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방지관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항고소송 대상 여부 : 덤핑방지관세 시행규칙은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취소소송은 부적법하다! 대법원 2019두4890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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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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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대법원은 2019두48905 판결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제정한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에 대한 덤핑방지관세의 부과에 관한 규칙'에 대해 일본 수출기업이 제기한 취소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위한 시행규칙은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덤핑방지관세 제도의 법적 성격과 그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원고와 피고:
원고: 일본법인 에스엠씨 가부시키가이샤
피고: 기획재정부장관
피고보조참가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사건의 경위:
원고는 일본에서 공기압 전송용 밸브를 생산하여 한국에 수출하는 회사입니다. 기획재정부장관은 2015년 원고 등이 공급하는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에 대해 5년간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시행규칙을 제정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해당 규칙이 관세법상 덤핑방지관세 부과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소를 각하했습니다.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시행규칙이 관세법 제51조에서 정한 덤핑방지관세 부과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덤핑으로 인해 국내산업이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거나 그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원고 측은 자사 제품이 실린더 등 공기압 시스템 부품들과 패키지로 판매되고 사전 컨설팅, 맞춤형 기술지원 등 서비스와 결합되어 제공되는 반면, 국내 생산자들은 밸브 단품 위주로 판매하여 유효한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조사대상 기간에 수입물량 증가가 뚜렷하지 않고, 2013년 수입 증가는 재고관리 정책 변경 때문이며 대부분 판매되지 않고 보관 중이라 국내산업 피해로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국내 동종물품 대비 원고 제품 가격 인상폭이 높거나 오히려 국내 제품 가격이 하락한 시기도 있어 덤핑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나 상승 억제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의 주장:
반면 피고 측은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위한 실질적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역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원고의 덤핑 사실과 국내산업 피해 발생을 확인했다는 입장이었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원고 제품 수입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가격도 크게 하락해 국내 제품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오히려 인하를 초래했다고 봤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산업은 내수 증가에도 시장점유율 상실, 수익성 악화, 재고 증가 등 경영지표 전반에 걸쳐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역위원회는 국내 수요 감소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 덤핑과 산업피해 간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2017. 9. 1. 선고한 2015구합76360 판결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물품의 덤핑으로 인하여 국내산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과세요건 사실이 증명되지 않아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도 2019. 7. 3. 선고한 2017누73251 판결에서 1심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덤핑물품 수입량 증가가 덤핑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국내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국내 수요 변동에 민감한 수입량 변화를 근거로 덤핑에 의한 수입량 증가로 보기 어렵고, 국내외 제품 가격 추이 등을 종합할 때 덤핑과 국내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소를 각하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시행규칙이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물품과 공급자를 지정하고 해당 물품에 적용할 관세율을 정한 조세법령"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시행규칙 자체만으로는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않고, 수입된 물품에 대한 관세부과처분 등 별도의 집행행위로 인해 비로소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관세납부 의무자는 물품을 수입하는 자이지 수출하는 원고가 아니고, 시행규칙이 원고와 수입자 간 법률관계를 규율하지도 않으므로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규칙은 항고소송 대상이 될 수 없어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시사점:
이 판결은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위한 시행규칙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시행규칙 자체는 납세의무를 발생시키는 행정처분이 아니라 일반적·추상적 기준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에 대한 취소소송은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에 불복하더라도, 시행규칙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구체적 납세고지나 관세부과처분에 대해 다투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다만 이 판결이 덤핑방지관세 제도 자체의 당부에 관해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한편 무역위원회 등 조사당국으로서는 덤핑 사실과 국내산업 피해, 인과관계 등 관세법상 요건 충족에 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1·2심에서 원고가 승소한 것은 피고가 요건 성립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유사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업으로서는 덤핑방지관세의 부과 요건을 꼼꼼히 살펴 위법성을 다투되, 처분 자체에 대해 불복하는 것이 소송법적으로 타당한 방식임을 이 판결이 잘 보여줍니다.
다만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판결의 중요 부분 발췌:
"이 사건 시행규칙은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물품(이하 '덤핑물품'이라고 한다)과 공급자를 지정하고 해당 물품에 적용할 관세율을 정한 조세법령으로, 위 시행규칙에서 덤핑물품과 관세율 등 과세요건을 규정하는 것만으로 납세의무자에게 덤핑방지관세를 납부할 의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닌 점, 위 시행규칙은 수입된 덤핑물품에 관한 세관장의 덤핑방지관세 부과처분 등 별도의 집행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상대방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 위 시행규칙에 근거한 관세부과처분 등에 따라 덤핑방지관세를 납부하게 될 자는 덤핑물품을 수입하는 화주 등이지 덤핑물품을 수출하는 자가 아니고, 위 시행규칙은 덤핑물품의 수출 또는 수입행위를 규제하거나 외국 수출자와 국내 수입자 사이의 덤핑물품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율하지 않으므로, 위 시행규칙이 효력범위 밖에 있는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위 시행규칙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위 시행규칙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