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수입, 실화주를 숨겼다가 벌금폭탄 맞은 사연" - 허위신고죄 법리의 결정적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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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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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수입, 실화주를 숨겼다가 벌금폭탄 맞은 사연" - 허위신고죄 법리의 결정적 전환점
안녕하세요, 변호사 겸 관세사 조길현입니다.
오늘 소개할 사건은 겉으로는 평범한 중국산 생강 수입 사건이지만, 그 속에는 관세법상 '허위신고죄'의 핵심을 둘러싼 치열한 법리 공방이 숨어 있습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수천만 원의 관세를 체납한 상태였습니다. 본인 명의로 수입하면 세관이 즉시 압류를 할 게 뻔했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타인의 이름과 사업자번호로 생강을 수입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34회에 걸쳐서요.
세관 조사가 시작되자 허위 대행계약서까지 꾸며 냈지만, 결국 적발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법원의 판단이 1심→항소심→대법원→환송심을 거치며 180도 뒤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 네 개의 판결이 만들어낸 법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의 이름으로 수입신고를 하느냐'가 단순 절차 문제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무거운 교훈을 얻게 됩니다.
사건의 출발점: 체납자의 고육지책
피고인은 이미 상당액의 관세를 체납 중이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본인 명의로 수입하면 관세법상 체납처분(압류·추징)이 즉시 집행될 위험이 컸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실제 화주(납세의무자)를 숨기고, 타 업체나 타인 명의로 수입신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산 생강을 수입하면서 34회에 걸쳐 타인의 사업자등록번호를 기재했고, 세관 조사가 시작되자 허위 수입대행계약서까지 제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죄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체납처분 집행면탈 목적 은닉 (관세법상 체납처분면탈 관련 조항)
허위신고죄 (수입신고를 했지만, 법령이 정한 신고사항을 허위로 신고)
그런데 두 번째, 즉 "납세의무자(실화주)를 다르게 적고, 그 사업자등록번호를 적은 행위가 정말 '허위신고'에 해당하는가?"라는 쟁점이 이 사건의 핵심이었습니다.
1심: "납세의무자 허위 기재는 처벌할 수 없다" (2013년 6월)
판결 내용
부산지방법원은 피고인 1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흥미롭게도 납세의무자 허위신고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1심 법원의 논리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관세법 제241조 제1항은 수입신고 시 '품명·규격·수량·가격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신고하라고 하지만, '납세의무자' 자체를 명시적인 신고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관세법_241].
더 나아가 1심은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했습니다.
"법문에 명시가 약한 상태에서 '납세의무자 허위 기재'를 허위신고죄로 처벌하는 해석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해석이다".
결국 1심은 "체납처분면탈(은닉)은 유죄, 하지만 납세의무자 허위신고는 무죄"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항소심: "역시 처벌할 수 없다" (2013년 10월)
판결 내용
항소심 역시 납세의무자 허위신고 부분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항소심 단계에서 검사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여 심판대상을 바꾸려 했지만, 법원의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의 논리: 유추해석 금지
항소심은 검사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검사 측 주장: "제242조(신고명의) + 제19조(납세의무자)를 종합하면, 납세의무자 허위신고도 처벌된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죄형법정주의·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비추어 배척했습니다.
특히 구 시행령 제246조 제1항 제5호의 '사업자등록번호' 기재 의무를 두고, 이것을 "실질적으로 납세의무자(실화주)의 사업자등록번호 신고의무로 읽는 것"은 법문상·체계상 근거 없이 처벌범위를 넓히는 해석이라고 봤습니다.
과거 판례의 원용
항소심은 또 하나의 근거를 제시합니다. 대법원 1978. 4. 11. 선고 78도201 판결입니다.
해당 판례는 "수입신고 허위신고죄는 '주요사항'에 대해서만 성립하고, 수령인·납세의무자 허위신고는 주요사항이 아니면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관세법_241][대법원-78도201].
항소심은 이를 근거로 납세의무자는 주요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관세법_241].
대법원: "법리를 바로잡겠다" - 전격 파기환송 (2014년 1월)
판결 내용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대법원-78도201].
대법원의 핵심 논리: "사업자등록번호 = 실제 납세의무자 특정 장치"
대법원의 논리는 명쾌했습니다.
"구 관세법 시행령 제246조 제1항 제5호가 '사업자등록번호·통관고유부호'를 신고사항으로 둔 취지는,수입신고명의 대여 등으로 형식상 신고명의인과 실제 납세의무자가 다른 경우, 관세 부과·징수 및 통관의 적정을 위해형식상의 신고명의인과 별도로 '실제 화주(납세의무자)'에 관한 신고의무를 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78도201].
다시 말해, 시행령 제5호의 '사업자등록번호'는 문언에 '누구의 번호'라고 명시되지 않았어도, 제도 취지상 '실제 납세의무자(화주)' 특정 장치로 해석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78도201].
명확성 원칙은 위반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동시에 이렇게 못 박습니다.
"이런 해석은 통상의 해석방법으로 의미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므로, 처벌법규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대법원-78도201].
결과적으로 1·2심이 우려한 "유추해석/불명확" 문제를 대법원이 정면으로 부정한 구조입니다.
환송 후 판결: "이제 유죄다" (2014년 5월)
판결 내용
환송 후 부산지방법원은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피고인 A: 징역 1년 + 벌금 1,700만 원
피고인 B: 벌금 680만 원[관세법_242]
34회 위반행위를 전제로 벌금을 "회당 산정 후 합산"하는 방식이 적용되었습니다(예: 50만 원 × 34회 = 1,700만 원).
