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선하증권 없이 협정관세 적용받았다가 추징당한 기업, 대법원에서 구제받다" -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두63726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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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 6일
- 6분 분량
I. 개요
이 사건은 잠수복 수입업체가 한-아세안 FTA 협정관세를 적용받았다가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세를 추징당한 후, 법원의 판단을 받은 사례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서로 다른 판단이 나왔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납세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II. 원고와 피고
원고는 잠수복 및 관련 액세서리의 제조·판매·수출입업을 하는 주식회사 마레스에스에스000(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대웅00)이고, 피고는 대구세관장입니다.
III.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캄보디아에서 생산된 잠수복 등을 베트남을 경유하여 20차례에 걸쳐 수입하면서 한-아세안 FTA 협정관세를 적용받았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2014년 원산지 서면조사를 통해 원고가 통과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정관세 적용을 부인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추징하였습니다.
IV.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통과선하증권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조세법률주의 및 과세요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세관당국이 이전에 원고가 제출한 서류로 협정관세를 적용해준 것은 공적 견해 표명에 해당하므로, 이를 번복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
V. 피고의 주장
피고는 통과선하증권 제출이 협정관세 적용을 위한 필수요건이며, 이전의 세관 처리는 단순한 사실행위에 불과하여 공적 견해 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VI. 법원의 판단
A.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습니다. 법원은 "관세당국이 원고의 이 사건 제1 내지 5차 수입에 대한 경정청구를 받아들여 한 각 세액경정통지는 관세당국의 처분으로서, 결국 원고가 제출한 원산지증빙서류가 이 사건 통과선하증권에 해당하거나 기타 원산지 증명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는 점에 관한 공적인 견해표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5구합23757).
B.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일부 변경하였습니다. 법원은 "서울세관장은, 이 사건 원고제출서류만 첨부되었을 뿐 통과선하증권이 첨부되지 아니한 제1차 수입신고에 관한 원고의 협정관세 사후신청과 세액경정청구에 대하여, 그 적법성이나 타당성을 실질적으로 심사한 후 협정관세 적용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감액경정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과세관청의 처분으로서 '이 사건 원고제출서류가 부속서 규정 제9조 제2항에서 정한 직접운송 간주요건을 충족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한 공적 견해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16누5335).
C.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는 한·아세안 FTA 부속서 3 제9조의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집행하기 위하여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보는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두63726 판결).
VII. 시사점
이 판결은 FTA 협정관세 적용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통과선하증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업들이 FTA 혜택을 받는 데 있어 좀 더 유연한 접근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둘째, 과세관청의 이전 처분이 공적 견해 표명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업이 과세관청의 이전 처분을 신뢰하고 행동한 경우, 그 신뢰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FTA 협정관세 적용을 위한 서류 준비 시 통과선하증권 외에도 다양한 증빙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원산지증명서,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운송관련 서류 등을 꼼꼼히 준비해야 합니다.
넷째,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불복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1심부터 대법원까지 판단이 엇갈렸던 만큼,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 판결의 내용은 해당 사실관계에 기반한 것이므로, 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 처한 기업은 반드시 관세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는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VIII. 첨부된 파일의 판결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
"일반적으로 조세법률관계에서 과세관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1)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하여야 하고, (2) 납세자가 과세관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 대하여 납세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3) 납세자가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따라 무엇인가 행위를 하여야 하고, (4) 과세관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납세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10. 29. 선고 2007두7741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의 판단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은 경우에 한·아세안 FTA에 따른 협정세율의 적용이 일률적으로 배제되는지 여부에 관한 직권 판단
1) 직접운송의 원칙은 무역협정의 수출 당사국에서 발송된 물품이 수입 당사국에 도착한 물품과 동일함을 확인하고,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는 원산지 물품이 운송과정에서 추가로 가공되거나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없는 물품과 뒤바뀌게 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무역협정에서 이러한 직접운송의 원칙을 규정할 때에는 일정한 요건 아래 비수출입 당사국 경유 시에도 직접운송을 간주하는 규정을 함께 두고 있다. 국제물품거래에 따른 운송 시 지리적 이유나 운송상의 편의 등으로 인하여 제3국을 단순 경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러한 물품에 대해서는 협정 당사국 간의 직접운송으로 인정하여 협정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무역협정의 원산지 규정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두45813 판결 참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아세안 FTA 부속서 3 제9조 제2항에서는 물품이 제3국을 경유하여 운송된 경우에도 직접운송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밝히면서 그 요건으로 가호부터 다호까지 실체적 요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에 관하여 반드시 어떤 특정한 서류로만 증명하도록 제한하고 있지 않다.
