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에서 전마선으로 옮기는 순간, ‘밀수’는 시작됩니다 : 대법원 99도5479로 보는 해상 밀수의 타임라인, “한 건으로 묶이는” 위험, 그리고 물품원가(CIF) 산정 포인트
- 2시간 전
- 3분 분량

본선에서 전마선으로 옮기는 순간, ‘밀수’는 시작됩니다
대법원 99도5479로 보는 해상 밀수의 타임라인, “한 건으로 묶이는” 위험, 그리고 물품원가(CIF) 산정 포인트
수출입 업무를 하다 보면 “아직 하역도 안 했는데, 설마 범죄가 성립하겠어?” 같은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해상 밀수 사건에서는 ‘언제부터 착수이고, 언제 기수인지’가 생각보다 명확하게 그려져 있고, 그 타임라인 하나 때문에 죄수(몇 건인지)와 가중처벌(특가법 적용) 여부까지 크게 갈립니다. 대법원 99도5479 판결이 그 핵심을 정리해 둔 대표 사례입니다.
1. 사건은 어떻게 진행됐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일본에서 밀수품 40상자를 선박에 숨겨 국내로 들어온 뒤, 항내에서 본선 → 전마선(소형선)으로 옮기고, 전마선을 안벽에 붙여 하역하던 중 적발됩니다. 적발 시점 기준으로
전마선에 실려 온 37상자 중 1상자만 양륙 완료,
36상자는 전마선에 실린 채(양륙 미완),
본선에 남아 있던 3상자는 투기했지만 수거·압수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2. 쟁점 ① “언제부터 착수, 언제 기수인가?” — 해상에서는 기준점이 다릅니다
대법원은 해상 무신고 수입(밀수입)과 관련해, 실행의 착수 시점과 기수 시점을 단계별로 제시합니다.
실행의 착수(= 범죄가 ‘시작’된 시점): 해상에서는 물품을 본선에서 전마선으로 옮겨 실을 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봅니다.
기수(= 범죄가 ‘완성’된 시점): 물품을 양륙(하역)한 때 기수가 됩니다.
그 이전(본선에서 전마선으로 옮기기 전): 아직은 예비행위로 봐야 한다고 정리합니다.
실무 포인트
현장에서는 “컨테이너(또는 박스)가 아직 본선에 있다/전마선에 있다/안벽에 내려왔다”가 단순 물류 상태처럼 보이지만, 형사사건에서는 바로 범죄 단계(예비-미수-기수)를 가르는 핵심 사실이 됩니다.
3. 쟁점 ② “일부만 내렸는데 왜 ‘한 건’으로 묶이나?” — 포괄일죄 + 합산의 함정
이 판결의 더 큰 메시지는 따로 있습니다. 같은 기회에 단일한 의사로 ‘대량’ 물품 밀수입을 준비했고, 그중 일부만 양륙에 착수하거나 완료했더라도, 물품을 쪼개서
어떤 것은 예비죄,
어떤 것은 미수죄,
어떤 것은 기수죄 로 따로따로 여러 죄로 보지 않고 “포괄하여 1개의 관세법 위반죄(포괄일죄)”로 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한 줄:
가중처벌(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 여부도, 물품을 ‘모두 합산’해서 금액 기준을 충족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왜 이 대목이 무섭나
실무 감각으로는 “일단 일부만 나갔으니, 그 부분만 문제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 구조에서는 ‘같은 작전·같은 기회’면 전량이 한 묶음이 되고, 금액 기준도 전량 합산됩니다.
4. 쟁점 ③ “물품원가”는 무엇인가 — ‘인보이스 가격’이 아니라 CIF(도착가격)가 원칙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범 가중처벌에서 핵심은 “물품원가”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분명히 합니다.
물품원가 = 수입지의 도착가격(CIF 가격) 즉, 단순한 매입단가가 아니라 수입항 도착까지의 비용 구조를 반영한 가격이 기준이 됩니다.
