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세율 적용 배제 처분에 대한 심판청구 결정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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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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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구 경위
청구법인은 2019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미국 소재 수출자로부터 건강기능식품(쟁점물품)을 수입하면서 한-미 FTA 협정관세율(0%)을 적용하여 수입신고를 하였습니다.
이에 처분청(서울세관)은 2023년 6월부터 원산지 서면조사를 실시하였으나, 청구법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원산지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후 처분청은 2023년 12월, 수출자를 상대로 직접 서면조사를 실시하였으나 수출자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처분청은 이를 근거로 쟁점물품의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보아 협정관세 적용을 배제하고, 2024년 9월 및 12월에 걸쳐 청구법인에게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쟁점처분) 하였습니다. 청구법인은 이에 불복하여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였으나 불채택되었고, 최종적으로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습니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쟁점처분이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합니다.
절차적 하자 주장
이의제기 결정 전 처분: 처분청이 청구인의 원산지 조사결과에 대한 이의제기에 대해 서면 결정을 내리기 전에 과세처분을 하였으므로, 이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행정처분은 문서로 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및 관련 판례(대법원 2019.7.11. 선고 OOO 판결)를 근거로, 구두 통지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과세전적부심사 결정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이 무효라는 판례(대법원 2020.10.29. 선고 OOO 판결)를 유추 적용하여, 이의제기 결정 전 처분 역시 무효라고 주장합니다.
추가 조사 미실시: 수출자가 인수합병 및 법적 분쟁으로 자료 제출에 협조하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이었으므로, 처분청은 서면조사 외에 현지조사나 동일 물품을 수입하는 다른 회사(B 코리아)에 대한 보충조사를 실시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체적 하자 주장
자료 미제출의 정당한 사유 존재: 수출자가 제3자에게 인수합병되고, 그 과정에서 청구법인과 분쟁이 발생하여 자료 협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은 FTA관세특례법 제35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수입자나 수출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 사유이므로 협정관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입자의 무과실: 청구법인은 처분청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보유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였으며, 수출자와의 분쟁을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3. 처분청의 주장
처분청은 쟁점처분이 적법하다고 반박합니다.
절차적 하자 반박
적법한 처분 절차: 청구인의 최초 이의제기는 실질적으로 '자료제출기한 연장 신청'에 불과하여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이에 대해 기한 내 구두로 불수용 통지를 하였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제출된 대리인 의견서는 비공식적인 이메일로 제출되어 적법한 이의제기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또한, 조세 부과·징수 사항은 행정절차법 적용 제외 대상이므로 서면 통지 의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원산지조사처분심의회 역시 임의 절차에 불과하다고 반박합니다.
현지조사의 비필수성: 현지조사는 서면조사를 보충하는 임의적 절차일 뿐, 필수적인 강행 규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수출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원산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현지조사 없이도 협정관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서울행정법원 2024.6.27. 선고 2023구합67835 판결 등)의 입장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체적 하자 반박
'정당한 사유' 부존재: 수출자의 인수합병이나 수출입자 간의 사적인 분쟁은 원산지 증빙자료 미제출을 정당화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인정하면 원산지 검증 제도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구인이 인용한 판례(대법원 2016.8.24. 선고 2014두4290 판결)는 간접검증 방식의 한-EU FTA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과 다르다고 반박합니다.
수입자 귀책사유와 본세의 무관성: 수입자의 귀책사유 유무는 가산세 면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일 뿐, 협정관세 적용 배제라는 본세 처분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처분청은 이미 수출자의 자료 미제출을 사유로 청구인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하였으므로, 수입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반박합니다.
4. 쟁점 정리
본 심판청구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쟁점처분의 절차적 위법성: 처분청이 청구인의 이의제기에 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 과세처분을 하고, 현지조사 등 추가 조사를 생략한 것이 절차적으로 위법한지에 대한 다툼입니다.
협정관세 적용 배제의 실체적 당부: 수출자의 자료 미제출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특히 수출입자 간의 사적 분쟁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5. 심리 및 판단
조세심판원은 청구인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절차적 하자에 대한 판단 심판원은 처분청이 청구인의 최초 이의제기(자료제출기한 연장 신청)에 대해 구두로 불수용 통지를 한 것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후의 과세처분은 적법한 결정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현지조사는 필수 절차가 아니며 수출자의 비협조 상황에서는 실익도 없다고 보아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실체적 하자에 대한 판단 심판원은 수출입자 간의 경영상 문제나 사적인 분쟁은 FTA관세특례법령에서 정한 자료제출 지연의 '정당한 사유' 또는 '불가항력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출자는 한-미 FTA 협정에 따라 원산지 증빙자료를 보관하고 제출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협정관세 적용을 배제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결정했습니다.
※ 기업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수출자와의 계약서에 원산지 검증 협조 의무 명시: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수입자뿐만 아니라 수출자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수출 계약 시 '관세당국의 원산지 검증 요청 시 관련 자료를 성실히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과 '위반 시 발생하는 모든 손해(추징세액, 가산세 등)는 수출자가 배상한다'는 손해배상 또는 구상권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사적 분쟁은 면책 사유가 아님: 본 결정례에서 명확히 확인되듯이, 수출자의 인수합병, 거래 중단, 법적 분쟁 등은 원산지 증빙자료 미제출에 대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기업이 관리해야 할 경영상의 위험으로 간주되므로, 관세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행정절차의 형식과 기한 준수: 이의제기, 자료제출 등 관세 행정절차는 법령이 정한 형식과 기한을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이메일 등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제출하거나, 실질적 내용 없이 기한 연장만 요청하는 것은 권리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행정소송 제기 시 유리하게 활용 가능한 판례 분석
만약 청구인이 심판청구 결과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절차적 하자를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승소 가능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제공된 문서 내에서 청구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판례를 중심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판례: 대법원 2020.10.29. 선고 2017두51174 판결
핵심 요지: 세무조사 결과 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보장된 사전 구제절차를 형해화(形骸化, 유명무실하게 만듦)하는 것으로서 그 절차상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이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전구제절차로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가지는 기능과 이를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한 범위,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경위와 취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침해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통제 방법과 더불어,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세무공무원이 과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준수하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구 국세기본법(2015. 12. 15. 법률 제135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등이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거나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무조사결과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과세전적부심사 이후에 이루어져야 하는 과세처분을 그보다 앞서 함으로써 과세전적부심사 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킬 뿐 아니라 과세전적부심사 결정과 과세처분 사이의 관계 및 불복절차를 불분명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과세처분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라는 것이 판례의 견해입니다.
소송에서의 주장 전략: 청구인은 원산지 조사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FTA관세특례법 제17조 제7항) 역시 과세전적부심사와 마찬가지로 납세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중요한 사전 구제절차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비록 심판원은 처분청의 '구두 통지'를 유효한 결정으로 보았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청구인은 처분청의 구두 통지가 이의제기에 대한 공식적인 '결정'이 아니며, 이후 대리인 의견서 제출 등 절차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분청이 성급하게 과세처분을 단행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즉, 처분청의 행위가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같이, 납세자에게 보장된 이의제기라는 사전 구제절차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하므로 쟁점처분 전체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소송의 핵심은 처분청의 구두 통지를 적법한 '결정'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청구인의 이의제기 절차가 위 판례가 보호하고자 하는 '사전 구제절차'의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