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가공무역 시 수입신고 가격에 원재료비를 포함해야 하는지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7도13283 판결의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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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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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개요
이 사건은 위탁가공무역 방식으로 의류를 수입하면서 수입신고 시 가공임만을 신고하고 원재료비를 포함하지 않은 것이 관세법상 허위신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II. 피고인
피고인은 의류 수입업체인 주식회사 B와 그 대표이사 A입니다.
III. 공소사실
검사는 피고인들이 2013년 4월 30일부터 2015년 10월 5일까지 총 47회에 걸쳐 의류 252,008개를 수입하면서
실제 물품원가 13억 5,407만 원 상당의 가격을 4억 3,581만 원으로 허위 신고하였다고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IV. 검사의 기소
검사는 피고인들을 관세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V. 죄명
관세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VI.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들은 위탁가공무역 방식으로 수입한 물품에 대해
가공임만을 신고한 것은
관세법상 허위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근거로 관세법 제30조 제1항에 따르면 구매자가 해당 수입물품의 생산을 위해 무상으로 공급한 재료의 가격은 과세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VII. 법원의 판단
A.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관세법 제241조 제1항에서 수입신고사항 중 하나로 규정된 물품의 '가격'은 '과세가격'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과세가격(같은 법 제30조)을 결정하는 기초가 되는 실지거래가격, 즉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이하 '구입가격'이라고 한다)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1. 선고 2016고단6191 판결).
1심 법원은 위탁가공무역의 경우 실질적인 거래의 대가는 가공임이며, 피고인들이 무상으로 공급한 원단 등 재료의 가격은 수입물품의 구입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가공임만을 신고한 것은 허위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형량과 관련하여, 1심 법원은 관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 참고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각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 등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의 거래나 행위에 따른 채권·채무를 결제할 때,
거주자가 상계 등의 방법으로 채권·채무를 소멸시키거나 상쇄하는 방법으로 결제하는 경우에는
미리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하고,
최근 2년 이내에 위와 같은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은 자가 다시 같은 항에 따른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피고인은 2015. 4. 2. 인천세관으로부터 외국환거래법상 비거주자에 대한 상계에 대한 신고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1,137,590원)을 받았던 사람으로,
2015. 4. 30. 위 B 사무실에서, 미국 회사인 D(이하 'D'회사라 한다)로부터 대금으로 미화 815,658불(한화 8억 7,100만 원 가량)을 송금받아야 함에도,
위 D회사로 하여금 피고인의 위 회사가 원단판매업체 미국 E와 필리핀 F에 지급해야 할 원단 대금 및 임가공료 채무 815,660달러(한화 8억 7,100만 원 가량)를 대신 지불하게 한 후,
위 D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위 미화 815,658 달러를 받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상계 사실을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그날부터 2015. 11. 30.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총 10회에 걸쳐 합계 미화 8,641,565불(한화 9,751,547,987원 상당)의 대외채권을 상계하는 방법으로 처리하였음에도 이 사실을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입니다.
B.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 역시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관세법 제241조 제1항의 수입신고의 대상인 '가격'이 제30조부터 제35조까지의 과세가격의 문제임을 전제로 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11. 선고 2016노5277 판결).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위탁가공무역의 경우 실질적인 거래의 대가는 가공임이며, 피고인들이 무상으로 공급한 원단 등 재료의 가격은 수입물품의 구입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허위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형량과 관련하여,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여 관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각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였습니다.
C.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수입신고 대상이 된 물품은 임가공용역이 아니라 의류 완제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신고하여야 할 이 사건 의류의 가격인 구입가격에는 가공임 외에 임가공을 거쳐 의류 완제품의 구성품이 된 원단 등 재료의 가격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7도13283 판결).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의류 완제품을 수입하였음에도 원단 등 재료의 가격이 포함된 완제품의 가격이 아니라 가공임만을 가격으로 신고한 행위는
관세법 제241조 제1항에 따른 사항인 '물품의 가격'을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서 관세법 제276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VIII. 시사점
이 판결은 위탁가공무역 방식으로 물품을 수입할 때 수입신고 가격에 원재료비를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는 기업의 관세 실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입니다.
기업의 관세 담당자들은 이 판결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위탁가공무역 시 수입신고 가격 산정 방식 재검토:
기존에 가공임만을 신고하던 관행이 있었다면, 이를 수정하여 원재료비를 포함한 완제품 가격을 신고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내부 관세 관리 시스템 점검:
수입신고 가격 산정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시스템을 개선하여 원재료비가 자동으로 포함되도록 해야 합니다.
과거 신고내역 검토:
과거에 위탁가공무역으로 수입한 물품의 신고내역을 검토하여, 허위신고에 해당할 수 있는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신고를 고려해야 합니다.
관세당국과의 소통 강화:
불확실한 사항이 있다면 사전에 관세당국과 충분히 소통하여 해석의 차이로 인한 문제를 예방해야 합니다.
전문가 자문 활용:
복잡한 거래구조나 새로운 유형의 거래에 대해서는 관세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신고 방식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교육 및 가이드라인 수립:
관련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판결의 내용과 그에 따른 실무 지침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여 배포해야 합니다.
계약서 검토:
위탁가공 계약서의 내용을 검토하여, 원재료 공급과 완제품 구매에 대한 내용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계약 내용을 수정해야 합니다.
문서화 강화:
원재료 공급 내역, 가공 지시 내용, 완제품 구매 가격 산정 근거 등을 상세히 문서화하여 추후 세관 조사에 대비해야 합니다.
다만, 이 판결은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기반한 것이므로, 모든 위탁가공무역 거래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 기업의 거래 구조와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반드시 관세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IX. 대법원 판단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더 깊게 알고자 하시는 독자께서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가.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들은 원단 등 재료를
미국에 있는 원단 판매업체(이하 '미국 업체'라고 한다) 등으로부터 구매하여
F에게 무상으로 공급하였는데,
우리나라로 그 원단 등 재료를 수입한 후 재수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 업체 등에서 F로 직접 운송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2) 피고인들은 F이 원단 등 재료를 가공하여 생산한 의류 완제품인 이 사건 의류를 수입하면서,
해당 수입신고서에 수입물품의 '품명'을 의류 완제품을 기준으로 기재하였고,
나아가 '거래구분 란에도 '위탁가공 후 수입'이 아닌 '일반형태수입'이라고 기재하였다.
(3) 다만, 피고인들은 해당 수입신고서의 수입물품의 '단가' 및 '금액'란에는 의류 완제품의 대가가 아닌 가공임만을 기재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수입신고 대상이 된 물품은 임가공용역이 아니라 의류 완제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신고하여야 할 이 사건 의류의 가격인 구입가격에는 가공임 외에 임가공을 거쳐 의류 완제품의 구성품이 된 원단 등 재료의 가격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의류 완제품인 이 사건 의류를 수입하였으면서도 원단 등 재료의 가격이 포함된 완제품의 가격이 아니라 가공임만을 가격으로 신고한 행위는 관세법 제241조 제1항에 따른 사항인 '물품의 가격'을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서 관세법 제276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위 관세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관세법 제241조 제1항이 정한 수입신고의 대상인 '물품의 가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라.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도8382 판결은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