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제품이냐 완제품이냐” 한 끗 차이로 뒤바뀌는 원산지: 안정기내장형 램프 사건 3단계 판결로 배우는 수출입 실무
- barristers0
- 1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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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제품이냐 완제품이냐” 한 끗 차이로 뒤바뀌는 원산지: 안정기내장형 램프 사건 3단계 판결로 배우는 수출입 실무
수입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물건이 아니라 서류의 단어가 먼저 움직일 때입니다. 이 사건은 중국에서 들여온 “미완성 램프”를 국내에서 마무리해 판매한 회사가 ① 수입신고(품명·품목) 문제(관세법)와 ② 원산지 표시 문제(대외무역법)로 기소되며 시작됐고, 1심 유죄 → 항소심 무죄 → 대법원 일부 파기환송으로 이어졌습니다.
1. 사건 흐름(시간순 요약)
(1) 1심: 벌금형(유죄)
법원은 대표에게 벌금 1,000만 원, 법인에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2009고정5838
“관세사 자문·세관 확인으로 인한 법률착오” 주장은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보아 배척했습니다.
(2) 항소심: 전부 무죄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인천지방법원-2010노3691
핵심은 (i) 미완성품의 품목분류, (ii) 국내 공정의 ‘실질적 변형’ 여부, (iii) 제조원가(51% 기준)로 본 완제품 원산지였습니다.
(3) 대법원: “관세법(수입신고) 무죄는 유지, 대외무역법(완제품 원산지)은 다시 심리”
대법원은 관세법 부분(수입신고 관련) 무죄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았지만, 대법원-2011도10727
대외무역법 부분(완제품 원산지 ‘국산’ 판단)은 “수입원료 CIF 수입가격 산정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했습니다.
2. 쟁점 ① “미완성품”은 어디까지가 완제품인가? (품목분류/관세법)
핵심 포인트
관세법 실무에서 수입신고의 “품명”은 결국 품목분류(HS)와 연결됩니다.
HS 해석통칙상, 미완성품이라도 완제품의 ‘본질적 특성’을 갖추면 완제품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항소심 판단(무죄의 출발점)
항소심은 안정기내장형 램프의 “본질적 특성”을 단순 점등 가능성만으로 보지 않고,소켓·베이스가 없어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 등을 들어 미완성 램프를 “완제품이 아닌 부분품(8539.90)”으로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완제품으로 허위신고했다”는 전제가 흔들렸고, 무죄로 연결됩니다.
대법원 판단(결론은 동의, 논리는 일부 지적)
대법원은 항소심이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본질적 특성”이라는 취지로 설시한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미완성 램프가 완제품과 동일 품목번호로 분류될 수 없고, 국내 공정으로 실질적 변형이 발생해 원산지표시가 면제된다는 결론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3. 쟁점 ② 수입단계 원산지표시를 “안 해도 되는” 경우가 있나? (표시 면제/실질적 변형)
관련 규범(핵심만 원문)
원산지는 둘 이상의 국가가 관련되면 최종적으로 ‘실질적 변형’을 가해 본질적 특성을 부여한 국가로 봅니다. 대외무역법시행령_61
(당시 규정 체계 하에서) 수입 후 국내 제조공정에 투입되어 실질적 변형을 일으키는 부품·원재료를 실수요자가 직접 수입하는 경우에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문제되었습니다.
항소심 판단(국내 공정 = 실질적 변형)
항소심은 국내 공정이 단순 부착 수준이 아니라, 검사·인쇄 이후 커버 조립, 소켓·베이스 조립, 코킹, 리드선 절단, 납땜, 제품 검사 등으로 이어지는 공정이며,
수입품 세번(8539.90) → 완제품 세번(8539.31)으로 HS 6단위가 달라지는 점을 들어, 전체적으로 실질적 변형을 일으키는 제조공정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판단(관세법 부분 무죄 유지의 핵심 논리)
대법원도 “미완성품이 본질적 특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가공으로 세번이 달라진 완제품이 생산되는 경우(= 실질적 변형)”라면, 미완성품은 부분품으로 분류되고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4. 쟁점 ③ 완제품에 “Made in Korea”를 붙일 수 있는가? (51% 기준과 ‘CIF 수입가격’)
여기서부터가 이 사건의 가장 실무적인 교훈입니다. “국내에서 많이 손봤으니 국산이지”가 아니라, ‘원가표를 어떻게 쓰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원산지와 관련해서는 세부적이고 자세한 원산지 판정 기준이 있고, 이를 충족해야 합니다.
