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일 ‘이전’인데, 왜 24:00까지 괜찮을까?”—수입규제 고시 한 줄이 통관·형사책임을 가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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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일 ‘이전’인데, 왜 24:00까지 괜찮을까?”
수입규제 고시 한 줄이 통관·형사책임을 가르는 순간
1. 들어가며: 16:30에 ‘신문 한 번’으로 규제가 시작됐다
1991년 5월 13일, 골프채가 ‘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수입이 사실상 제한되는 고시가 나옵니다. 문제는 그 고시가 관보가 아니라 업계 신문(‘일간무역’ 석간)에 게재되어, 그 신문이 업계에 도달해 “알 수 있는 상태”가 된 시각(16:30)부터 효력이 발생했다고 본 점입니다. 그런데 수입자는 같은 날 18:00~18:30 사이에 신용장을 개설했고, 수사·재판 과정에서는 “고시 시행 후에 개설했으니 수입승인은 이미 끝났다”는 전제가 깔리면서 형사책임(관세법상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까지 문제 됐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그 전제를 뒤집습니다.
2. 사건 한눈에 보기(업무 담당자용 요약)
쟁점 물품: 골프채(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공고)
핵심 사실:
고시 효력 발생: 1991. 5. 13 16:30(‘일간무역’ 석간지가 업계에 도달한 시각)
신용장 개설: 같은 날 18:00~18:30
대법원 결론: 신용장 개설은 유효기간 내이므로, “이미 승인이 종료된 뒤에 신용장을 개설했다”는 전제 자체가 무너져 원심 파기환송
3. 쟁점별 해설
쟁점 1) “상공부 고시”는 그냥 내부지침(행정규칙)인가,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규범인가?
대법원은 이 사건 고시(수입선다변화품목 지정 및 수입절차 공고)가 근거 시행령 규정을 ‘보충’하면서 결합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이 논리는 다른 영역에서도 반복됩니다.
법령 위임에 따라 고시가 구체사항을 정하면,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대외적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으로 기능한다는 법리가 확인됩니다.
“고시의 법적 성질은 내용에 따라 달라지고(법규명령/행정규칙/처분), 법령의 직접 위임 아래 구체사항을 정하면 상위법령과 결합해 외부효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도 정리돼 있습니다.
실무 포인트: “고시니까 내부기준일 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수출입 규제는 고시 한 장으로도 대외적 규율이 될 수 있습니다.
쟁점 2) 고시의 효력은 “관보”에 실려야만 발생하나? (공표·통지의 문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외무역관리규정이 고시 ‘시행절차’를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대외무역관리규정은 법령이 아니라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적당한 방법으로 일반인 또는 관계인에게 표시 또는 통보”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93도662
그리고 구체적 사건에서는 ‘일간무역’ 석간지 전문 게재 + 업계 도달(16:30)을 통해 “알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므로, 그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 포인트: 규제정보를 관보만 보다가 놓치면 위험합니다. 업계 공신력 있는 매체·배포 경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상태”가 되면 효력 발생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쟁점 3) “시행일 이전”의 의미: 16:30 이전? 24:00 이전?
여기가 이 판결의 핵심 ‘반전’입니다.
원심은 “고시가 16:30부터 효력 → 시행일 이전이라면 16:30 이전”이라는 식으로 보았고, 그 결과 18:00 개설은 늦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입법관행 및 문언상 “이전”은 기산점을 포함하는 표현이고,
기간을 ‘일’로 정했으면 민법 제159조 취지에 따라 기간 말일 종료(24:00)에 만료된다고 보며,
따라서 “시행일 이전에 신용장을 개설하지 않으면 시행일에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으로 본다”는 부칙은‘시행일(1991.5.13.) 24:00까지’ 개설하면 적법하다고 해석했습니다.
결론적으로 18:00~18:30 개설은 24:00 이전이므로, 수입승인 유효기간 내 신용장 개설로 적법하다는 것입니다.
실무 포인트: “시행일 이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날 00:00 이전”이 아닙니다. 문언이 ‘일’ 단위라면, 통상 그날 24:00까지로 계산되는 구조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물론 개별 규정 문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항상 원문 확인이 필요합니다).
4. 승소전략(실무자가 ‘분쟁이 났을 때’ 바로 쓰는 체크리스트)
(1) 1번 전략: “시간 싸움”은 반드시 ‘증거 싸움’으로 가져가라
이 사건도 결국 신용장 개설 시각(18:00~18:30)이 정리되면서 전제가 무너졌습니다.
은행의 LC 개설 시각이 찍힌 문서, 전산 로그, 접수증 등 “분 단위” 증거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2) 2번 전략: 경과규정 문언(‘이전’, ‘까지’, ‘부터’)을 기간 규정으로 재구성하라
대법원은 “이전” + “시행일(일 단위)”을 결합해 만료 시점을 24:00로 특정했습니다.
실무에서는 경과규정 한 줄을 “기산점/종기/단위(일·시간)”로 쪼개어 해석 프레임을 먼저 세워야 합니다. (민법 제159조 취지의 ‘일’ 단위 만료 구조가 인용됩니다.)
(3) 3번 전략: “고시의 효력 발생 시각”을 다투되, 동시에 ‘결정적 쟁점’을 분리하라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고시 효력 발생을 16:30으로 보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시행일 이전’ 요건이 16:30 이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리해 판단했습니다.
즉, 공표시각(16:30)과 경과규정의 종기(24:00)는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4) 4번 전략: “고시가 법규명령인지”는 ‘위임·보충·대외효’ 3요소로 정리
고시가 단순 내부지침인지가 다투어지면,
상위법령의 위임,
고시의 보충 기능,
대외적 구속력 인정 여부 를 축으로 정리해야 하고, 위임에 따른 고시의 법규명령성을 인정한 법리 흐름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 설득력을 높입니다.
5. 시사점(수출입·통관 담당자가 바로 적용할 운영 팁)
규제 모니터링 채널을 ‘관보’만으로 한정하지 말 것“
적당한 방법으로 표시·통보”되면 효력 발생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업계 공지 채널, 협회 공지, 전문 매체까지 포함한 모니터링 체계를 권합니다.
‘시행일 이전/까지/부터’는 곧바로 ‘마감시각’으로 번역해 내부 공지할 것
애매한 문구를 그대로 전달하면 현장에서 오해가 생깁니다. 이번 판결처럼 ‘일’ 단위라면 24:00 계산이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신용장·송금·선적·통관의 타임스탬프를 “원본성 있게” 보관할 것
분쟁은 종종 1~2시간 차이로 갈립니다.
사후 문서 정정(특히 날짜·시각 변경)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 ‘금기’에 가깝다
이 사건에서도 원심은 “일자를 임의로 고쳐 수입면허를 받은 행위”를 문제 삼았습니다(다만 대법원은 전제가 달라져 파기). 애초에 정정이 필요 없도록, 거래 단계마다 증빙을 정리해 두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입니다.
제도 변경(시행령 개정 등)에도 기존 고시 효력이 이어지는지 점검할 것
수입선다변화 공고와 관련해, 시행령 조문이 삭제·재배열되어도 위임근거가 유지되면 기존 고시 효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판시도 있습니다. “개정됐으니 자동으로 끝났다”는 판단은 위험합니다.
6. 마무리
이 판결은 “고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효력이 생기는가”라는 공표 문제뿐 아니라, 더 결정적으로는 경과규정 한 단어(‘이전’)를 어떻게 ‘시간’으로 환산하느냐가 수입업무·통관·형사책임까지 갈라놓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