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율 수출서류 한 장이 ‘조세포탈’로 바뀌는 순간 : “허위 수출계약서 + 폐업 + 계좌 인출” 조합이 왜 위험한가 (금괴 사건 1심→항소심→대법원 전원합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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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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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무역) 업무를 하면서 영세율 적용, 외화획득 요건, 수출서류 관리, 거래대금/부가세 자금관리, 폐업·사업정리를 다루는 실무자라면, 이 사건은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위험 조합을 매우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세금 신고는 했는데, 못 냈을 뿐인데요?’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언제인지가 핵심입니다.
1. 사건의 흐름(시간 순 정리)
(1) 1심: “신고를 안 한 부분만 유죄, 신고한 부분은 무죄” 취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피고인들이 허위 수출계약서를 이용해 외화획득용 원료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이용해 영세율로 금괴를 매입한 뒤 국내에 판매하면서 세금계산서 미발행·미신고 방식으로 일부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미 신고는 했는데 납부를 하지 못하고 폐업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방향으로 무죄 취지 판단이 포함됩니다(포괄일죄 관계 때문에 주문에서 별도 무죄 선고를 하지 않는 방식).
(2) 항소심: 절차(공소장 변경) 문제로 원심 파기 + 실체 판단도 재정리
서울고등법원은 검사 측 공소장 변경으로 심판대상이 달라져 원심을 유지할 수 없어 전부 파기한 뒤, 다시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실체적으로는, 피고인들의 거래 구조(단기간 영업, 즉시 인출, 폐업 등)를 근거로 신고한 부분까지도 조세포탈(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나아갑니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확정에는 지장 없어도, 징수 곤란을 ‘부정행위의 결과’로 만들면 조세포탈 성립 가능”
대법원(전원합의체)은 다수의견으로, 과세표준 신고 등으로 ‘조세의 확정’ 자체에는 지장이 없더라도, 조세포탈죄 기수시점에 징수를 불가능/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상태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만들어낸 결과라면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아무 경우나 되는 것은 아니고, 동기·목적, 징수 곤란의 경위·정도 등을 종합해, 신고가 실질적으로 “납부 의사 없는 형식적 신고”에 가까운지까지 보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2. 쟁점별 정리(실무자 관점)
쟁점 1) “신고는 했는데 미납”도 ‘조세포탈’이 될 수 있나?
핵심 결론
될 수 있습니다. 단, “그냥 돈이 없어서 못 냈다” 수준이 아니라, 징수를 피하기 위한 적극적 설계/행동(부정한 행위)로 평가되면 가능합니다.
대법원 기준
대법원 다수의견은 요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확정(신고)은 정상적으로 되더라도,
기수 시점(통상 신고·납부기한 경과 무렵)에
징수를 불가능/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상태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한 결과라면,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처음부터 징수 회피 목적이었는지”, “재산을 어떻게 빼돌렸는지”, “왜 징수가 안 되게 됐는지”를 전체 사정을 종합해 본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의심 조합’으로 본 정황
항소심·대법원이 주목한 전형적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허위 수출계약서로 승인서를 발급받아 영세율로 매입
금괴를 가공·수출하지 않고 곧바로 국내 판매
단 3개월 영업 후 폐업신고
판매대금이 법인계좌에 들어올 때마다 즉시 전액 인출, 법인 명의 재산을 거의 남기지 않음
결국 거래상대방에게서 부가가치세를 징수해 놓고 전액(또는 대부분) 미납
이 조합은 법원이 보기에 “납부 의사 없이, 징수를 곤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사건이 설계된 것”에 가깝다고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쟁점 2)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어디까지인가? (단순 미신고/허위신고와의 구별)
조세범처벌법(당시 규정)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판례상 반복되는 정의가 있습니다.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등 적극적 행위이고, 단순히 신고를 안 했거나 허위신고만 한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사건의 포인트는, “신고를 했느냐”만 보지 않고 그 신고가 전체 범행 흐름에서 ‘형식적 장치’에 불과한지까지 본다는 점입니다.
