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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율 수출서류 한 장이 ‘조세포탈’로 바뀌는 순간 : “허위 수출계약서 + 폐업 + 계좌 인출” 조합이 왜 위험한가 (금괴 사건 1심→항소심→대법원 전원합의체)




0. 이 글을 읽어야 하는 분(타깃 독자)

수출입(무역) 업무를 하면서 ​영세율 적용​, ​외화획득 요건​, ​수출서류 관리​, ​거래대금/부가세 자금관리​, ​폐업·사업정리​를 다루는 실무자라면, 이 사건은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위험 조합을 매우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세금 신고는 했는데, 못 냈을 뿐인데요?’​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언제인지가 핵심입니다.



1. 사건의 흐름(시간 순 정리)

(1) 1심: “신고를 안 한 부분만 유죄, 신고한 부분은 무죄” 취지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피고인들이 ​허위 수출계약서를 이용해 외화획득용 원료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를 이용해 ​영세율로 금괴를 매입​한 뒤 ​국내에 판매​하면서 ​세금계산서 미발행·미신고 방식으로 일부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미 신고는 했는데 납부를 하지 못하고 폐업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방향으로 ​무죄 취지 판단​이 포함됩니다(포괄일죄 관계 때문에 주문에서 별도 무죄 선고를 하지 않는 방식).


(2) 항소심: 절차(공소장 변경) 문제로 원심 파기 + 실체 판단도 재정리

서울고등법원은 검사 측 공소장 변경으로 심판대상이 달라져 ​원심을 유지할 수 없어 전부 파기​한 뒤, 다시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실체적으로는, 피고인들의 거래 구조(단기간 영업, 즉시 인출, 폐업 등)를 근거로 ​신고한 부분까지도 조세포탈(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나아갑니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확정에는 지장 없어도, 징수 곤란을 ‘부정행위의 결과’로 만들면 조세포탈 성립 가능”

대법원(전원합의체)은 다수의견으로, ​과세표준 신고 등으로 ‘조세의 확정’ 자체에는 지장이 없더라도​, 조세포탈죄 기수시점에 ​징수를 불가능/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상태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만들어낸 결과​라면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아무 경우나 되는 것은 아니고, ​동기·목적, 징수 곤란의 경위·정도 등을 종합​해, 신고가 실질적으로 “납부 의사 없는 형식적 신고”에 가까운지까지 보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2. 쟁점별 정리(실무자 관점)

쟁점 1) “신고는 했는데 미납”도 ‘조세포탈’이 될 수 있나?

핵심 결론

​될 수 있습니다.​ 단, “그냥 돈이 없어서 못 냈다” 수준이 아니라, ​징수를 피하기 위한 적극적 설계/행동(부정한 행위)​로 평가되면 가능합니다.


대법원 기준

대법원 다수의견은 요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 ​확정(신고)은 정상적으로 되더라도​,

  • 기수 시점(통상 신고·납부기한 경과 무렵)에

  • ​징수를 불가능/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상태가

  •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한 결과​라면,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처음부터 징수 회피 목적이었는지”, “재산을 어떻게 빼돌렸는지”, “왜 징수가 안 되게 됐는지”를 ​전체 사정을 종합​해 본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의심 조합’으로 본 정황

항소심·대법원이 주목한 전형적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허위 수출계약서로 승인서를 발급받아 영세율로 매입

  • 금괴를 ​가공·수출하지 않고 곧바로 국내 판매

  • ​단 3개월 영업 후 폐업신고

  • 판매대금이 법인계좌에 들어올 때마다 ​즉시 전액 인출​, 법인 명의 재산을 거의 남기지 않음

  • 결국 거래상대방에게서 ​부가가치세를 징수​해 놓고 ​전액(또는 대부분) 미납


이 조합은 법원이 보기에 “납부 의사 없이, 징수를 곤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사건이 설계된 것”에 가깝다고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쟁점 2)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어디까지인가? (단순 미신고/허위신고와의 구별)

조세범처벌법(당시 규정)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판례상 반복되는 정의가 있습니다.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등 적극적 행위​이고, ​단순히 신고를 안 했거나 허위신고만 한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사건의 포인트는, “신고를 했느냐”만 보지 않고 ​그 신고가 전체 범행 흐름에서 ‘형식적 장치’에 불과한지​까지 본다는 점입니다.


