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로 알아보는 '실체적 경합' : 하나의 범죄인가 여러개의 범죄인가?
- barristers0
-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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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행동, 두 개의 범죄? 대법원 판례로 본 '실체적 경합'
수입·수출과 같은 무역 거래는 여러 법률과 행정 절차가 얽혀 있어 복잡합니다.
하나의 부정한 행위가 여러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과연 몇 개의 죄로 처벌받게 될까요?
오늘은 대법원 1993. 6. 22 선고 91도3346 판결을 중심으로, 대외무역법 위반죄와 관세법 위반죄의 관계를 탐구하고, '실체적 경합'의 의미를 명확히 짚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와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은 피고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상공부장관(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수입 승인을 받고, 나아가 그 승인을 이용해 세관장의 수입 면허까지 받은 경우에 대한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은 '두 개의 범죄가 각각 성립하는가, 아니면 하나의 범죄로 보아야 하는가?'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명확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수입 승인을 받는 행위(대외무역법 위반)와
그 승인을 근거로 수입 면허를 받는 행위(관세법 위반)는 각각 독립된 범죄이며,
따라서 두 죄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왜 '실체적 경합'인가? : 독립된 구성요건과 보호법익
대법원이 두 죄를 실체적 경합 관계로 판단한 이유는, 각 법률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보호법익)과 범죄로 규정하는 행위의 내용(구성요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보호법익과 관할 관청
대외무역법: 상공부장관의 수출입 승인에 관한 규제로, 대외무역의 건전한 질서 확립과 진흥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즉, 국가 전체의 무역 정책과 거래 질서를 지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관세법: 세관장의 수출입 면허에 관한 규제로, 적정한 통관 절차를 통한 관세 수입 확보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이는 국가 재정 수입과 관세 행정의 적법성을 지키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처럼 두 법률은 관할 관청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입법 목적과 보호하는 법익이 명확히 구분됩니다.
독립된 별개의 행위
법원은 두 행위를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보지 않고, 각각 별개의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독립된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첫 번째 행위: 상공부장관을 기망하여 '수입 승인'을 얻어내는 것
두 번째 행위: 그 부정한 승인을 이용해 세관장을 기망하여 '수입 면허'를 받는 것
따라서 수입 승인을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행위가 관세법 위반 행위(수입 면허 취득)에 흡수되는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란,
주된 범죄에 의해 이미 법익 침해가 완전히 평가되어 그 이후의 이익 확보 행위 등을 별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보호법익과 행위가 달라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핵심 쟁점 정리
구분 | 내용 |
핵심 쟁점 | 부정한 방법으로 수입 승인(대외무역법 위반)을 받고, 이를 이용해 수입 면허(관세법 위반)까지 받은 경우, 두 죄의 관계는? |
대법원 결론 | 실체적 경합 관계 (두 개의 별도 범죄로 각각 처벌 가능) |
주요 논거 | 1. 보호법익의 차이: 대외무역법은 '공정한 무역거래 질서'를, 관세법은 '적정한 통관 및 관세 수입 확보'를 보호하여 목적이 다름 . 2. 구성요건의 독립성: '수입 승인 취득 행위'와 '수입 면허 취득 행위'는 별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독립된 행위임. 3. 불가벌적 사후행위 부정: 관세법 위반 행위는 대외무역법 위반 행위의 결과물을 단순히 이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법익(관세 행정)을 침해하는 별개의 범죄이므로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 |
시사점
대법원 91도3346 판결은 무역 관련 범죄의 죄수 관계를 명확히 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이 판결이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계별 절차의 개별적 책임: 수입·수출 업무는 '승인', '신고', '면허' 등 여러 단계의 행정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각 단계는 서로 다른 법률에 의해 규율될 수 있으며, 각 절차를 위반할 경우 별개의 범죄가 성립하여 가중 처벌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보호법익 중심의 법리 해석: 한 가지 행위가 여러 법규에 저촉될 때, 법원은 각 법규가 보호하고자 하는 '보호법익'이 동일한지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보호법익이 다르다면, 각 법률 위반에 대한 책임을 따로 물을 가능성이 큽니다.
통합적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 무역 관련 기업은 특정 행정 절차 하나만이 아닌, 수출입 전 과정에 걸친 법적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하나의 부정한 행위가 연쇄적으로 여러 법률 위반을 야기하며 예상보다 큰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부정한 목적을 가진 하나의 거래라도 그 과정에서 여러 국가기관의 행정 절차를 각각 기망했다면, 그 수만큼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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