환송 후 법원의 논리
환송 후 법원은 관세법의 형벌체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밀수입죄: 가장 중한 처벌
관세포탈죄: 세액 결정에 영향
허위신고죄: 벌금형 중심, 세액결정에 영향이 없는 부수적 신고사항의 허위도 처벌하려는 입법 의도[관세법_242]
그리고 쟁점 조항에 대해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사업자등록번호·통관고유부호"는실제 납세의무자(화주)에 관한 신고의무를 전제로 그 특정정보를 신고하게 한 것이며,이 해석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관세법_242].
결국 "납세의무자 허위신고 무죄"였던 원심을 "법리오해"로 보고 유죄로 뒤집었습니다[관세법_242].
핵심 쟁점 정리: 법리의 대전환
쟁점 1: '납세의무자(실화주)'는 허위신고죄의 신고대상인가?
심급 | 결론 | 근거 |
1심·항소심 | 소극 (무죄) | 명시적 규정 부재 및 죄형법정주의[관세법_241] |
대법원·환송심 | 적극 (유죄) | 시행령 제246조 제1항 제5호의 취지상 적극 [대법원-78도201][관세법_242] |
쟁점 2: 시행령의 '사업자등록번호·통관고유부호'는 누구의 정보인가?
심급 | 해석 |
1심·항소심 | 형식·절차적 기재사항 수준 (납세의무자 특정으로 확장 해석 경계)[관세법_241] |
대법원 | 실제 납세의무자 특정 목적 (명의대여 상황 대비)[대법원-78도201] |
쟁점 3: 명확성 원칙/유추해석금지와의 충돌
심급 | 판단 |
하급심 | "납세의무자 신고의무를 인정하면 처벌범위를 넓히는 해석"[관세법_241] |
대법원 | "통상의 해석방법으로 합리적 파악 가능 → 명확성 원칙 위반 아님"[대법원-78도201] |
쟁점 4: 과거 '주요사항' 판례(78도201)의 영향
심급 | 원용 여부 |
항소심 | 78도201을 근거로 소극해석[관세법_241] |
대법원 | 법령 개정과 형벌체계 변화에 비추어 더 이상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원심 파기)[대법원-78도201] |
소송전략: 승패를 가르는 포인트
피고인(변호인) 측 전략
(1) 구성요건 단계: 대법원 판례 이후 전술 전환 필요
이 사건군의 초반(1심·항소심)처럼 "납세의무자/사업자번호는 처벌되는 신고사항이 아니다"라는 법리 다툼이 핵심이었지만[관세법_241], 대법원 2013도12939로 법리가 정리된 이후에는 동일한 주장은 승산이 급격히 낮아집니다[대법원-78도201].
따라서 이후 단계에서는 사실관계('실제 화주' 특정) 및 고의/공모 쟁점으로 전면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2) 사실인정 단계: "실제 화주(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
환송심 논리는 "실제 납세의무자 신고의무"가 전제이므로[관세법_242], 누가 실화주인지(대금결제, 신용장, 국내 판매이익 귀속, 재고처분 등) 다툼이 곧바로 유·무죄에 직결됩니다.
관련 거래흐름 자료(송금, 인보이스, 수익 귀속, 판매계약, 창고 반출지시, 직원 진술의 일관성)로 실제 화주가 누구인지에 관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3) 공동정범/방조
피고인 B 같은 "명의 업체 측"은, 단순 대행인지 공모인지(인식·의사연락)를 분리해야 합니다.
통관 실무자가 실화주 허위임을 인식했는지, 반복 거래로부터 인식 추단이 가능한지, 내부 이메일·카톡·정산자료로 공격/방어 포인트를 세웁니다.
(4) 양형: "허위신고죄는 회수 × 벌금 합산" 구조에 대비
환송 후 판결은 34회 위반을 전제로 벌금을 회당 산정·합산하는 구조를 취했습니다.
따라서 양형 단계에서는 다음이 중요합니다.
반복행위 횟수 (일괄행위/포괄일죄 주장 가능성 검토)
가담 정도 차등
피해회복/추징·가납·체납정리 등 사후정황 정리
시사점: 실무·정책적 함의
1. '수입신고 명의'와 '실제 납세의무자(실화주)'를 분리하는 행위는 형사리스크로 직결
대법원은 시행령상 사업자번호 기재의무를 "실제 납세의무자 특정" 장치로 보았습니다[대법원-78도201].
따라서 차명수입·명의대여 관행은 허위신고죄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2. 하급심의 엄격해석과 대법원의 목적론·체계적 해석의 충돌을 보여주는 사례
1·2심: "문언상 명시 부족 → 형사처벌 확대 신중"[관세법_241]
대법원: "입법목적·체계로 의미를 구체화하면 명확성 원칙 위반 아님"[대법원-78도201]
형사법 해석에서 '명확성'이 언제나 문언 고정이 아니라, 체계적 해석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음을 확인합니다.
3. 반복 신고(다회 위반)의 비용이 크다
환송 후 판결은 34회 허위신고를 전제로 벌금을 합산해 상당액이 됩니다[관세법_242].
통관 업무에서 "관행적 반복"은 적발 시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마무리하며
이 사건은 겉으로는 단순한 생강 수입 사건이지만, 그 안에는 관세법상 '허위신고죄'의 성립 범위를 둘러싼 법리의 대전환이 담겨 있습니다.
"누구의 이름으로 신고하느냐"가 단순 절차 문제가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대법원-78도201][관세법_242].
특히 명의대여나 차명수입을 관행적으로 반복하는 경우, 적발 시 벌금이 회당 합산되어 엄청난 액수로 불어날 수 있습니다[관세법_242].
"조금 편하자고" 타인 명의를 빌리는 순간, 그것은 형사범죄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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