관련 국내법에서도 같은 취지로 원산지 확인 시 직접운송 간주 규정을 두면서 실체적 요건 이외에 구체적 증빙서류의 종류 등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5. 12. 29. 법률 제1362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2항 제2호,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6. 7. 1. 기획재정부령 제5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2항 등 참조].
2) 위 직접운송 간주 규정과 관련하여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에서는 제3국을 경유한 물품 운송 시에는 ‘수출 당사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가호) 등을 수입 당사국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위 운영절차 제19조 라호에는 ‘그 밖에 부속서 3 제9조의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증거인 증빙서류가 있는 경우 그 서류’가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마지막에 포괄적인 증명서류에 관한 문구를 둔 것은 개별적인 물품 운송의 조건과 상황에 맞추어 적합한 증빙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증빙서류는 실체적 요건의 구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신빙성 있는 자료를 가리킨다.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 가호부터 다호까지 정한 ‘통과 선하증권’, ‘원산지 증명서’, ‘상업송장’은 한·아세안 FTA 부속서 3의 제9조 제2항 가호부터 다호까지 규정된 직접운송 간주의 실체적 요건에 하나씩 대응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가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제출되어야 하는 필수서류들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가호에 규정된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은 관세당국에서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부여하는 운송에 관한 대표적인 증빙서류로서,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대체 자료를 제출하여 전적으로 운송상의 이유로 인한 단순 경유 등의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3) ‘통과 선하증권’의 개념 정의나 인정 기준에 관하여 이 사건 운영절차나 관련 법령 어디에서도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만일 이를 필요적 서류로 보아 미제출 시에 곧바로 원산지를 인정하지 않고자 하는 취지였다면 협정 당사국들이 이에 관해서 명확한 요건이나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
나아가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의 지리적 위치, 무역 현황 및 운송방법의 다양성, 선하증권 등 운송서류의 발급 실무, 컨테이너 번호와 봉인 등에 의한 물품 동일성의 확인 정도, 무역협정의 목적과 앞서 본 협정상 원산지 및 직접운송 관련 규정의 취지 등 관련되는 그 밖의 모든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협정 당사국들이 수입자들에게 언제나 전체 운송구간에 대해 한 장의 ‘통과 선하증권’을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신빙성 있는 증거 방법에 의한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증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취지였다고 보기 어렵다.
4) 위와 같은 문언, 체계, 경위, 한·아세안 FTA 부속서를 비롯한 관련 법령의 직접운송에 관한 규정들의 취지와 목적 등을 모두 종합할 때,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는 한·아세안 FTA 부속서 3 제9조의 직접운송 규정을 원활히 실시·집행하기 위하여 관세당국에 제출할 증명서류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신빙성을 높게 보는 대표적인 증빙서류들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가호의 ‘수출 당사국에서 발행된 통과 선하증권’을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조 라호에 따라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하여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충족을 증명할 수 있고, 단지 위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한·아세안 FTA 직접운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단정하여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나.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대상으로서 공적 견해 표명
한편 조세법률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은 당해 언동을 하게 된 경위와 그에 대한 납세자의 신뢰가능성에 비추어 실질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나, 납세자가 구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2015. 12. 29. 법률 제1362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에 따라 수입신고 시 또는 그 사후에 협정관세 적용을 신청하여 세관장이 형식적 심사만으로 수리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해 과세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34059 판결 등 참조).
다. 이 사건에 대한 적용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물품의 수입신고 또는 협정관세의 사후적용 신청 시 이 사건 운영절차 제19조 가호의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한·아세안 FTA에 따른 특혜관세가 배제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통과 선하증권’ 이외의 다른 증명서류에 의하여 한·아세안 FTA 부속서 3 제9조 제2항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원심이 들고 있는 협정관세 사후신청에 따른 감액경정 등만으로는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특혜관세를 적용한다는 공적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다른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한 직접운송 간주 요건 충족에 관한 심리 없이 곧바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한·아세안 FTA에서 직접운송으로 간주하기 위한 요건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