쟁점 3) 대외무역법 위반으로 이미 처벌받았는데, 조세포탈로 또 처벌? (일사부재리/면소 주장)

결론

​별개 범죄로 보고, 면소(일사부재리)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유

법원은 대외무역법 위반과 조세포탈은

  • ​보호법익이 다르고​(무역질서 vs 조세징수)

  • ​구성요건도 다르고​(외화획득행위 불이행 vs 징수 곤란을 만드는 적극적 부정행위)

  • 같은 사건 흐름에서 수단으로 엮여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즉, 무역 쪽에서 “허위 수출서류/외화획득 요건”으로 한 번 맞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그 흐름이 ​세금 포탈 구조​와 결합하면 ​별도의 형사 리스크​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쟁점 4) “연간 포탈세액”은 어떻게 합산하나? (특가법 가중처벌 실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조세)에서 말하는 ​‘연간 포탈세액’​은, 과세기간(부가세 1기/2기 등)과 무관하게 ​역법상 1년(1.1.~12.31.) 동안 포탈된 모든 세액을 합산​하는 의미라고 정리되어 있습니다.


쟁점 5) 부가가치세 포탈의 “기수시기”는 언제인가? (폐업하면 더 민감)

대법원은 부가가치세 포탈 범칙행위가 ​각 과세기간 종료 후 25일 신고·납부기한 경과로 기수​에 이른다고 보면서, ​폐업한 경우에는 폐업일 기준으로 신고·납부기한 경과 시점​을 기수로 본다고 정리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폐업을 하면 세무서가 더 못 찾겠지”가 아니라, ​폐업 자체가 기수·죄수 판단과 결합​하여 사건이 더 단단해지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3. 기업 실무자를 위한 ‘리스크 신호등’ (체크리스트)

(A) 무역·영세율(0%) 적용 관련

  • ​수출의 실재(실제 반출, 대금결제, 운송·통관 서류)​가 빈약한 상태에서 영세율 구조를 만들면, “허위 수출계약서/승인서” 이슈로 바로 번집니다.

  • “영세율 매입 → 국내판매” 흐름이 반복되면, 세무·형사 모두에서 ​구조적 의심​을 받기 쉽습니다.


(B) VAT 자금(거래징수세액) 관리

  • 거래처에서 받은 ​부가가치세 포함 대금​을 받은 뒤, 법인계좌에서 ​즉시 전액 인출​하는 패턴은 “징수 곤란을 만드는 행위”로 해석될 위험이 큽니다.


(C) 폐업·사업정리

  • 단기간 영업 후 폐업 + 자산 비우기 조합은, “납부불능”이 아니라 “징수회피 설계”로 보일 수 있습니다.



4. (변호사 관점) 승소전략 — 같은 유형 사건에서 무엇을 다퉈야 하나

아래는 ​이 판례 흐름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방어 포인트​들입니다(사건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략 1)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해당성을 끊기: ‘단순 미납’ 프레임 확보

판례는 “단순 미신고/허위신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기본선을 유지합니다. 따라서 방어는 결국, ​(i) 적극적 부정행위가 없었고 (ii) 징수 곤란이 ‘부정행위의 결과’가 아니다​를 설득하는 구조가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 자료가 방어에 중요해집니다.

  • 자금 흐름(인출 사유, 지급처, 거래대금 사용처)

  • 정상적 영업 목적(손익 구조가 “세금 안 내면 이익”인 구조인지 여부가 특히 중요)

  • 회계·세무 협의 기록, 납부 노력(분납, 자금조달 시도 등)


전략 2) “처음부터 징수회피 목적”이라는 평가를 약화시키는 사실 만들기

대법원 다수의견은 “전체 사정 종합”을 말하면서, 사실상 ​처음부터 징수회피 목적의 설계인지​를 굉장히 봅니다. 따라서 방어는, 영업이 짧았던 이유, 폐업 경위, 인출의 필요성(원재료 대금, 급여, 채무 상환 등) 같은 ​‘경제적·경영상 설명 가능한 스토리’​를 증거로 세우는 방향이 됩니다.


전략 3) 일사부재리(면소) 주장은 ‘법익/구성요건’ 차이를 넘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대외무역법 위반 확정판결이 있어도 조세포탈과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이 부정되었습니다. 따라서 같은 논점을 주장하더라도, 단순히 “같은 사건 흐름”이 아니라, ​기소된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 전체가 동일한지​를 매우 정밀하게 대비해야 합니다.


전략 4) 죄수/기수시기/연간 합산(특가법 적용)에서 ‘계산’을 끝까지 점검

특가법 적용 여부는 ​연간 포탈세액 합산​과 ​기수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이 “계산”이 곧바로 형량 구간을 바꾸는 트리거가 되므로, 과세기간·폐업일·신고납부기한·기수시기 정리를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5. 시사점(한 줄로 정리하면)

이 사건이 실무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합니다.

“영세율·수출서류·대금 인출·폐업”이 한 흐름으로 엮이면, ​‘세금 미납’이 아니라 ‘조세포탈(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재구성될 수 있다.

특히 “신고는 했으니 괜찮다”는 안도감은, ​징수 곤란을 ‘부정행위의 결과’로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순간​ 무너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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