또한, 범행 당시의 시가(국내도매가격)에 ‘시가역산율’을 곱해 도착가격(CIF)을 산정하는 방식도, 그 국내도매가격이 실제거래가격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관세법상 합리적 기준에 의한 과세가격 결정 방법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무 포인트: “가격” 다툼은 감정서/산식/근거자료 싸움이 됩니다
현장에서는 “시세로 때렸다”, “대충 역산했다” 같은 말이 나오기 쉬운데, 판례는 ‘국내도매가격이 실제거래를 충실히 반영했는지’를 관건으로 잡고 있습니다. 즉, 분쟁이 되면 (1) 도매가격 산정 근거, (2) 역산율 적용 근거, (3) 그 가격이 실거래를 반영하는지가 핵심 다툼 포인트가 됩니다.
5. (참고) 특가법 적용 기준 — “2억/5억”은 실무적으로 너무 자주 등장합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제6조(「관세법」 위반행위의 가중처벌)) 관세법상 일정 범죄에 대해 물품원가 금액대에 따라 형을 확 뛰웁니다.
물품원가 2억 이상 5억 미만: 3년 이상 유기징역
물품원가 5억 이상: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그리고 벌금도 원칙적으로 물품원가의 2배가 병과되는 구조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전량 합산” 후 기준을 넘는지를 판단해 특가법 적용을 인정했습니다.
6. 분쟁 대응 관점의 “승소전략”(방어 포인트를 쟁점별로 정리)
아래는 기업/임직원이 관세범 수사·재판에 휘말렸을 때(또는 내부 조사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구조화해 볼 수 있는 방어 포인트입니다. 사안마다 결론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타임라인 고정: 본선–전마선–양륙 단계 사실을 먼저 “확정”
이 판결은 전마선으로 옮겨 싣는 시점(착수)과 양륙 시점(기수)을 기준으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따라서 방어의 출발점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디로 옮겼는지”를 서류·CCTV·AIS/선박동선·하역기록·무전기록 등으로 먼저 고정하는 것입니다.
(2) “포괄일죄(한 건)”로 묶이는 구조를 역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지 점검
검사가 여러 차례/여러 로트를 ‘같은 기회, 단일한 의사’로 엮어 금액을 키우는 전략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그 요건이 충족되면 전량 합산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방어 측에서는 (사실관계가 허용한다면) “같은 기회/단일한 의사”가 맞는지, 로트별로 별개인지에 대한 사실 재구성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3) ‘물품원가(CIF)’ 산정의 적법성·합리성 집중 공격
특가법 적용의 스위치는 결국 물품원가 합산액입니다. 따라서 실전에서는 감정서/산식/가격자료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다투게 됩니다. 특히 판례가 조건을 붙인 부분, 즉
국내도매가격이 실제거래가격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는지
역산율 적용이 그 전제에 부합하는지를 중심으로 근거자료(시장조사 방식, 표본, 거래단계, 산정 시점 등)를 요구하고 반박 논리를 세우는 방식이 전형적입니다.
7. 시사점: 수출입 담당자가 “지금 당장” 점검할 체크리스트
하역/환적(본선→전마선 등) 단계 기록을 업무 프로세스로 남기기
수입 관련 핵심문서(인보이스, 패킹리스트, B/L, 운임·보험료 자료, 계약서)를 거래별로 완결 보관
“가격”이 분쟁이 되면 CIF(도착가격) 개념이 중심이 된다는 점을 조직 내 공유
여러 로트/여러 건이 ‘같은 기회·단일 의사’로 묶이면 합산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을 컴플라이언스 교육에 반영
맺음말(중요): 이 글은 참고용입니다.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십시오
대법원 99도5479는 해상 밀수 사건에서 착수·기수의 기준, 포괄일죄로의 묶임, 물품원가(CIF) 및 역산 방식을 실무적으로 정리한 판결입니다. 다만 실제 사건은 물품 성격, 운송 형태, 가담 정도, 증거 구조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며, 동일한 사실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실제 사건은 반드시 변호사와 구체적으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