항소심 판단(51% 충족 → 국산)
항소심은 “총 제조원가 중 수입원료의 수입가격(CIF)을 공제한 금액이 51% 이상”이라는 요건을 전제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비율이 54~61% 정도로 보인다고 하여 완제품 원산지를 한국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단(여기서 파기환송)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려면” 적어도완제품 총 제조원가와 수입원료(미완성 램프)의 CIF 기준 수입원가를 산정할 수 있는 객관적·합리적 증거로 비율을 계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들이 제출한 제조원가표 기재만으로 “수입원료의 수입가격(CIF)”을 산정해버렸고, 이는 부적절하다고 보아 파기환송했습니다.
5. 승소전략(수출입·컴플라이언스 담당자를 위한 “증빙 설계”)
이 사건은 “법리 싸움” 이전에 문서 싸움이었습니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지점은 한 줄로 요약됩니다.
“CIF 수입가격과 총 제조원가를, 그럴듯한 표가 아니라 ‘증거’로 입증하라.”
전략 1) ‘반제품/부분품’ 주장이라면: 제품이 “본질적 특성”을 갖췄는지부터 쪼개기
수입 당시 상태에서 완제품으로 바로 쓰일 수 있는지, 완제품의 핵심 구성요소가 빠졌는지(이 사건은 소켓·베이스 등), 국내에서 어떤 공정이 추가되는지(납땜·검사·조립 등)를 공정표로 고정해 두어야 합니다.
전략 2) “원산지 표시 면제”는 ‘공정 설명서 + 세번 변경’이 한 세트
항소심은 국내 공정이 단순가공이 아니라는 점을 공정 단위로 구체화했고, 동시에 HS 6단위 변경(8539.90 → 8539.31)을 결론의 중심축으로 놓았습니다.
즉, 면제 주장 실무는 (i) 공정의 실질, (ii) HS 변경, (iii) 실수요자 직접 수입 구조가 한 묶음입니다.
전략 3) “Made in Korea”는 원가표 ‘작성’이 아니라 원가 ‘증명’이 관건
대법원 취지는 명확합니다: 제조원가표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다음 성격의 자료를 “객관적·합리적” 형태로 갖추는 방향이 안전합니다(대법원 표현 그대로 ‘증거’ 중심).
수입원료(미완성품) CIF 기준 수입원가 산정 근거(인보이스, 운임·보험료 포함 구조)
완제품 총 제조원가 산정 근거(항목별 산출근거가 추적 가능해야 함)
전략 4) “세관이 통과시켰다/관세사에게 들었다”는 방패가 약하다
1심은 “관세사 자문·세관 확인”을 주장했지만, 누구에게 어떤 정보를 주고 어떤 방식으로 회신받았는지가 불명확하다고 보아 법률착오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구체 공정과 실물을 전제로 한 공식 회신/판정” 형태로 남기지 않으면 방어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6. 시사점(실무자가 바로 가져갈 3가지)
‘반제품 수입 + 국내 조립’ 모델은 합법/위법이 아니라, ‘분류·공정·원가증빙’의 정합성 문제입니다.
수입단계(관세법)에서 무죄가 나도, 완제품 원산지(대외무역법)는 별도의 증명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이 사건이 정확히 그 구조).
원산지 컴플라이언스의 핵심 리스크는 “표시 스티커”가 아니라, CIF·제조원가를 법원이 납득할 방식으로 남겼는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