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하여 한국 공항 환승구역을 통해 일본으로 밀반출한 사건에서 관세법위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2020도7495)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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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 2일
- 4분 분량
개요
이 사건은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하여 한국 김해공항 환승구역을 통해 일본으로 밀반출한 사건(대법원 2020도7495)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에서도 상고를 기각하여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피고인
피고인은 A와 B 두 명입니다.
사건의 경위
피고인들은 홍콩에서 금괴를 싸게 구입한 후 일본으로 밀반입하여 판매하면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한국에서 조직적으로 금괴 운반을 담당할 여행객들을 모집하여 교육시킨 다음 그들로 하여금 한국 공항의 출국심사를 받고 환승구역에 진입하도록 한 후 홍콩에서 환승구역으로 반입된 금괴를 몰래 몸에 숨겨 일본행 항공기에 탑승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한국 환승구역에서 일본으로 금괴를 밀반출하였습니다.
검사의 기소
검사는 관세법상 물품을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려면 세관장에게 신고해야 하는데,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이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보세구역인 환승구역에서 그대로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려면 해당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 등을 세관장에게 반송신고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2016. 1. 8.경부터 2016. 12. 24.경까지 154회에 걸쳐 총 11,523개의 금괴를 홍콩에서 국내로 반입한 후 환승구역에서 운반책들에게 전달하여 일본으로 밀반출하면서 세관장에게 반송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하였습니다.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관세)죄입니다.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들은
① 이 사건 금괴 반출은 홍콩에서 금괴를 휴대하고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이 김해공항을 경유하여 일본 공항으로 간 경우(통과여객)와 실질에 있어 다르지 않으므로 중계무역이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반송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점,
② 관세법상 반송신고는 해당 물품이 '보세구역' 또는 '보세구역 외 장치장소'에 '장치'되어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는데, 피고인들이 반출한 금괴는 위 장소에 장치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반송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점,
③ 피고인들은 이 사건 금괴 반출이 관세법상 반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였는데, 관련 법령이 모호하고 처벌 전례가 없으며 환승구역에서 금괴를 예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이러한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 등을 주장하였습니다.
1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① 관세법상 반송 규제제도의 입법 목적과 반송의 정의 규정의 입법 경과, 관세법의 다른 규정들과의 체계조화적 해석 등을 고려할 때, 관세법 제269조 제3항의 구성요건으로서의 '반송'은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을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으로서, 그 물품을 보냈던 화주에게 당해 물품을 도로 돌려보내는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국경 내로 들어온 물품으로서 관세법에 따른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관세법에 따른 반송신고 대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② 관세법 제243조 제3항은 반송신고의무의 발생 요건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반송신고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국경 내로 들어온 물품으로서 관세법에 따른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관세법에 따른 반송신고 대상이 되므로, 위 물품의 화주 등 신고의무자는 관세법 제243조 제3항에 따라 당해 물품을 관세법에 따른 장소에 장치하고 반송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이지 위 물품을 관세법에 따른 장소에 장치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반송신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③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범행 당시 범의가 없었다거나 피고인들에게 반송신고를 기대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④ 피고인들은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범행에 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⑤ 피고인 A에게는 징역 10월을, 피고인 B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하였습니다. 양형이유로는 범행방법이 매우 불량하고, 다수의 가족 여행객 등을 유인하여 금괴 운반책으로 끌어들이는 등 범죄를 적극적으로 유발·조장하였으며, 급기야 금괴 운반책으로 가담한 여행객들이 일본에서 금괴밀수범으로 구속되는 사태까지 초래하였다는 점 등 불리한 정상과, 피고인들이 금괴 밀반송이 잘못된 행위임은 인정하고 있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다만 원심이 피고인 B에 대하여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은 선고유예 결격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보아 피고인 B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B에 대하여 원심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59조 제1항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대해서는 선고유예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란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경력 자체를 의미하고 그 형의 효력이 상실되었는지 여부는 묻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유예기간을 무사히 경과하여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되었더라도,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선고유예 결격사유인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자"에 해당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B가 2002년 사기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된 전과가 있으므로, 피고인 B는 선고유예 결격자에 해당합니다. 그런데도 원심이 피고인 B에 대한 벌금형을 선고유예한 것은 선고유예 결격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항소심이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세법상 반송신고의 요건, 세관검사장 지정행위, 고의 및 기대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시사점
이 판결은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국경 내로 들어온 물품으로서 관세법에 따른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관세법에 따른 반송신고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하여 국내 공항을 경유하여 제3국으로 반출하려는 경우에는 반드시 세관에 반송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만약 이를 하지 않으면 관세법위반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하여 한국 공항 환승구역을 통해 일본으로 밀반출한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다른 물품을 다른 경로로 반출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판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사한 행위를 하려는 경우에는 관세법 등 관련 법령을 꼼꼼히 살펴보고, 세관 등 관련 기관에 문의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불분명하다면 관세법 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이 판결의 내용을 참고하되,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다른 판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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