쟁점 3) 대외무역법 위반으로 이미 처벌받았는데, 조세포탈로 또 처벌? (일사부재리/면소 주장)
결론
별개 범죄로 보고, 면소(일사부재리)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유
법원은 대외무역법 위반과 조세포탈은
보호법익이 다르고(무역질서 vs 조세징수)
구성요건도 다르고(외화획득행위 불이행 vs 징수 곤란을 만드는 적극적 부정행위)
같은 사건 흐름에서 수단으로 엮여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즉, 무역 쪽에서 “허위 수출서류/외화획득 요건”으로 한 번 맞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그 흐름이 세금 포탈 구조와 결합하면 별도의 형사 리스크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쟁점 4) “연간 포탈세액”은 어떻게 합산하나? (특가법 가중처벌 실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조세)에서 말하는 ‘연간 포탈세액’은, 과세기간(부가세 1기/2기 등)과 무관하게 역법상 1년(1.1.~12.31.) 동안 포탈된 모든 세액을 합산하는 의미라고 정리되어 있습니다.
쟁점 5) 부가가치세 포탈의 “기수시기”는 언제인가? (폐업하면 더 민감)
대법원은 부가가치세 포탈 범칙행위가 각 과세기간 종료 후 25일 신고·납부기한 경과로 기수에 이른다고 보면서, 폐업한 경우에는 폐업일 기준으로 신고·납부기한 경과 시점을 기수로 본다고 정리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폐업을 하면 세무서가 더 못 찾겠지”가 아니라, 폐업 자체가 기수·죄수 판단과 결합하여 사건이 더 단단해지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3. 기업 실무자를 위한 ‘리스크 신호등’ (체크리스트)
(A) 무역·영세율(0%) 적용 관련
수출의 실재(실제 반출, 대금결제, 운송·통관 서류)가 빈약한 상태에서 영세율 구조를 만들면, “허위 수출계약서/승인서” 이슈로 바로 번집니다.
“영세율 매입 → 국내판매” 흐름이 반복되면, 세무·형사 모두에서 구조적 의심을 받기 쉽습니다.
(B) VAT 자금(거래징수세액) 관리
거래처에서 받은 부가가치세 포함 대금을 받은 뒤, 법인계좌에서 즉시 전액 인출하는 패턴은 “징수 곤란을 만드는 행위”로 해석될 위험이 큽니다.
(C) 폐업·사업정리
단기간 영업 후 폐업 + 자산 비우기 조합은, “납부불능”이 아니라 “징수회피 설계”로 보일 수 있습니다.
4. (변호사 관점) 승소전략 — 같은 유형 사건에서 무엇을 다퉈야 하나
아래는 이 판례 흐름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방어 포인트들입니다(사건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략 1)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당성을 끊기: ‘단순 미납’ 프레임 확보
판례는 “단순 미신고/허위신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기본선을 유지합니다. 따라서 방어는 결국, (i) 적극적 부정행위가 없었고 (ii) 징수 곤란이 ‘부정행위의 결과’가 아니다를 설득하는 구조가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 자료가 방어에 중요해집니다.
자금 흐름(인출 사유, 지급처, 거래대금 사용처)
정상적 영업 목적(손익 구조가 “세금 안 내면 이익”인 구조인지 여부가 특히 중요)
회계·세무 협의 기록, 납부 노력(분납, 자금조달 시도 등)
전략 2) “처음부터 징수회피 목적”이라는 평가를 약화시키는 사실 만들기
대법원 다수의견은 “전체 사정 종합”을 말하면서, 사실상 처음부터 징수회피 목적의 설계인지를 굉장히 봅니다. 따라서 방어는, 영업이 짧았던 이유, 폐업 경위, 인출의 필요성(원재료 대금, 급여, 채무 상환 등) 같은 ‘경제적·경영상 설명 가능한 스토리’를 증거로 세우는 방향이 됩니다.
전략 3) 일사부재리(면소) 주장은 ‘법익/구성요건’ 차이를 넘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대외무역법 위반 확정판결이 있어도 조세포탈과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이 부정되었습니다. 따라서 같은 논점을 주장하더라도, 단순히 “같은 사건 흐름”이 아니라, 기소된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 전체가 동일한지를 매우 정밀하게 대비해야 합니다.
전략 4) 죄수/기수시기/연간 합산(특가법 적용)에서 ‘계산’을 끝까지 점검
특가법 적용 여부는 연간 포탈세액 합산과 기수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이 “계산”이 곧바로 형량 구간을 바꾸는 트리거가 되므로, 과세기간·폐업일·신고납부기한·기수시기 정리를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5. 시사점(한 줄로 정리하면)
이 사건이 실무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합니다.
“영세율·수출서류·대금 인출·폐업”이 한 흐름으로 엮이면, ‘세금 미납’이 아니라 ‘조세포탈(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재구성될 수 있다.
특히 “신고는 했으니 괜찮다”는 안도감은, 징수 곤란을 ‘부정행위의 결과’로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순간 무너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