트)
전략 1) ‘비교대상(유사물품 가격)’ 풀을 넓혀라 — 다수의 신고·수리 가격도 “거래사례”로 끌고 오기
세관이 소수 범칙사례 가격만 들고오면, 동일 시기·동일 품목군의 다수 신고가격(그리고 세관이 수리한 사실)을 최대한 모아 “거래사례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전략 2) “허위신고가 만연하다”는 주장에는 ‘조사로 입증했는가’를 되물어라
법원은 의심만으로 다수 사례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세관이 “대부분이 저가신고한다”고 말하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조사·검증의 범위와 방법을 공격 포인트로 삼을 수 있습니다.
전략 3) 형사절차(무죄·불기소 등)가 있다면, 행정사건에서 “새로운 입증” 요구 프레임을 세워라
이 사건처럼 형사 무죄가 확정된 경우, 행정에서 같은 취지의 의심을 반복하려면 그 의심을 넘어서는 새로운 근거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략 4) “원칙은 실제 지급가격”이라는 큰 원칙을 전면에 배치하라
대법원은 원칙(실제 지급가격)을 배제하고 다른 방법으로 넘어가는 것은 요건을 엄격히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소송/이의신청 문서에서도 “원칙→예외” 구조로 논리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기업 실무 체크리스트(분쟁 ‘예방’ 중심)
동일 시기·동일 품목군 시장가격 자료(가능하면 통관 데이터, 거래단가 트렌드)를 평소 축적해 두기: 나중에 “거래사례”로 주장할 재료가 됩니다.
세관이 “현저한 차이”를 문제 삼으면, 즉시 비교대상 선정 방식(표본 편향)을 따져보기: “왜 그 사례들만 뽑았는가?”
형사/행정이 얽히면, 형사결과를 행정에 자동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입증구조(새로운 근거 필요성)를 적극 활용하기.
6. 시사점(수출입 조직이 얻을 교훈)
‘유사물품 가격’은 세관 내부 확정가격만이 아니라, 세관이 수리해 온 다수의 거래사례 가격을 포함한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실무상 “비교군 싸움”이 곧 “승부처”가 됩니다.
세관이 시장 전반을 “저가신고 관행”으로 의심하더라도, 조사·입증 없이 다수 신고사례를 배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공략할 수 있습니다.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실제 지급가격이고, 이를 버리고 다른 방식으로 가려면 예외요건을 엄격히 봅니다. 즉, “추징은 가능하다”가 아니라 “추징으로 넘어가기 위한 문턱이 높다”는 메시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