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속 깊이 숨긴 명품, '단순 미신고'일까 '관세포탈'일까? (대법원 92도700)
- barristers0
- 1월 24일
- 2분 분량

[판례분석] 여행 가방 속 깊이 숨긴 명품, '단순 미신고'일까 '관세포탈'일까? (대법원 92도700)
안녕하세요. 변호사 겸 관세사 조길현입니다.
해외여행의 설렘을 안고 돌아오는 길, 면세 한도를 훌쩍 넘는 고가의 물품을 구매하셨다면 누구나 한 번쯤 세관 신고 앞에서 망설이게 됩니다. "이 정도는 가방 속에 잘 넣어가면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신고를 하지 않거나, 더 나아가 가방 깊숙한 곳에 숨겨 들어오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만약 고가의 물품(악기, 시계, 가방 등)을 여행용 가방 깊숙이 넣고 옷가지로 덮어 세관을 통과하려 했다면, 법적으로는 어떻게 평가될까요? 단순히 신고를 깜빡한 것으로 볼까요, 아니면 작정하고 속인 것으로 볼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도700 판결을 통해 관세포탈죄의 핵심 쟁점인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의 기준에 대해 명확히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의 피고인은 1986년부터 약 4년 동안 총 19차례에 걸쳐 해외를 오가며 바이올린, 첼로 등 고가의 악기를 밀반입했습니다. 피고인이 사용한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악기를 여행용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넣음
그 위에 옷가지 등을 덮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함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검색대를 통과함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를 단순한 미신고가 아닌, 적극적인 은닉 행위로 보아 관세법 위반(관세포탈)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적극적인 은닉은 범죄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관세포탈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단순히 신고를 누락한(부작위) 단계를 넘어, 과세 대상 물품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로 은닉하여 세관을 통과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은닉 행위는 관세법 제180조에서 규정하는 '사위(詐僞) 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합니다. 즉, 세관 공무원의 눈을 속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물품을 감춘 행위는 관세 행정의 공정성을 해치는 명백한 범죄라는 것입니다.
3. 핵심 쟁점 정리 (변호사의 시선)
이 판결이 주는 법리적 시사점을 전문가의 시선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의 폭넓은 해석
대법원은 관세포탈죄의 성립 요건인 '부정한 방법'을 매우 폭넓게 해석합니다.
이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모든 적극적·소극적 행위를 포함합니다.
허위 서류 조작뿐만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신고를 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조작하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대법원 97도1267 등 참조)
② '은닉'은 곧 '기만'이다
본 판결은 물리적 은닉 행위(가방 깊숙이 넣고 옷으로 덮는 행위)가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의 전형적인 예시임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피고인이 물품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든 것 자체가
세관을 기만하려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이자 실행 행위로 간주된 것입니다.
4. 시사점
이 판결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경각심을 줍니다.
판단 기준은 생각보다 엄격합니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쓰려고 가져왔다"거나 "신고하는 걸 잊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행 가방 구석에 숨기거나, 다른 물건으로 위장하여 세관원의 눈을 피하려 했다면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행위가 곧 '의도(고의)'를 증명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내심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겉으로 드러난 행위를 통해 고의성을 판단합니다. 물품을 깊숙이 숨긴 행위는 그 자체로 관세를 회피하려는 확정적인 고의가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가장 안전한 절세는 '성실 신고'입니다.
면세 한도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자진하여 세관에 신고하는 것만이 불필요한 법적 분쟁과 형사 처벌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자진 신고 시 관세 감면 혜택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해외여행의 즐거운 마무리는 정직한 세관 신고로부터 시작됩니다. 관세법 위반과 관련하여 억울한 혐의를 받고 계시거나, 법률적 조력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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